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포스터.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포스터.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올해 영화계 최대 블록버스터물로 손꼽히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아래 <인피니티 워>)가 25일 국내 극장가를 통해 첫 선을 보였다.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는 이미 마블의 주요작품을 섭렵한 영화 팬들이라면 익히 짐작할 내용들이다. 우주를 지배할 수 있는 6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손에 넣으려는 타노스(조쉬 브롤린 분)와 이를 막으려는 어벤져스 군단의 목숨을 건 전쟁이 극의 전체를 지배한다.

워낙 많은 '히어로'들이 대거 출연하기 때문에 자칫 산만한 구성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지만 뚜껑을 연 내용물은 기대 이상이었다. 마블 최고 스타 아이언맨을 비롯해 캡틴 아메리카, 스파이더맨, 토르, 헐크, 블랙 팬서 등의 등장이 질서정연하게 이뤄지면서 제법 긴 상영 시간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도 화면으로 부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오늘밤 주인공은 나야 나!" 타노스의 위용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한 장면.  우주 정복을 꿈꾸는 타노스(조쉬 브롤린 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한 장면. 우주 정복을 꿈꾸는 타노스(조쉬 브롤린 분).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인피니티 워>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우주 최강의 악당' 타노스다. 지난 2012년 <어벤져스>에서 포악한 파괴 본능을 처음 드러낸 이후, 이번 작품을 통해서 상상 이상의 힘을 보여준다.

전작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마치 '중2병 걸린 듯한' 울트론의 어정쩡한 모습에 실망했던 마블 마니아라면 이번 타노스의 등장에서 기대 이상의 흥미를 느낄 법 하다. 이전 마블 영화에선 보기 힘든 독특한 성격의 캐릭터는 그가 왜 우주를 파괴하고 '돌멩이'를 얻기 위해 사랑하는 것을 버려야 했는지 등의 속사정을 제법 설득력 있게 관객들에게 설명한다.

<인피니티 워>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타노스 라이징> 등 코믹스 단행본을 통해서도 타노스의 '인간적인 면'(?)이 드러났다. 이를 알고 있는 마니아라면 <인피니티 워> 속 타노스가 왜 이런 인물로 그려졌는지 숨은 이유를 살짝 짐작해볼 만하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마블판 <제국의 역습>

한동안 마지막 회를 1, 2부로 나눠 제작하던 몇 해 전 할리우드의 선택(<해리 포터> <트와일라잇>)처럼 <인피니티 워> 역시 철저히 1편의 영화 절반에 해당하는 몫을 담당한다. 이번 <인피니티 워>의 끝맺음에 대해선 보는 이에 따라 제법 호불호가 나뉘겠지만 당초 이 영화의 원 제목이 <인피니티 워: 파트 1>이었음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선택으로 보인다.

막강한 악의 세력에 맞서 싸우다 장렬히 최후를 맞는 몇몇 히어로들이 생겨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게다가 '우리 편'이 악의 무리에게 밀리는 구성은 이미 <스타워즈 에피소드 V: 제국의 역습> 등에서도 익히 그려왔던 방식이다. 제작사 마블로선 내년에 개봉할 4편을 통해 결정적인 한방을 보여주기 위해 어느 정도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스러운 이야기를 택한 게 아닐지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마블의 전작들, 꼭 봐야 할까?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의 한 장면.  타노스 군단에 맞선 닥터 스트레인지, 토니 스타크(아이언맨), 브루스 배너(헐크)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의 한 장면. 타노스 군단에 맞선 닥터 스트레인지, 토니 스타크(아이언맨), 브루스 배너(헐크)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현재 마블의 영화 제작 흐름은 마치 10년에 걸쳐 방영되는 초대형 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등 개별 시리즈들을 유기적으로 엮으면서 <어벤져스>를 위한 10부작 내외 대하 드라마 구성의 큰 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들 시리즈를 꾸준히 지켜봐온 마블 고정 팬들이라면 첫 장면부터 금방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관객들에게 <인피니티 워>는 자칫 불친절한 영화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영화 감상을 통해 어느 정도 눈치가 빠른 분이라면 초반 30여 분 정도 이야기를 통해서도 전체적인 극의 틀을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전망이다. 어차피 마블의 영화들은 초등학생 등의 저연령층 관객들도 무리없게 보던 작품들인 터라 아주 복잡한 구성을 담진 않기 때문이다.

꼭 마블의 이전 작품들을 봐야 한다면 최소한 <토르: 라그나로크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 등은 '벼락치기' 공부 차원에서 무난한 선택이 될 것이다.

전반전을 끝마친 경기... 내년 후반전을 기다리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피니티 워>는 마치 전반전 0-3 가량 일방적으로 밀리는 경기를 펼친 축구팀에 비유해도 좋을 것이다. 핵심 주전 선수가 부상으로 실려 나가는 것 마냥 극심한 전력 손실을 입은 '어벤저스' 팀의 후반전은 이제 내년 제목 미정의 4편에서 그려낼 예정이다.

이쯤되면 상당수 영화 팬이 향후 마지막 이야기를 짐작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도 마블 영화는 줄지어 개봉될 예정이기도 하다. 분명한 건 '어벤저스'의 대패로 끝날 경기가 결코 아니며 결국 어느 누군가가 영웅이 될 가능성이 여전히 큰 시합이라는 것이다. 물론 마블 마니아들에겐 '전열 재정비'를 위한 제법 긴 시간의 기다림이 지금부터 시작되었다.

오락성 ★★★★
작품성 ★★★
기술성 ★★★★☆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마블 어벤져스인피니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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