슛하는 라틀리프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19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예선전 대한민국과 뉴질랜드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최근 귀화하며 대표팀에 합류한 라틀리프가 슛하고 있다.

▲ 슛하는 라틀리프 지난 2월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19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예선전 대한민국과 뉴질랜드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최근 귀화하며 대표팀에 합류한 라틀리프가 슛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귀화 농구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라건아)의 행선지는 어디가 될까. 라틀리프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농구 특별 귀화선수 드래프트가 오는 26일 오전 KBL센터에서 열린다. 23일부터 25일까지 각 구단으로부터 영입 의향서를 받고, 영입 의향서를 낸 구단들이 동등한 확률을 배정받아 드래프트 추첨에 참가하는 방식이다. 라틀리프의 원 소속구단 서울 삼성은 물론 KBL 모든 구단들이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다.

라틀리프는 2012-2013시즌부터 6년간 한국무대를 밟았다. KBL 통산 평균 18.7득점 10.4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으며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 준우승 1회 등을 달성하여 국내 최고의 외국선수로 거듭났다. 올해 1월 22일에는 특별귀화 허가를 받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여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 중이다.

신장 199cm, 몸무게 110kg의 라틀리프는 빅맨으로서 큰 키는 아니지만 단단한 체구와 파워를 바탕으로 골밑 장악력이 뛰어난 정통 센터다. 속공에 가담할 정도로 민첩한 스피드와 활동량, 웬만해서는 지치지 않는 강철 체력도 강점이다. 나이도 1989년생으로 아직 서른도 되지 않았다. 시기적으로도 기량이 현재 최전성기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당장 다음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 신장제한의 강화로 2m 이상의 장신 선수들이 사라지며 라틀리프의 가치가 더욱 배가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라틀리프를 보유한 팀은 3년간 최소 6강 이상은 기본이고 우승까지 노릴 수 있는 만큼 어느 구단이라도 탐낼 만하다.

귀화 농구선수 라틀리프의 행선지는 어디가 될까

국기에 경례하는 라틀리프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19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예선전 대한민국과 홍콩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최근 귀화하며 대표팀에 합류한 리카르도 라틀리프(가운데)가 애국가에 맞춰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국기에 경례하는 라틀리프 지난 2월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19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예선전 대한민국과 홍콩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최근 귀화하며 대표팀에 합류한 리카르도 라틀리프(가운데)가 애국가에 맞춰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라틀리프를 가장 원할 만한 구단은 어디가 있을까. 라틀리프가 활약했던 친정팀인 울산 현대모비스나 서울 삼성을 비롯하여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던 부산 kt나 창원 LG 등이 있다. 하지만 의외로 지난 시즌 우승팀 서울 SK나 4강에 오른 전주 KCC 등도 라틀리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SK는 정규리그에서 맹활약한 애런 헤인즈를 비롯하여 플레이오프에서 우승에 기여한 제임스 메이스, 테리코 화이트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라틀리프를 영입하게 되면 챔피언결정전 MVP인 화이트와 재계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장점이다. 기술과 득점력이 좋은 화이트는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 신장제한 기준에 따라 장신 선수로 분류되기 때문에 재계약 전망이 불투명했지만 라틀리프가 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부경, 김민수, 최준용 등 서울의 풍부한 장신 포워드진과 라틀리프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전주 KCC에는 국내 최장신센터인 하승진이 있다. 라틀리프가 들어오면 하승진과 함께 공포의 트인타워를 구축할 수 있다. 어느덧 베테랑이 된 데다 내구성과 스피드, 활동반경이 부족한 하승진의 약점을 라틀리프가 충분히 보완해줄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단신 외국인 선수 안드레 에밋을 1옵션으로 활용해왔던 전주는 외국인 선수 선발에 또 다른 단신 테크니션 영입에 주력할 수 있다.

친정팀 울산 현대모비스는 라틀리프를 직접 리그 최정상급 선수로 키워낸 유재학 감독이 있다. 울산은 라틀리프가 떠난 이후 지난 3년간 사실상 센터 없는 농구를 시도했으나 플레이오프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국가대표 센터 이종현이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복귀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라틀리프가 가세하면 득점력과 높이 고민을 단숨에 해결할수 있다.

라틀리프 영입 구단이 얻게 될 효과와 부작용

반면 라틀리프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구단들도 있다. 원주 DB는 올해 정규리그 우승의 주역인 디온테 버튼과의 재계약에 더 주력하는 분위기다. 김주성과 로드 벤슨이 은퇴하고 두경민도 군에 입대하는 원주는 버튼을 반드시 잡아야 다음 시즌 전력구상의 뼈대를 갖출 수 있는 상황이다. 고양 오리온과 인천 전자랜드 등은 라틀리프 영입에 따른 손익계산 등을 점검하며 신중한 입장이다.

한편으로 라틀리프 드래프트의 효율성에 대하여 비판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라틀리프의 기량은 의심할 나위가 없지만 과연 그 정도로 투자할 가치가 있느냐는 것. 한마디로 '탐은 나지만 선뜻 손을 뻗기에는 가격이 너무 부담스러운 명품'과도 같다.

라틀리프는 한국으로 귀화하는 과정에서 KBL과 세부적인 조건에 대하여 합의를 마쳤다. 한국에서 뛰는 동안 연봉과 각종 수당을 비롯해 세금까지 모두 국내 구단들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알려진 것에 따르면 첫 해에만 10억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알려졌다. 라틀리프가 아무리 좋은 선수라고 해도 구단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더구나 라틀리프는 귀화를 했음에도 아직까지 완전한 국내 선수로는 인정받지 못한다. 라틀리프를 영입한 팀은 사실상 외국인 선수 한 명을 더 보유한 효과를 얻게 되는 만큼, KBL은 각 구단들의 '형평성'을 내세워 라틀리프에게만 출전 규정에 있어 따로 제약을 걸었다. 라틀리프를 보유한 팀은 외국인 선수를 2명 영입할 수 있지만 라틀리프가 코트에 있을 때는 오직 1명만 나설수 있다. 더구나 2명의 외인 영입에 최대 70만 달러(7억5400만 원)를 쓸 수 있는 다른 구단과 달리, 라틀리프를 보유한 구단은 외국인 선수 2명을 45만 달러(약 4억8000만원) 이내에서만 선발할 수 있도록 비용이 제한된다. 앞으로 3년간 라틀리프를 영입한 구단이 감수해야 할 몫이다.

한국 국적 취득 소감 밝히는 라틀리프 한국 국적을 취득한 프로농구 서울 삼성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특별 귀화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한국 국적 취득 소감 밝히는 라틀리프 한국 국적을 취득한 프로농구 서울 삼성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지난 1월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특별 귀화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결국 라틀리프는 완전한 국내 선수도 아니고 외국인 선수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 있게 됐다. 또한 구단은 라틀리프를 보유했다는 '원죄'로 인하여 오히려 외국인 선수 선발에 핸디캡까지 안게 된다. 기껏 라틀리프를 영입해놓고 좋은 외국인 선수를 뽑지 못하면 돈은 돈대로 쓰고 라틀리프 효과가 반감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농구팬들이 '이럴거면 라틀리프는 대체 왜 귀화시켰나'라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사실 이런 사태는 농구계에서 국가대표 발탁만을 전제로 성급하게 라틀리프 귀화를 추진할 때부터 예고된 부작용이었다.

현행 외국인 선수 신장제한 규정이 내년에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또 다른 변수다. 김영기 총재가 말년에 무리한 강행한 외국인 선수 신장제한 규정에 대하여 현장과 팬들 모두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만큼 새로운 총재가 부임하면 다시 논의될 것이 유력하다. 신장제한이 폐지되고 자유계약제에서 우수한 외국인 장신 선수들이 대거 영입되면 라틀리프의 위력은 반감될 수 있다.

당장은 라틀리프가 자기보다 큰 선수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언더사이즈 빅맨'의 특성상 나이가 들수록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굳이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며 라틀리프와 장기계약을 맺어야 하는 부담을 짊어질 필요가 없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라틀리프 드래프트가 과연 다음 시즌 이후 프로농구 판도에 어떤 변수가 될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농구 라틀리프 라건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