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공녀> 영화 <소공녀> 포스터

▲ 영화 <소공녀> 영화 <소공녀> 포스터 ⓒ CGV 아트하우스


최근 '욜로(You Only Live Once)',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 등의 말이 유행하고 있다. 모두 개인의 취향과 그에 따른 소비 행태에 긍정을 표하는 단어들이다. 최근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통해 이처럼 새로운 방식의 삶을 택한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영화 <소공녀> 역시 이러한 경향의 연장 선상에 놓인 작품 중 하나이다. <소공녀>는 다소 비약적인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일종의 판타지 영화다. 그러나 <소공녀> 속 미소(이솜 분)의 비상식적인 선택은 역설적이게도 현실의 단면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으로써 기능한다.

가사도우미 일을 하며 하루를 살아가는 미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담배 한 모금, 위스키 한 잔, 사랑하는 남자친구이다. 새해가 되면서 담뱃값이 오르자 미소의 하루 생활비 계획에 변동이 생긴다.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포기할 수 없던 미소는 결국 방을 뺀다. 그리고 대학 시절 밴드 동아리 친구들의 집을 하나씩 방문하며 가사도우미 일과 숙식을 맞바꾼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해 자발적 노숙인이 된 미소의 선택은 비상식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공녀>는 상식적인 삶을 살아가는 미소 친구들의 모습을 통해 미소의 비상식적인 선택에 고귀한 가치를 부여한다.

밴드 연습이 끝나면 미소의 집에 모여 함께 담배를 피우고 위스키를 마시던 동아리 친구들은 이제 저마다의 삶을 살고 있다. 미소는 베이스 문영을 시작으로 키보드 현정, 드럼 대용, 보컬 록이, 기타 정미의 집을 차례로 방문한다. 이들의 주거형태는 각기 다른 물질적 풍요를 보여준다. 친구들의 집은 오래된 빌라, 아파트, 단독 주택, 고급 주택으로 영화의 시간순에 따라 그 크기가 확장된다. 물론 행복의 크기는 집의 크기와 비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신들이 상식적이고 평범한 세계에 편입되었다는 것에 안도함과 동시에 자신들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미소의 선택에 불편함을 느낀다.

일견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미소의 선택은 자신만의 삶의 소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소공녀>의 영어 제목에서 이 소신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Microhabitat', 미소서식지로 번역되는 이 단어는 미생물이나 곤충 등의 미소 생물이 서식하기에 적합한 서식지를 의미한다. 주인공 미소의 이름이 바로 여기서 차용되었다. 즉, 미소는 자신이 생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서식지를 찾기 위해 합리적이면서 누구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을, 그리고 삶의 가치를 유지해 줄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결국 문제는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있다. 삶의 방식의 다양성을 일컫는 여러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지만, 정작 우리 인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상식과 비상식의 이분법적 논리에서 타인의 삶을 바라보고자 하는 폭력적인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소의 선택을 폄하하며 '본의 아니게 폭력적이어서 미안하다'라는 말을 하는 정미처럼 말이다. 그러나 미소에게 있어서 상식적 삶과 비상식적 삶의 기준은 없다. 미소는 단지 서식하고자 할 뿐이다. 주거지를 포기한 것은 작은 서식지를 만들기 위한 미소의 가장 큰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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