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페더급에서 활약 중인 '전투 호빗' 프랭크 에드가(37·미국)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강의 2인자'로 불렸다. 비록 '폭군' 조제 알도(32·브라질)와의 상성을 극복하지 못한 채 정상에 오르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 외의 상대들에게는 좀처럼 패배를 허용하지 않으며 챔피언보다 더 까다로운 랭커로 악명을 떨쳤다.

챔피언 타이틀에 다가가려면 에드가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대부분 상대가 여기서 막혀 고배를 마셨다. 과거 프라이드 시절 에밀리아넨코 표도르에 앞서 도전자 세력을 '커트'시키던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가 연상되는 대목이었다.

최근 에드가는 '최강의 2인자'라는 명성에 금이 간 상태다. 거침없는 기세로 치고 올라오던 무서운 젊은 피 'T-CITY' 브라이언 오르테가(27·미국)와의 맞대결에서 완패를 당하고 만 것이다. 그냥 패한 것도 아니라, 주짓떼로 오르테가가 풀스윙으로 날린 펀치를 그대로 맞고 넉 아웃으로 나가 떨어졌던지라 지켜보던 이들의 충격도 컸다.

 정찬성이 프랭크 에드가와 붙을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경기가 예상된다.

정찬성이 프랭크 에드가와 붙을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경기가 예상된다. ⓒ UFC 아시아 제공


전성기는 지났지만 여전히 강한 '전투호빗'

불사조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견디고 일어서던 에드가의 허무한 패배는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에드가의 시대도 끝났다'는 말이 터져 나왔다. 단 한경기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은 이르겠지만 경기 내용이 너무 안 좋았고 무엇보다 나이가 많은지라 그대로 하락세를 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얼마 전 UFC 파이트 나이트 128대회를 통해 증명되었듯이 에드가는 에드가였다. 국내 팬들에게는 '슈퍼보이' 최두호(27·팀매드)의 상승세를 꺾은 파이터로도 유명한 '상위권 문지기' 컵 스완슨(35·미국)과의 대결에서 넉넉한 낙승을 거두며 '아직 죽지 않았다'를 온몸으로 표출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코리안 파이터 정찬성(31·코리안좀비 MMA)이 '에드가와 붙고 싶다'는 뜻을 표명하며 국내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UFC에서 활약 중인 국내 선수 중 최고의 업적을 가지고 있는 정찬성은 에드가가 스완슨을 꺾은 직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맞대결 의사를 표명했다.

자신과 에드가가 대결하는 UFC 게임의 이미지를 첨부한 것을 비롯 에드가가 볼 수 있도록 직접 태그까지 하는 등 정성스럽게(?) 게시물을 작성했다. 단순히 내뱉는 말이 아닌 진지하게 겨루고 싶은 속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국내 팬들 역시 부상으로 1년 넘게 옥타곤을 떠나 있던 정찬성이 모처럼 적극적 행보를 보이자 뜨거운 반응으로 환대하는 분위기다.

사실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정찬성이 에드가와 붙기에는 여러모로 명분이 부족하다. 정찬성은 군복무로 인해 오랫동안 옥타곤을 떠나 있었고 데니스 버뮤데즈(32·미국)와의 UFC 복귀전을 승리로 이끈 후 1년 이상이 지난 상태다. 반면 에드가는 언제나 그랬듯이 꾸준하게 상위권에서 경쟁해왔다. 입지와 공헌도 자체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기대를 걸어볼 만한 부분은 정찬성의 이름값이다. 정찬성은 국내파이터는 물론 UFC에서 뛰고 있는 전체 아시아 선수를 통틀어서도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인지도를 자랑한다. '코리안좀비'라는 캐릭터는 외려 미국 현지에서 더욱 인기가 높다. 만의 하나 둘 간 경기가 추진된다면 정찬성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적인 인기가 많은 이유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에드가는 겉으로 보이는 외모만 놓고 봤을 때는 전적만큼 대단한 포스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167cm·65kg의 작은 체격에 얼굴도 터프가이와는 거리가 멀다. 무시무시한 한방 파워를 갖춘 것도 아니다. 하지만 누구나 인정하다시피 에드가는 강하다.

에드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부지런함이다. 에드가의 부지런함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쉬지 않고 스탭을 밟으며 멈추지 않는 공격으로 신장에서 오는 불리함을 상쇄해버린다. 큰 선수들보다 한두 스탭 더 밟아야 되는 핸디캡 정도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앞손 잽으로 거리를 가늠한 후 뒷손 스트레이트를 날리고 상대가 반격을 하려고 하면 어느새 풋워크로 빠져버리거나 클린치 후 테이크다운을 시도한다. 상대가 펀치를 경계하는 타이밍에서는 로우킥을 계속 차주던가 미들킥으로 허를 찌르고 기습적으로 태클까지 들어간다. 순간적으로 들어가는 뒷손 단발 펀치나 앞손 훅도 위협적이다. 워낙 부지런히 다양한 공격옵션을 쓰는지라 상대 입장에서는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맷집이 좋아 어지간한 타격 정도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자신의 공격을 펼친다. 킥 캐치에도 능해 에드가를 상대로 잘못 킥을 찼다가는 난감한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 발을 잡은 상태에서 미들킥을 차거나 파고 들어 펀치를 친다. 혹은 다리를 걸거나 케이지 구석으로 집어던진 후 빠르게 상위 포지션을 점령하기도 한다.

케이지를 등진 상태로 일어나려는 상대의 목을 잡고 체중을 실어 압박한 채 끌어내리며 컨트롤하는 기술 역시 빼어나다. 무엇보다 무서운 점은 이러한 플레이를 5라운드 내내 쉬지 않고 펼칠 수 있다는 점이다.

 프랭크 에드가는 작은 사이즈의 단점을 부지런함과 체력, 맷집으로 200% 커버했다.

프랭크 에드가는 작은 사이즈의 단점을 부지런함과 체력, 맷집으로 200% 커버했다. ⓒ UFC


테이크다운 모두 막아낸 스완슨? 의미는 없었다

일각에서는 에드가에 대해 "이제 나이가 있어 한창 때처럼의 플레이가 가능하겠냐"며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으나 아직까지는 건재해 보인다. 냉정히 말해 전성기보다는 떨어져 있을지 모르겠으나 여전히 에드가는 상위권 파이터들마저 곤란하게 할 만큼의 역량은 보여주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 스완슨전을 압도적 판정승으로 마무리 지었다.

에드가는 언제나처럼 활발하게 주변을 돌며 압박을 시작했다. 앞손 잽으로 슬슬 건드리는가하면 훅과 어퍼컷 연타가 이어졌으며 로우, 미들, 하이킥 등 킥공격이 단발로 들어갔다. 반면 스완슨은 마음껏 치고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에드가의 카운터 타격이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타이밍 태클에 대한 경계심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고 보는 게 맞다. 이전 맞대결에서 혹독하게 당한 바 있는지라 한번 넘어지게 되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지 잘 알고 있었다.

에드가는 부지런히 스완슨을 압박했다. 잽거리 바깥쪽에서 스완슨의 주변을 돌다가 치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이따금씩 태클을 들어가려는 듯한 동작을 섞어줬다. 때문에 스완슨은 시간이 지날수록 선제공격을 거의 하지 못하고 선공을 치고 물러나는 에드가에게 많은 정타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큰 데미지를 줄 정도는 아니었으나 잔타격으로 정타를 계속 허용하며 점수를 야금야금 빼앗겼다. 거기에 단발로 들어가는 로우킥은 스완슨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스완슨은 에드가의 접근을 막기 위해 앞손 잽을 계속해서 넣었으나 에드가에게 닿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이미 너의 수를 알고 있다'는 듯 잽을 흘려버리고 펀치연타로 압박하거나 들어갈듯 멈춰 서서 단발 로우킥을 갈겼다. 스완슨으로서는 거리를 잡지 못한 채 앞손 잽마저 계속 빗나가는지라 장기인 뒷손펀치를 셋업시킬 타이밍 자체를 거의 얻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날 스완슨의 테이크다운 디펜스 성공률은 100%였으나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는 기록이었다.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두렵게 했다'는 말처럼 성공시키지 못한 에드가의 테이크다운은 또 다른 효과를 일으키며 이날 승리에 크게 공헌했다는 분석이다.

허무하게 패하기는 했으나 스완슨은 어지간한 상위랭커 아니면 당해내기 힘든 선수다. 그런 스완슨을 어렵지 않게 잡아낸 에드가인 만큼 특유의 경쟁력은 여전히 남아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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