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야구괴물' 오타니의 시즌 3승이 제구 불안과 불펜의 방화로 날아가 버렸다.

LA 에인절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는 2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미닛 메이드 파크에서 열린 2018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원정경기에서 5.1이닝 6피안타(1피홈런) 5볼넷 7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오타니는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에서 내려 왔지만 불펜 투수가 곧바로 역전 홈런을 맞으면서 시즌 3승이 무산됐고 경기는 에인절스가 8-7로 재역전승을 거뒀다(오타니 평균자책점 4.43).

한편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홈경기에서 2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3타수 2안타 1몸 맞는 공 1득점으로 활약하며 시즌 타율을 .250으로 끌어 올렸다(텍사스 2-3 패).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오승환은 팀이 연장 접전 끝에 4-3으로 승리한 보스턴 레드삭스전에서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다.

 오타니는 5.1이닝 동안 삼진7개를 잡았지만 볼넷도 5개나 허용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오타니는 5.1이닝 동안 삼진7개를 잡았지만 볼넷도 5개나 허용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 MLB.com 화면캡처


디펜팅 챔피언 상대로 7K 삼진쇼, 하지만 볼넷도 시즌 최다 5개

오타니는 빅리그에 데뷔하자마자 투수로는 9일 오클랜드전 6이닝 퍼펙트, 타자로는 3경기 연속 홈런을 터트리며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시범경기 부진으로 인해 곳곳에서 제기되던 "투타를 겸하는 '이도류'는 빅리그에서 통할 수 없다"던 조롱 섞인 비판들을 단숨에 뒤집는 반전을 만들어낸 것이다. 의심으로 가득했던 오타니에 대한 시선도 찬사로 바뀌기 시작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오타니가 마냥 신나게 날뛰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오타니는 지난 18일 보스턴과의 홈경기에서 보스턴 타자들이 주무기인 스플리터에 반응하지 않으면서 제구가 흔들렸다. 여기에 손가락 물집 부상까지 겹치면서 2이닝 3피안타 2볼넷 3실점으로 빅리그 진출 후 첫 패배를 당했다(오타니는 타자로서도 최근 3경기에서 12타수 3안타 무타점으로 시즌 초반의 무서운 기세가 한풀 꺾였다).

따라서 오타니에게 25일 휴스턴전 등판은 매우 중요했다. 휴스턴은 에인절스와 같은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소속인 데다가 작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강팀이기 때문이다. 만약 오타니가 휴스턴을 상대로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인다면 보스턴전 부진을 한 번에 씻어 버릴 수 있다. 반대로 휴스턴에게 무너지면 '강팀에 약하다'는 이미지를 가져갈 수 밖에 없다.

오타니, 보스턴전 2이닝 3실점 'MLB 첫 패전' 사진은 2018년 4월 17일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한 경기 당시 LA에인절스의 쇼헤이 오타니 선수의 모습.

사진은 2018년 4월 17일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한 경기 당시 LA에인절스의 쇼헤이 오타니 선수의 모습. ⓒ EPA/연합뉴스


오타니는 4회까지 삼진 5개를 곁들이며 휴스턴의 강타선을 1실점으로 막았다. 에인절스 타자들도 마이크 트라웃, 안드렐튼 시몬스의 홈런 등으로 4점을 뽑으며 오타니에게 비교적 넉넉한 득점지원을 해줬다. 하지만 오타니가 휴스턴 하위타선의 힘을 간과한 것이 화근이었다. 오타니는 5회 투구에서 8번 마윈 곤잘레스에게 볼넷을 내준 후 9번타자 데릭 피셔에게 중월 투런 홈런을 허용하며 한 점 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승리투수 요건을 채운 오타니는 6회 마운드에 올라 선두타자 율리에스키 구리엘에게 볼넷을 허용한 후 알렉스 브레그먼을 삼구삼진으로 잡아내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오타니를 구원한 좌완 호세 알바레스가 브라이언 맥켄에게 역전 투런 홈런을 허용하면서 오타니의 승리가 날아가고 말았다. 동점주자 구리엘까지 오타니의 책임주자였기 때문에 마냥 불펜을 원망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휴스턴의 강타선을 상대로 5.1이닝 동안 탈삼진 7개를 기록한 오타니의 구위는 나무랄 데가 없다. 하지만 1번부터 9번까지 한 방을 보유한 휴스턴의 대포를 의식한 듯 경기 내내 조심스런 투구를 펼쳤고 이 때문에 무려 5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이는 올 시즌 오타니가 첫 3경기에서 내준 볼넷의 합(4개)보다 많은 숫자다. 오타니가 노모 히데오나 다르빗슈 유(시카고 컵스)처럼 빅리그 진출 첫 해부터 A급 투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구위에 대한 더 강한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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