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우리 옆을 지켜주실 것만 같던 부모님. 앞으로도 정정하신 모습으로 계셨으면 좋으련만 그들도 인간이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엔 흰 머리가 늘어나고, 덩치는 왜소해져만 간다.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를 지켜주시고 키워주신 만큼 그들에게 갚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지가 않다. 사실 현재 고령화 시대, 부모봉양에 대한 문제는 사회적 화두이기도 하다.

우리는 가혹한 세상에서 가족과 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돈을 벌어야만 한다. 이제 부모님의 도움에서 벗어날 때가 된 것이다. 혹은 이미 자립했거나. 그렇다면 돈을 벌려면 무엇을 해야할까. 일이다. 그리고 일을 하려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하루의 1/3에서 1/2까지 직장에서 보낸다면 나이 드신 부모님은 누가 돌볼까. 만약 아직 정정하시거나 같이 계시면 다행이다. 하지만 두 분이 이혼하셔서 각자 계신다면? 게다가 그중 한 분이 치매에 걸렸다면? 치매의 무서움은 집안을 어지럽히는 정도가 아니다. 뚜렷하지 않은 정신으로 혼자 집을 나섰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라던가 사고까지 생길 수도 있다.

로봇 앤 프랭크 영화 <로봇 앤 프랭크>의 프랭크 역을 맡은 프랭크 란젤라와 로봇(목소리는 피터 사스가드)

▲ 로봇 앤 프랭크 영화 <로봇 앤 프랭크>의 프랭크 역을 맡은 프랭크 란젤라와 로봇(목소리는 피터 사스가드) ⓒ (주)마인스 엔터테인먼트


영화 <로봇 앤 프랭크>의 주인공 프랭크가 딱 이런 상황이다. 아내와 이혼하여 홀로 전원생활을 하고, 치매에 걸려 깜빡하기 일쑤다. 아버지가 걱정되는 아들은 쉬는 날에 매주 10시간씩 달려 아버지를 뵈러 온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이 때문에 아들은 자신의 자녀와 보낼 시간이 없다고 푸념한다. 인권운동을 위해 외국에 있는 딸은 영상통화로만 걱정할 뿐이다.

이처럼 안쓰럽기만한 프랭크에겐 남들과 다른 속사정이 있다. 그는 전직 금고털이범이었다. 그것도 꽤나 실력 좋은. 지금은 은퇴한 지 오래지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지금도 간간이 비누 등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훔쳐 자신만의 비밀 창고에 넣어둔다. 이젠 취미가 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속사정은 전과 사실이다. 그는 오랜 기간 감옥에서 지낸 탓에 아들과의 추억이 거의 없다. 이때부터 치매가 진행된 것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출소 후 만난 아들을 옆집 아이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아들은 첨단 로봇을 꺼내 프랭크에게 건넨다. 자신들 대신 그를 돌봐줄 로봇이었다. 처음엔 로봇을 꺼리던 그도 차츰 마음의 문을 연다. 그 계기 또한 재밌게도 로봇이 도둑질을 도와서다. 로봇은 그의 건강호전을 목표로 온갖 집안일, 요리 등을 도맡아하고, 도둑질도 같이하는 인생의 파트너가 된다. 로봇을 반대하던 딸이 전원을 꺼버리자 무엇보다 아끼는 그녀에게 다시 전원을 켜라며 호통을 칠 정도로.

영화는 둘이 믿음직한 관계로 발전되는 과정을 지루하지 않게 그려냈다. 프랭크는 자잘한 물건부터 고서, 값비싼 장신구까지 도둑질을 하는 사고뭉치지만, 나름의 사연을 넣어 둘을 합리화시키고 정감이 가도록 만들었으며 줄곧 이런 말썽쟁이를 귀여운 거짓말까지 해가며 챙기는 로봇. 이 둘의 케미가 영화를 계속 보게 만드는 동력이다.

영화 <로봇 앤 프랭크>를 보고 생각해볼 지점들

로봇 앤 프랭크 영화 <로봇 앤 프랭크>의 프랭크 역을 맡은 프랭크 란젤라와 로봇(목소리 - 피터 사스가드)

▲ 로봇 앤 프랭크 영화 <로봇 앤 프랭크>의 프랭크 역을 맡은 프랭크 란젤라와 로봇(목소리 - 피터 사스가드) ⓒ (주)마인스 엔터테인먼트


영화 <로봇 앤 프랭크>는 미소짓게 만드는 케미 속에 생각해볼 만한 주제도 제시한다. 하나는 위에 말한 부모님의 부양에 대해서이고, 다른 하나는 로봇에게서도 정서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영화에서 로봇은 단지 잡일을 완벽하게 한다고 프랭크의 신뢰를 얻는 것이 아니다. 옆에 아무도 없는 그의 곁을 항상 지키며 말동무가 되어준다. 로봇 대신 인간, 예를 들어 아들이 있었다면 로봇처럼 매사에 반죽 좋게 그를 대할 수 있었을까. 더구나 분명한 범죄이긴 하지만 그가 좋아하는 여성에게 선물해줄, 싫어하는 남성에게 벌을 줄 도둑질을 같이하며 힘이 돼줄 수 있었을까 싶다. 행동은 완전한 잘못이지만, 그 의미만큼은 프랭크에게 있어 살아갈 힘이 됐다는 이야기다.

로봇은 이제 인간의 편리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반려로서의 기능마저 수행하리라 예상된다. 단적인 예로 수명 증가와 저출산으로 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만 봐도 이 같은 발전이 시급하다. 얼마 전 알려진 죽은 지 며칠이 지났지만, 아무도 몰라서 그 건물에 화재가 났을 때에야 죽음이 드러난 독거노인의 안타까운 사연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또한 자지도 않고 항시 대기하며 말동무가 되어 주는 로봇의 존재는 홀로 남은 인간에겐 크나큰 낙이 될 것이다. 어쩌면 자식보다도.

부모의 거취 문제로 부모·자식간에 골머리 썩으며 감정 다툼이 일어나는 일도 허다하다. 하지만 로봇과는 감정 소모를 할 일이 없다. 결국 로봇의 발전은 부모의 안위뿐 아니라 가족 간의 화합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것도 돈이 있는 사람만 쓸 수 있다는 과제가 있긴 하다. 이같은 로봇이 시민에게도 상용화될 정도가 되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영화와 같이 로봇이 발전되더라도, 그 이전에도, 가족간의 관심이 우선시돼야 한다. 이것이 없거나 부족하다면 로봇은 임시방편일 뿐이고, 그마저도 없다면 세상을 떠났는지도 모르고 차갑게 식어가는 이들은 늘어날 것이다. 어쩌면 미래에 우리도 그렇게 될지 모를 일이다.

로봇 앤 프랭크 영화 <로봇 앤 프랭크>의 왼쪽부터 제니퍼역의 수잔 서랜든, 프랭크 역의 프랭크 란젤라

▲ 로봇 앤 프랭크 영화 <로봇 앤 프랭크>의 왼쪽부터 제니퍼역의 수잔 서랜든, 프랭크 역의 프랭크 란젤라 ⓒ (주)마인스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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