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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직원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 사태와 2018년 물세례 갑질 사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내부 직원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몇차례에 걸쳐 그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편집자말]
22일 <오마이뉴스>에 "사내 익명게시판 여론조작을 지시받았다"고 증언한 대한항공 직원의 사원증.
 22일 <오마이뉴스>에 "사내 익명게시판 여론조작을 지시받았다"고 증언한 대한항공 직원의 사원증.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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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감도 누르고, 뭣도 모르는 사람이 아무렇게나 쓴 글로 보이게 댓글을 달아야 한다.'

현직 대한항공 직원이 또렷이 기억하는 수 년 전 기억이다. 22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A씨는 당시 사내 익명 게시판에 일종의 여론조작을 종용받았다고 증언했다.

"소통광장 게시판(대한항공 사내 익명 게시판)에 회사에 대한 제언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후 정례 회의가 열린 날이었어요. 임원과 여러 팀장들도 있었는데 그때 제 상사가 회사 홈페이지를 띄워놓고 직접 로그인하라고 시켰습니다. 그리고 비공감도 누르고, 댓글도 달라고 했죠."

땅콩회항 사태 이후 개설된 게시판이건만

A씨가 말한 소통광장 게시판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회항' 이후 사내 의견 개진을 활발히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는 자신의 상사가 비공감과 댓글을 달라고 지시한 게시물을 "회사의 전략적 측면에 대해 제언하는 글"이라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다른 회사는 전략적으로 쭉쭉 뻗어나가는데 우리는 의사결정도 느리고 사업에 문제가 많다, 인력도 제때 충원이 안되고 로드맵도 부족하다, 임원진과 경영진의 조속한 판단이 필요하다 등의 내용이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해당 게시글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상사가 그런 지시를 내린 것에 '이건 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머뭇거리는 동안 상사는 재차 같은 지시를 내렸다.

"제가 지시를 이행하지 않자 상사는 'DDO(당시 자재부문 담당 부사장의 코드명)가 해도 된다고 그랬어'라고 말하더군요. 그래도 제가 머뭇거리자, 결국 주변 사람들이 '나중에 하라'고 말리면서 상황이 마무리됐습니다."

A씨는 "당시 구두와 메일을 통해 중간 관리자에게 비공감을 달거나 댓글을 남기라는 지시가 간 걸로 안다"라고 증언했다. 그가 댓글을 달도록 지시받은 게시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대한항공 사내 익명 게시판인 소통광장 게시판.
 대한항공 사내 익명 게시판인 소통광장 게시판.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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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최근 만들어진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거론하며 회사 인사·노무 관련 직원으로부터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인사·노무 관련 직원조차 주어진 일이어서 어쩔 수 없이 채팅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한다.

A씨는 최근 총수 일가로부터 빚어진 일련의 사태 때문에 "직원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일상적으로 돌아가는 일은 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들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다. '또 터졌네, 또 터졌네', '아이 뭐, 모르겠다' 같은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러면서 A씨는 대한항공의 폐쇄적 내부 구조 속에서도 직접 인터뷰에 응한 이유를 "회사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총수 일가의 인격 모독성 갑질 때문에 대한항공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조차 매도 당하고 있다"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우리나라 기업들이 자유롭게 일하려면 이런 오너의 갑질은 분명히 뿌리 뽑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항공 측은 A씨의 증언에 대해 "조직적으로 (여론조작을) 하지 않으며, 제보자의 말은 금시초문"라고 해명했다. 대한항공 측은 "소통광장 게시판에 종종 사내 비판적인 글이 올라온다, 하지만 댓글 분위기를 보면 무조건 그 글을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담당 부서에선 공식적으로 '검토해보겠습니다',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답글을 남기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입 열기 시작한 대한항공 직원들 ①] "우리는 1000달러 세관 적발시 파면... 총수는요?"


태그:#대한항공, #갑질피해,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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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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