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그날의 너'와 새 음반 < 치유 >를 발표한 러블리즈

'그날의 너'와 새 음반 < 치유 >를 발표한 러블리즈ⓒ 울림엔터테인먼트


러블리즈가 23일 5개월 만에 새 음반 < 治癒(치유) >를 들고 돌아왔다.

짧은 인트로 연주곡을 포함한 총 6곡의 신작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전작 < Fall In Lovelyz >의 머리 곡 '종소리'에 이어 작곡팀 원피스의 이름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러블리즈라는 팀의 확실한 색깔 구축에는 '아츄', '데스티니', '지금 우리' 등 일관성 있는 흐름의 곡을 만든 윤상과 원피스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지난해 11월 '종소리' 발표 당시만 해도 그들의 부재를 연이은 3부작 시리즈를 마감하고 잠시 쉬어가는 의미로 생각한 팬들도 제법 많았었다. 하지만 < 치유 >에서도 원피스의 작품을 찾을 수 없게 되면서, 팬들은 그들의 빈자리를 실감하는 분위기다.

새롭게 러블리즈의 머리 곡을 맡아준 이들은 놀랍게도 또 다른 유명 작곡팀 스윗튠이다. 

원피스의 빈 자리...새롭게 등장한 스윗튠

스윗튠은 카라, 러블리즈의 회사(울림엔터테인먼트) 선배이기도 한 인피니트 등의 성공을 이끌었고 레인보우, 나인뮤지스, 스피카, 스텔라 등 감각적인 색채를 내세운 그룹들을 맡으며 지난 수년간 국내 가요계의 대표적인 프로듀싱 팀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1990년대 복고풍의 멜로디, 화려한 신시사이저 + 통통 튀는 베이스 연주(주: 위대한 탄생의 이태윤이 주로 담당) 등이 혼합된 스윗튠의 음악은 전주만 들어도 이 팀의 곡임을 금방 알 수 있을 만큼 분명한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그 좋은 예가 카라의 '미스터', 인피니트의 '추격자', 레인보우의 'A', 나인뮤지스의 '티켓' 등이다.

하지만 4인조로 재편된 카라가 다른 작곡팀의 곡을 받은데 이어 인피니트 작업에서도 손을 뗀 2014년 이후의 스윗튠은 대중들의 시야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스누퍼, 로미오, 타겟, 일급비밀, 에이디이 등 중소기획사들 신인그룹의 곡 작업을 한 이유도 있었지만 최근의 R&B + EDM + 힙합 등이 유기적으로 혼합된, 이른바 '트렌디한' 사운드와는 거리가 멀었기에 어느덧 잊혀진 작곡팀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러블리즈의 정규 2집 < R.U. Ready ? >에 'Emotion', '더(THE)' 등을 제공하며 근 3년 만에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스윗튠은 올해 들어선 역시 같은 회사 소속 골든차일드의 미니 2집 < 기적 >에 참여, 머리 곡 '너라고'와 후속곡 'Lady'를 통해 전성기 시절 스윗튠에 비교적 근접한 음악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러블리즈 음악은 그대로일까? 변한 걸까?

 러블리즈의 새 음반 미니 4집 < 치유 > 표지

러블리즈의 새 음반 미니 4집 < 치유 > 표지ⓒ 울림엔터테인먼트


러블리즈의 이번 머리 곡 '그날의 너'는 '멜로디 장인' 스윗튠의 명성에 걸맞게 수려한 곡 전개로 귀를 사로잡는다.

특히 후렴구 부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코 끝에선 화~ 입안에선 후(시린 기억 화~ 모두 모아 후)" 등을 반복적으로 배치해 강한 인상을 심어주려 노력했다.

독특한 음색을 자랑하는 케이와 고음역대를 지탱해주는 진, 리더 베이비소울 등의 보컬 라인을 축으로 울려퍼지는 8명의 개성 넘치는 화음은 음반의 제목처럼 팬들의 마음을 상큼하게 치유시켜줄 만하다.

비록 머리 곡을 만들어준 이들은 달라졌지만 기존 러블리즈 음악이 내세운 '청순'의 이미지는 여전히 흐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와 달리 심은지(JYP) + 변방의 킥소리, 레이저, 다빈크, 원택 + 탁 등 그동안 러블리즈 음반 작업을 도맡아줬던 이들이 맡은 수록곡들에는 제법 큰 변화가 찾아왔다.

특히 심은지 + 변방의 킥소리가 만든 '미묘미묘해'는 역대 러블리즈 음악과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소리를 담아냈다. 출렁이는 16비트 리듬 기타와 절묘하게 흐름을 이끄는 스트링 연주가 흥을 돋구는 등 지금껏 러블리즈 음반에선 좀처럼 접하기 힘든 요소들을 녹여냈다.

원피스의 일원이 아닌, 솔로 음악인으로 2년 만에 참여한 다빈크의 곡 'Temptation' 역시 기존 러블리즈의 음악과는 많이 다른 작품이다. 간결한 톤의 전자 악기 배치 + 과감한 조바꿈의 구성, 성숙한 이미지를 녹여낸 가사 등으로 한 계단 훌쩍 성장한 러블리즈를 표현한다.

음반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SHINING★STAR'는 수록곡 중 가장 빠른 비트를 자랑하는 곡이다. 지난해 사랑받은 '종소리'를 만들었던 원택 + 탁 콤비는 J-Pop 혹은 J-Fusion 의 기운을 물씬 내뿜으며 롤러코스터 같은 멜로디 전개를 과시한다.

록그룹 페퍼톤스의 초기 곡 혹은 일본 TV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연상해도 좋을 법한 경쾌한 모던 록 형태의 악곡 구성에 EDM 사운드를 접목시킨 과감한 실험은 새 음반 < 치유 >의 또 다른 백미로 손꼽을 만하다.

소리는 달라져도... 러블리즈만의 고집은 여전해

 '그날의 너'와 새 음반 < 치유 >를 발표한 러블리즈

'그날의 너'와 새 음반 < 치유 >를 발표한 러블리즈ⓒ 울림엔터테인먼트


러블리즈는 지난 2014년 11월 데뷔 이래 일관성 있는 음악+콘셉트를 내세우며 2010년대 아이돌 시장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마련해왔다.

특히 해외 팝 시장의 유행 및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팀들과 달리, 러블리즈는 어설픈 곁눈질 한 번 하지 않고 고집에 가까울 정도로 자신들만의 일관성을 유지해 나갔다.

비록 각종 순위를 뒤흔들만큼의 폭발력 있는 인기를 누리진 못했지만 양질의 소리를 담아낸 러블리즈의 음반들은 일반 팬들뿐 아니라 직접 곡을 만드는 많은 음악 창작인들에게도 주목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건 자칫 그룹의 확장성을 가로막는 약점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고유의 독자성을 만들어낸 그녀들만의 장점으로 자리매김한다.

아쉽게도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맡아준 원피스는 없지만 그 빈 자리는 다른 음악인들이 메우면서 이제 햇수로 5년째를 맞이한 러블리즈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 치유 >라는 제목처럼 러블리즈의 새 노래들이 음악팬들의 마음 속에서 '상처 아문 후 돋아난 새 살' 같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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