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명문 FC 서울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FC 서울은 25일 전남 광양 전용구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1' 9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의 경기에서 1-2로 역전패했다. 서울은 전반 6분 조영욱이 득점에 성공했으나, 후반 7분 이지남, 후반 15분 유고비치에게 연달아 골을 내줘 패배를 맛봤다.

서울은 지난 라운드에서 대구를 3-0으로 완파할 때만 해도 상승세를 타는 듯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전반전까지 경기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기록한 조영욱과 최전방의 에반드로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공격 작업을 주도했다. 시즌 첫 연승에 대한 기대감을 걸 만한 흐름이었다.

무기력한 FC 서울, 박주영 교체카드도 실패

서울 황선홍 감독, '목표는 1위' 지난 2월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8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서울 황선홍 감독이 올 시즌 목표 순위를 밝히고 있다. 2018.2.27

▲ 서울 황선홍 감독, '목표는 1위' 지난 2월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8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서울 황선홍 감독이 올 시즌 목표 순위를 밝히고 있다. 2018.2.27 ⓒ 연합뉴스


하지만 후반 들어 전남이 공세로 돌아서자 서울은 무언가에 홀린 듯 흔들렸다. 전남의 거센 전방 압박에 서울은 허리 싸움에서 밀리며 속수무책으로 주도권을 내줬다. 서울이 올 시즌에 무너지는 전형적인 패턴이었다. 서울 수비진은 스피드와 몸싸움에서 전남의 외인 듀오 유고비치-마세도의 역습에 여러 번 흔들리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동점과 역전골을 잇달아 내준 이후에도 골키퍼 양한빈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실점을 허용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경기 내용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후반 교체카드를 꺼내 들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이마저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SNS 논란으로 한동안 구설수에 올랐단 박주영이 후반 22분 조영욱과 교체되어 오랜만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러나 그는 현저히 떨어진 경기 감각으로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최근 선발명단에서 제외된 이유를 스스로 증명했을 뿐이다. 박주영과 함께 후반 교체 투입된 윤승원과 코바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날 서울의 교체 선수들은 팀의 공격작업에 거의 기여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현재 서울은 2승 3무 4패, 승점 9점으로 K리그1 12개팀 중 9위에 머물고 있다. 선두 전북(승점 24)과는 벌써 15점 차이로 아득히 멀어졌고 강등권인 인천-대구와는 불과 3점 차다. 2000년대 이후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강호로 군림해왔던 서울로서는 자칫 최악의 시즌을 걱정해야 할 위기다.

황선홍 감독은 올 시즌 대대적인 팀 개편을 시도하며 주축 선수들을 물갈이했지만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나이는 들었어도 여전히 K리그 최고의 공격수 데얀이 떠난 최전방의 빈자리는 에반드로나 박주영이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서울의 득점력은 9골로 공동 9위에 불과하다. 팀내 최다득점자가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와 수비를 오가는 멀티플레이어 고요한(3골)이다. 그나마 신인 조영욱이 대구전에 이어 전남 상대로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이어가며 FC서울의 새로운 신성으로 떠오른 게 위안이다. 반대로 말하면 고작 루키 한 명에게 기대야 할 만큼 열악해진 명가 서울의 현재 상황은 오히려 씁쓸함을 준다.

뒤숭숭한 팀 분위기, 박주영의 SNS 논란까지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경기. 서울 박주영(오른쪽)과 수원 고승범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경기. 서울 박주영(오른쪽)과 수원 고승범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골 결정력보다 더 큰 문제는 애초에 중원과 후방에서 정상적인 빌드업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올 시즌 서울의 경기를 살펴보면 지난 대구전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중원 싸움에서부터 주도권을 내주며 어렵게 경기를 풀어가야 했다. 느리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수비진은 양한빈만 홀로 고군분투할뿐 매 경기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올 시즌 K리그 전 구단을 통틀어 전반과 후반의 경기력 편차가 유난히 극심하다는 것도 서울의 뒷심 부족을 잘 보여준다.

가뜩이나 팀 성적도 좋지 않은데 서울은 내부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일부 서울 팬들은 팀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최근 경기 때마다 황선홍 감독을 향하여 야유를 보내는가 하면 벌써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이미 황선홍 감독은 지난 시즌 5위에 머물며 챔피언스리그 티켓까지 놓친 데 이어, 올 시즌에는 주축 선수들의 이적과 팀 부진이 겹쳐 팬들이 대거 등을 돌린 상황이었다.

여기에 간판선수라는 박주영은 최근 SNS를 통하여 황감독이 부임한 지난 2년간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으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황감독은 "소통의 일환으로 생각한다"며 일단 감싸 안았지만 최근 박주영을 한동안 출전명단에서 제외하는 등 불화설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박주영은 정작 그라운드에서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겨울 서울과 3년 재계약을 맺었던 박주영은 올 시즌 4경기에 출전해 1골에 그치고 있다. 2015년 해외무대에서 K리그로 복귀한 이후 고질적인 잔부상과 경기력 저하로 출전명단에서 자주 제외되거나 2군을 들락거리며 팀에 큰 보탬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박주영보다 4살이나 더 많은 데얀이 올 시즌 수원 이적 이후에도 벌써 8골을 넣으며 건재한 골감각을 보여주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선수단이 모두 똘똘 뭉쳐서 위기를 극복해도 모자랄 판에, 선수-감독-팬이 서로 엇박자를 내며 따로 노는 풍경은 팀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팬들은 감독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선수는 그라운드가 아닌 SNS에서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형국이다. 감독은 위기에 대한 뚜렷한 해법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어느 쪽을 둘러봐도 답답한 FC 서울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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