아직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한 배우를 만나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김선아는 아직 '안순진'인 채로 마음에 가득 찬 슬픔과 충격, 뭉클함을 토해냈다. 덕분에 브라운관 속 인물이 내 앞에 와 앉은 듯, 내가 드라마 속으로 빨려 들어가 앉은 듯 이상한 기분마저 들었다. 지난 24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 안순진을 연기한 배우 김선아의 인터뷰가 27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감우성 시한부, 엄청난 충격 받아

김선아 배우 김선아가 27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지난 24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배우 김선아가 27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지난 24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 굳피플


"손무한(감우성 분)이 시한부라는 걸 대본에서 봤을 때 정말 많이 충격받았어요. 감독님이 말씀하길 원래 계획보다 앞당겨졌다고 해요. 제 생각보다 시한부 상황이 너무 빨리 와서 너무너무 놀랐어요. '벌써?... 어, 어, 어떡해요?...' 이러면서 가슴이 정말, 심장이 진짜 많이 아팠어요. 알고는 있었는데 막상 그 상황이 되니까 무엇에 머리를 맞은 것 같았고 아픈 사람을 바라본다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하지만 우리 인생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 갑자기 찾아올 수 있는 거잖아요. 예고하고 오는 게 아니니까."

손무한이 시한부라는 걸 알았을 때의 기분을 말하는 김선아의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에서 엄청난 충격이 전해졌다. 그의 커다란 감정적 동요를 보면서 '연기인데도 저렇게 깊게 인물에 동화될 수 있는 걸까' 신기할 정도였다. 지금도 손무한과 드라마 속 상황을 생각하면 울컥하는지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눈물을 참기도 했다.

"굿모닝" 대사하며 너무 떨려

김선아에게 드라마의 결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아직 마지막 회 모니터를 못 했고 앞으로도 못 할 것 같다 말하는 그는 "엔딩을 찍으며 너무 좋았다"며 밝은 얼굴을 했다. "내내 충격이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 그 충격이 엔딩 때 다 없어진 것 같았다"며 열린 결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람이 이런 일 저런 일 다 겪을 수 있는데 드라마 안에서 겪어보니 열심히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특히 마지막 회의 '굿모닝' 신의 감회를 꺼내놓았다.

"그렇게 떨렸던 적이 없었어요. '굿모닝' 하고 인사하는 그 신을 찍는데 너무 떨렸어요. (손무한이) 아무 말도 안 하는데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실생활에서도 누구한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아침에 눈을 떠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는데 그 사람이 대답을 안 한다면..."

김선아는 "아픈 사람이든 안 아픈 사람이든 누구나 내일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하루가 벌어질지 모르고 사는 오늘인데 그런 오늘을 특별하게 살려고 하기보단 그저 아침에 눈을 떴는데 내가 안 죽고 살아있으면 그게 너무 감사해서 그 하루를 소중히 사는 것"이며 "그런 생각을 하게 해준 것만으로도 너무 좋은 엔딩이었다"고 했다.

감우성과의 호흡

김선아 배우 김선아가 27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지난 24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김선아는 "아직 마지막 회 모니터를 못 했고 앞으로도 못 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엔딩을 찍으며 너무 좋았다"며 밝은 얼굴을 했다. ⓒ 굳피플


상대역을 맡은 감우성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는지 물었다. 김선아는 망설임 없이 "너무 좋았다"고 답했다. "대본으로, 작품을 가지고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며 "지금까지 함께 한 상대역 중에 작품에 대해 가장 많이 이야기한 배우"라고 덧붙였다. "틈날 때마다 대본을 같이 맞춰보자 하시는데 그 열정에 감동했다"며 엄지를 세웠다. 

"(감우성은) 되게 솔직하신 분이에요. 초반에 '내가 4년 만이라서 감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 네가 그 부분을 이해해 달라' 말씀했을 때 정말 많이 놀랐어요. 자기가 녹슬어 있고 녹슨 것을 기름칠해서 빨리 감을 되찾을 테니 도와달라며 손을 내미셨어요. 그래서 저도 되게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작은 것까지 정말 안 놓치는 점도 놀라웠어요. '어떻게 이런 것까지 안 놓칠 수 있지?' 생각할 정도로 지문을 굉장히 꼼꼼하게 보고 디테일을 잘 포착해요. 배울 점이 참 많은 배우였어요."

김선아는 "감우성씨가 저를 많이 이끌어줘서 무척 감사하다"며 "식사를 많이 못 하셔서 촬영 중에 8kg 정도 빠진 거로 아는데 끝까지 열성적으로 하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아픔 깊게 그려낸 대본... 오히려 가장 서툰 게 어른

김선아 배우 김선아가 27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지난 24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 김선아 <키스 먼저 할까요?>는 '어른들의 멜로'라고 불렸다.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김선아는 '어른'이란 사람들에 대해 깊게 생각했다. ⓒ 굳피플


김선아는 배유미 작가의 대본을 읽고 그 깊이에 놀랐다고도 했다. "꾸며서 쓴 게 아니고 깊게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한부라는 설정은 많은데 한 사람이 지닌 아픔의 깊이가 남다르게 그려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되새김질하면 할수록 마음 아픈 게 너무 많았다"며 마음 깊게 남은 여운을 내비쳤다.

"누구에게나 가장 아프게 다가오는 게 뭘까 했을 때 흔한 설정이라고는 하지만 암 같은 상황이 아닌가 싶어요. 몸 아픈 것, 그리고 피붙이의 죽음. 그 아픔이 너무 깊었어요. 그렇게 깊은 상처를 두 인물에게 씌웠기 때문에 이 드라마가 깊은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말로서가 아니라 죽어가는 사람을 보살피고 보듬는 거니까 더 (따뜻하게) 다가왔고요. 서로 속내도 잘 털어놓지 않던, 상처 깊은 사람들이 '굿모닝' 하고 아침 인사하기까지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서로 보듬어주는 일상이 너무 소중한데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 아닌가 생각했어요."

'어른들의 멜로'라고 불린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김선아는 '어른'이란 사람들에 대해 깊게 생각했다. "어른은 말을 잘 안 하니 속이 썩어간다. 손무한이란 사람도 아무한테도 자신의 마음을 말을 안 하는데 얼마나 불쌍한가. 순진이도 가장 친한 친구에게조차 자신의 것을 말하지 않는다"며 "서로 묻지도 않으면서 끄덕거리며 '알았다' 하지 않나. 근데 뭘 안다는 말인가?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데. 그런 점에서 어른들은 참 서툴구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나보다 더 오래 산 사람들이 더 능숙할 것 같지만 어른이 이렇게 서툴 수 있구나, 오히려 더 서툰 사람들이구나 싶었어요. 보듬어줘야 하는 사람은 어쩌면 엄마 아빠가 아닐까요. 어릴 때는 뭐든 툭 이야기했는데 어른이 되면서 표현을 안 하고 쌓아두는 것 같아요. 한 번 더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 눈치도 보게 되고 이러면서 말을 안 하게 돼요. 이든이(정다빈 분)한테 순진이가 '어른이 별거야?' 하는 대사가 있어요. 어른이 별거인 줄 알았는데 어른이 돼 보면 똑같잖아요. 어릴 땐 어른이 되게 큰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되어보니 그런 게 아닌 것... 참 애잔해요."

김선아 배우 김선아가 27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지난 24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김선아. ⓒ 굳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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