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 PD수첩 >의 한 장면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MBC


MBC < PD수첩 >은 지난 17일과 24일, 2회에 걸쳐 '검찰 개혁'을 다뤘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 개혁 1순위로 검찰이 꼽힌다. 검찰 개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서였을까? 방송이 나간 다음 날부터 관련 내용이 포털 사이트에 올랐다. 특히 1부에서 다룬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 접대 의혹 사건'은 큰 관심을 받았고, 최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해 재조사 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6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검찰개혁' 2부작을 연출한 유해진 PD를 만나 방송을 마친 소회를 비롯해 시청자 반응, '김학의 사건' 재조사 결정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유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 PD수첩> '검찰개혁' 2부작을 끝냈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진짜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검찰이 한국사회에서 가지고 있는 권력이 막강하잖아요. 막강한 권력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부담이 많이 가는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인터뷰 섭외가 너무 너무 어려웠어요.

사실 제가 3월 6일 < PD수첩 > - '미투운동 김기덕과 조재현' 편을 연출했는데 그때도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왜냐하면, 김기덕과 조재현이란 사람이 한국 영화계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대놓고 이야기를 안 하려고 해요. 그래서 (제보자가)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가 나타나지 않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이번에는 그것보다 몇 배는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저는 속으로 '와 이렇게까지 인터뷰가 안 될 수가 있나'라고 생각했었어요. 필요한 만큼 해내긴 해냈지만 다른 프로그램 제작할 때보다 힘이 몇 배나 더 들었던 것 같아요. 섭외할 때 안 하신다고 하면, '저희가 모자이크하고 음성 변조해서 익명으로 처리해드린다'고 하는데, 그렇게 했을 때 마음 놓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이번에는 그것조차 불안해 하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완전 실오라기 하나도 분간 가지 않을 정도로 (모자이크를 요구해서)... 인터뷰에 굉장한 부담감을 갖는 분들이 많았어요."

- 아무래도 검찰 권력이 막강하니까 그런 거겠죠.
"네, 맞습니다. 그 막강한 현재적 권력 때문에, 자칫 자신들의 이야기가 (자신들에게) 어떤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굉장히 걱정스러워 했던 것 같아요."

"검찰개혁 가치 항시적인 과제로 가져가야"

  유해진 MBC PD

유해진 MBC PDⓒ 유해진 PD 제공


- 검찰 개혁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촛불 정국을 거치면서 국민들을 대상으로 '제일 필요한 개혁과제 혹은 적폐청산 1호가 무엇인가'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을 때 1위가 검찰개혁이었어요. (저는) 언론이 거기에 부응하고 화답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검찰개혁이 쉬운 주제가 아니라서 방송으로 그걸 다룬다는 게 쉽지가 않아요. 왜냐하면, 취재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요.

현재 사장인 최승호 선배가 예전에 < PD수첩 >에서 '검찰과 스폰서'를 만들어 내보냈는데, 그게 가져온 파장도 굉장히 크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 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고 좋아졌냐면... 그건 방송 한 번 해서 될 일이 아니거든요. 저희 < PD수첩 >은 이 검찰개혁의 가치를 항시적인 과제로 가져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내부적으로도 이런 분위기들이 조성되고 있고 이참에 검찰개혁을 좀 다뤄 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검찰이 이렇게 개혁 대상이 돼야 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한국사회 내에서 검찰에게 과도한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그 권력을 좀 덜고 나누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정치적인 이유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정권이 자기 정권의 안위를 위해서 검찰을 상당 부분 이용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 1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의혹을 다뤘잖아요. 이 사건을 먼저 다룬 이유가 있을까요?
"여기서 '의혹'을 빼고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성 접대'라고 지금 말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사법적으로 확정된 건 아니니깐요. (동영상 속) 그 분이 김 전 차관이라고 의혹을 품을 순 있지만, 그 사람이 김 전 차관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고요.

그래서 법무부 산하 과거사재조사위원회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의혹에 대해서 계속 재조사를 고민해왔어요. 자칫하면 이게 재조사 목록에서 누락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어서, 이걸 언론에서 다시 한 번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별장 성 접대 동영상 사건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거든요. 저도 이번에 취재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진술을 들으면서 상당히 충격을 받았어요. 그렇게 충격적인 내용인 줄 잘 몰랐거든요. 그래서 그런 충격적인 내용이 과연 얼마만큼 진실인지 그리고 그렇다고 하면 그 부분에 있어서 과연 책임자는 누구인지 그것을 명확하게 하는 건 차후 우리가 해결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13년 만에 돌아왔는데,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걸 절감"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MBC


- 한학수 PD가 이 사안에 대해 "방송에서 나오지 않는 부분이 더 많고, 방송할 수 있는 부분만 방송한 것"이라고 했는데, '방송할 수 없는 부분'은 어떤 건가요?
"방송에서 다루지 못한 얘기를 이렇게 다른 매체에 얘기하는 게 온당한 것인 줄 모르겠어요. 그런데 '와 이게 현실에서 가능한 일인가' 싶을 정도의, 아주 비정상적인 성적 행동들이 있어요. 물론 그건 피해자들의 진술이죠. 우리가 사실이라고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건 아니고... 피해자들의 진술엔 다양한 비정상적인 성적 행동들이 담겨있습니다."

- 최근 언론에 나온 피해자 입장을 보면, 강요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더라고요.
"자발적 성매매라거나 금전 거래가 오간 것 아니냐고 의심하시는 분이 있어요. 그러나 분명한 건 이 피해자들이 이 윤중천이라는 건설업자에 강간을 당하고 그 장면들이 사진과 동영상들로 촬영되었다는 점이에요. 그걸 기반으로 협박이 이루어지고 그 협박 속에서 자발적인지 아닌지 모르는 성관계들이 지속되는 거예요.

물론 오랜 기간 동안 이뤄지면서, 체념하고 그걸 습관처럼 받아들이는 과정이 있어요. 그렇지만 그것조차도 진술 내용 또는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보면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요. 저희가 변호사들에게 물어봤을 때도 그런 맥락에서라면 충분히 범죄가 성립한다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 일각에선 검찰이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의혹을 덮었다, 뭐 이렇게 주장하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이 사안은 검찰 조직의 문제로 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말할 수 없어요. 다만 이번 사건에서 그런 동영상 속의 행동, 피해자들이 진술한 내용은 분명히 개인적인 일탈이죠. 그런데 그것을 조사하고 그것을 덮게 되는 과정을 보면 검찰조직 개혁의 문제죠. 사실은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거든요. 검찰은 검찰 출신 고위직 인사에겐 과감하게 칼날을 들이대지 못한 거예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검찰에 가서 수사를 받는 장면(팔짱을 낀 채 웃으며 조사를 받는 우 수석의 모습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었다-편집자 말)이 되게 상징적인데 그런 모습들이 검찰에서 계속 반복됐던 거예요. 그리고 이 별장 성 접대 사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됐다고 생각합니다. 그거는 검찰조직이 지금 가진 아주 치명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 이번에 검찰이 재조사하기로 했잖아요. 보람 있을 것 같은데.
"사실은 < PD수첩 >이 굉장히 힘든 프로예요. 담당하는 PD들은 주말도 없고 항상 밤 11시~12시에 퇴근해요. 저는 사실 13년 만에 < PD수첩 >으로 돌아왔는데, 정말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걸 절감해요. 막판에 밤새 편집하고 그럴 때는 '와 정말 이러다 내가 쓰러지는 게 아닌가' 할 때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모든 피로가 한방에 날아가는 이유는 이런 순간인 것 같아요.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에 내가 기여하고 있다고 느낄 때, 그때 제가 느끼는 육체적 피로는 정말 사소한 문제가 되는 거예요.

별장 성 접대 사건이 재조사되어야 한다는 방송 나가고 국민청원이 일어났잖아요. 그리고 그게 흐지부지 되던 분위기에서 저희 프로그램이 불을 확 지르고, 저는 좀 놀랐어요. 사실 방송 끝나고 나면 한두 시간 정도는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르잖아요. 그런데 1부 끝나고 김학의, 윤중천 그런 이름들이 그 다음 날 오후까지 포털에서 계속 1위인 거예요. 깜짝 놀랐어요. 와 이렇게 파괴력이 있구나, 국민들의 관심이 많구나죠.

이 과제에 대해서 국민들이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행동한 거잖아요, 청와대 청원을 하고 재조사를 하기로 하고... 그런 과정들이 좀 드라마틱 하기도 하고 제가 정말 보람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장검사 이상 실명 공개한 이유는..."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MBC


- 2부에서는 검사 위의 검사, 정치 검사를 다루셨어요. 정치 검사는 정권에 충성해 승진하는 검사를 지칭하는데, 인터뷰 보면 이런 검사는 5%고 95%는 열심히 자기 일 한다고 하던데...
"그(검찰조직) 안에도 편차가 있어요. 자기는 열심히 노력해서 사법시험을 치르고 검사가 됐어요. 누구나 자기가 노력한 것에 대해서 대가를 생각하는데 검찰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고위직 검사로 승진하고 검사장급 이상이 되면, 나중에 전관예우를 받게 되잖아요. 엄청나게 큰 금전적 보상이 주어진단 말이에요. 그런 것들을 꿈꾸고 가는 검사들도 분명히 있죠.

그런가 하면 저희 프로그램 마지막에 나오듯이 검사들이 임관할 때 선서하거든요. 그 선서와 초심을 끊임없이 반추하면서 검찰조직이 바른 길로 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가슴 아파하고 (그런 것에 대해) 내부에서 비판하는 사람도 있어요. 국민들이 바라는 건 그거거든요. 그런데 검찰은 그동안 그렇게 못했어요.

그 95% 안에도 편차는 상당히 존재해요. 어쩌면 그대로 놔둘 경우 과거에 우리가 정치검사라고 비판하고 손가락질했던 사람들의 길을 밟아갈 사람들이 더 많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중요한 것이고 국민들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거예요.

이번 프로그램 만들면서 법률 자문을 받아 부장검사 이상의 실명과 얼굴을 다 공개했어요. 어떻게 보면 획기적인 일일 수도 있는데, 그것으로 말하고 싶은 건 '너희들도 이젠 국민들을 두려워해라'예요. 그동안 검사장급 이상에 대해서만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는데, 부장검사 이상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고위직이고 공인이라고 할 만한 대접과 혜택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거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죠.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제 검찰이 잘못하고 옳지 않은 길로 가면 당신들의 신원이 공개되고 국민 지탄이 쏟아질 것이다. 이제 그런 당신들의 행동에 대해서 조심해야 될 것이다. 바른 길로 가라'는 이야기거든요. 저는 그런 부분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 2부에서 표창원 의원은 정치검찰에 대해 "정권이 검찰들을 감싸는 건 본보기로 다른 사람들도 정권에 충성하면 어떤 이유에도 검사들을 정권이 보호해줄 거니까 충성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라고 했잖아요. 개인적으로 그게 좀 충격이었는데.
"저희가 담았던 여러 가지 케이스가 검찰 제 식구 감싸기였거든요. 표창원 의원 말 뜻은... 검찰 내부 문제들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눈감아주는 그런 것들이 결국 검찰 내부에 던지는 메시지라는 거죠. '너네들 아무리 잘못해도 정권에 충성하면 이렇게 우리가 다 봐준다, 그러니까 정권에 충성해라'는 메시지요. 저희가 그런 맥락들을 잘 파악하고 이해하고 거기에 대해서 엄정하게 비판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죠."

- 검찰 다룬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BBK와 다스일 것 같은데... 같은 사안임에도 검찰이 내린 결론이 달라요.
"참여정부 때 정치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웠던 검찰이 그 이후 정권에서는 철저하게 정권의 이익에 복무했죠. 검찰이 얼마 전 다스 실소유주가 MB라고 인정하고 이명박을 구속했잖아요. 근데 10년 전 검찰은 다른 결론을 냈습니다. 그럼 그 당시 수사 라인에 있던 수사검사들은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책임을 지지 않고 있거든요. 과거 잘못된 수사를 다시 엄정하게 수사해서 진실을 밝히는 것은 단순히 수사 결과를 바꾸는 것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 당시 수사 지휘라인에 있던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서 책임을 물어야 된다는 거예요. 쉽지 않은 일이죠. 근데 그것을 같이 해야 된다는 거예요."

- '검찰개혁' 편으로 시청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뭔가요?
"제가 줄기차게 말씀드렸지만, 검찰개혁은 우리 사회에서 절대로 외면해선 안 될 아주 중요한 개혁과제입니다. 그것은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고 국민들의 관심과 감시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될 문제입니다. 국민들이 검찰개혁에 대한 관심을 놓는 순간 우리 사회의 발전은 멈출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다가 다시 뒤로 돌아가는 순간이 닥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가 모두 명심해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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