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평양공연에서 열창하는 YB밴드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북남 예술인들의 련환공연무대 우리는 하나'에서 윤도현, YB밴드가 열창하고 있다.

▲ 평양공연에서 열창하는 YB밴드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북남 예술인들의 련환공연무대 우리는 하나'에서 윤도현, YB밴드가 열창하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24일 공개된 YB의 새 디지털 싱글 < 2018 Live in Pyongyang >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지난 1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 봄이 온다'의 실황 녹음을 담은 작품이다.

그동안 몇 차례 북녘땅에서 진행된 우리 가수들의 공연 실황이 방송 등을 통해 소개된 적은 많았지만 음원 형태로 발매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상업용 영상물로는 조용필의 평양 공연을 담은 SBS 특집 프로그램 <광복 60주년 SBS 특별기획-조용필의 평양 콘서트>이 지난 2009년 발매된 조용필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 DVD를 통해 소개됐다.- 기자 말).

지난 5일 지상파 3사 TV 방영을 통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큰 관심을 모은 평양 공연에서 YB는 총 3곡을 연주하면서 안방에서 지켜본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방송용 공연으론 상당히 좋은 음질로 전파를 탔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녹음의 음반화 과정은 생각 이상으로 순탄치 않았던 모양이다.

심혈을 기울인 후반부 작업

 YB의 평양 공연 실황 < 2018 YB Live in Pyongyang > 표지

YB의 평양 공연 실황 < 2018 YB Live in Pyongyang > 표지ⓒ Dee Company


가수 본인의 콘서트가 아닌 관계로 YB가 의도했던 소리를 100% 담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후반 믹싱 및 마스터링 과정에 여타 정규 음반 제작 못잖은 노력을 기울였다.

음반의 시작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숙한 심수봉의 명곡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리메이크가 맡았다. YB는 원작의 분위기를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기존 자신들의 음악에 어울리는 편곡으로 재해석했다.

'남쪽 놀새떼'라고 본인들을 소개하면서 평양 관객들에 대한 인사말을 담은 'COMMENTS I'을 지나 두 번째로 연주된 곡은 그들의 대표곡 중 하나인 '나는 나비'다. 앞서 첫 곡 연주에선 크게 미동도 없었던 평양의 관객들도 이 곡이 울려퍼질 땐 기꺼이 박수로 박자를 맞추는 등 조금씩 객석과 무대가 하나가 되는 모습을 연출한다. 윤도현의 목소리와 어우러진 박태희(베이스)의 박력 있는 코러스, 기타리스트 허준과 스캇의 신명나는 연주가 기존 스튜디오 버전 이상의 생동감을 만들어낸다.

관객들에 대한 감사 및 끝 인사 'COMMENTS II'에 이어 연주된 마지막 곡은 '1178'이다. "사랑도 또 미움도 / 이제는 우리 둘만의 손으로 만들어 / 아픔도 그리움도 / 이제는 우리 둘의 가슴으로 느껴"라는 노랫말처럼 갈라진 한반도의 아픔을 담아낸 이 노래는 평양 공연의 의미를 더욱 뜻깊게 해줬다.

우리 록 그룹의 북한 순회 투어, 이뤄질 수 있을까

 YB(윤도현 밴드)

YB(윤도현 밴드)ⓒ Dee Company


< 2018 YB Live in Pyongyang >은 여타 공연 실황 음반과 비교하면 초라한 작품일 수 있다. 자신들의 단독 콘서트가 아닌 관계로 적은 곡수, 여타 록 공연과는 다른 차분한 현장 분위기 등은 악조건이나 다름없었다. 북한 관중들의 박수 소리도 여타 TV 공개 방송 속 인위적인 효과음처럼 들리고 마치 '원테이크 스튜디오 레코딩'(스튜디오 안에서 단 한번에 모든 악기 파트를 함께 연주, 녹음)에 가까운 분위기가 연출된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1980년대 후반 옛 소련+동구권이 개방의 물결을 타고 서방 세계 유명 팝/록 음악인들의 공연을 속속 허가하던 때가 있었다. 덕분에 빌리 조엘의 레닌 그라드 공연을 비롯해서 유라이어 힙, 아시아 등 유명 록 밴드의 모스크바 공연 등이 성사되고 음반으로 발매되는 등 차디찬 철의 장막을 녹여낸, 음악을 통한 화합의 장이 펼쳐지기도 했다.

YB의 평양 공연 실황 음원 발매도 이런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평화를 향한 작은 출발이 될 만하다. 때마침 27일 판문점에서 남북한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등 한반도 평화 조성을 위한 노력이 재개되고 있다. 아직은 미약한 발걸음에 지나지 않겠지만 이를 계기로 머지않아 YB를 비롯한 우리 록 그룹들의 북한 순회 공연도 이뤄지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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