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에 슈가맨으로 출연한 1대 '란' 전초아

지난 22일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에 슈가맨으로 출연한 1대 '란' 전초아 ⓒ JTBC


일명 '미니홈피 차트'가 가요계를 휩쓸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하하 친구로 더 잘 알려진 미노가 속한 프리스타일의 'Y'도 미니홈피 유저들이 사랑했던 노래 중 하나였다. 란의 '어쩌다가'는 미니홈피 BGM의 제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다.

란의 '어쩌다가'가 발표된 2000년대 초반에는 유독 얼굴 없는 가수들이 많았다. JTBC 예능 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 시즌1에 등장했던 Izi, 키스, 바나나걸, 루시퍼도 그랬다. 온 국민이 다 알 법한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 OST '용서 못해'를 부른 차수경 또한 <슈가맨> 시즌1 출연을 통해 비로소 얼굴을 알렸다. 노래는 유명하지만 정작 그 노래를 부른 가수의 이름이나 정체는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꽤 있었다.

지난 22일 방송된 <슈가맨2>에 등장한 란도 대표적인 얼굴없는 가수 중 하나다. <슈가맨2>를 통해 뒤늦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란은 애초 가수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신비주의 콘셉트를 지향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쩌다가'의 성공 이후 1대 란으로 활동했던 전초아(개명 전 전애영)는 활동명을 예인으로 바꾸면서 중국 진출에 많은 공을 들었다. 현지 반응도 좋았지만 소속사가 그녀의 활동에 발목을 잡았다.

'어쩌다가'가 미니홈피 BGM 제왕으로 꼽힐 정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정작 그 노래를 부른 전초아는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만 해도 음원수익에 대한 분배 규정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래를 부른 가수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전초아에게 '어쩌다가'는 애증의 노래라고 한다.

노래보다 유명하지 않은 가수들, 다시 보니 반가워

 지난 15일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에 슈가맨으로 출연한 가수 앤원

지난 15일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에 슈가맨으로 출연한 가수 앤원 ⓒ JTBC


<슈가맨2>는 지난 15일, 22일 2주간에 걸쳐 '갓 명곡 특집'을 제작·방영했다. 지난 15일에 등장한 이기찬처럼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가수도 있지만 대개 '갓 명곡 특집'에 등장한 '슈가맨'들은 노래는 유명하지만 해당 가수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는 앤원(Ann One)으로 활동명을 바꾼 앤의 '혼자하는 사랑'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금지곡이라 불릴 정도로 보컬의 교과서로 꼽히는 유명한 곡이지만, 정작 노래를 부른 가수의 정체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앤은 신비주의 콘셉트로 활동한 것은 아니었지만, 방송에는 잘 나오지 않았기에 <슈가맨2>를 통해서 비로소 가수와 노래가 매치될 수 있었다. 전초아와 마찬가지로 소속사 문제 때문에 활동을 중단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던 앤원은 최근 음악 활동을 재개하며 활발한 활동을 모색 중이다.

지난 22일, 란과 함께 슈가맨으로 등장한 이정봉의 '어떤가요'는 앤의 '혼자하는 사랑', 란의 '어쩌다가'보다 많은 이들이 해당 노래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원곡을 부른 이정봉보다 2002년 리메이크한 박화요비(화요비)의 노래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노래를 마친 이정봉은 "'어떤가요'는 원래 자신의 노래"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화요비가 부른 '어떤가요'도 좋지만, 이정봉의 '어떤가요'를 더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슈가맨2> 출연이 반가웠다. 특히 지난 1월 <슈가맨2> 기사에서 이정봉의 소환요청을 언급한 만큼 그 감회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관련기사] 바닥 기어다니던 장혁... 이 방송 나오면 세상 들썩일 듯)

2주간에 걸쳐 진행한 <슈가맨2-갓 명곡 특집> 이전에 등장한 슈가맨은 쥬얼리였다. 2000년대 중후반 인기 걸그룹으로 각광받은 쥬얼리의 등장에 반가움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2017년 JTBC 예능 프로그램 <님과 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 촬영 중 욕설 논란에 휘말리며 모든 방송 활동을 중단했던 서인영의 복귀 무대였던 <슈가맨2>에 불편한 기색을 토로하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니가 참 좋아', '슈퍼스타', '원 모어 타임' 등 수많은 히트곡을 보유한 데다 박정아, 서인영이 속해있던 쥬얼리 3기가 와해된 지 8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슈가맨2>에 등장한 것에 더 많은 의문이 뒤따랐다.

쥬얼리가 슈가맨? 어떤 가수여야 한다는 규칙 없지만

 지난 22일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에 슈가맨으로 출연한 가수 이정봉

지난 22일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에 슈가맨으로 출연한 가수 이정봉 ⓒ JTBC


지난 시즌1에서도 '너에게 원한 건', '상상 속의 너', '어제와 다른 오늘' 등을 히트시키며 1990년대 댄스그룹의 전설로 꼽혔던 노이즈가 슈가맨으로 등장하긴 했다. 노이즈가 <슈가맨> 시즌1에 출연할 당시만 해도 활동 당시 절정의 인기를 누린 노이즈가 과연 <슈가맨>에 적합한 출연자인가 하는 의문은 있었다. 그러나 홍종구, 천성일 등 주요 멤버들이 탈퇴한 지 20년이 지난 노이즈와 그룹 탈퇴 이후에도 멤버들이 꾸준히 연예계 활동을 이어가는 쥬얼리는 그 경우가 좀 달랐다.

애초 <슈가맨>은 주요 활동 무대였던 미국에서는 무명이었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뮤지션 로드리게즈의 정체를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서칭 포 슈가맨>(2011)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었다. 애초 <슈가맨>의 기획 취지를 생각해보자면 <서칭 포 슈가맨>의 로드리게즈처럼 대중들의 시야에서 사라졌거나 '원히트원더'였던 가수들이 프로그램에 더 적합해 보인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자리를 잡아갈수록 <슈가맨>은 그들 스스로 '슈가맨'의 정의와 영역을 확장시켰다. 그 결과 노이즈, 쥬얼리처럼 활동 당시 큰 인기를 얻거나 차태현, 강성연처럼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스타들도 슈가맨으로 등장할 수 있었다.

시즌2 막바지에 접어든 <슈가맨2>에 꼭 어떤 유형의 가수만 나와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 그러나 <슈가맨2>에는 쥬얼리처럼 최근까지 인기리에 활동한 가수들보다 앤원이나 란처럼 노래는 잘 알려져 있지만, 가수의 이름, 정체는 잘 알려지지 않는 뮤지션이 슈가맨으로 등장했을 때 더 묵직한 감동을 안겨준다. 노래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슈가맨2>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김상민의 'You'도 그랬다.

지난 22일 방영분에서 이정봉의 '어떤가요' 제보자로 <슈가맨2>에 다시 등장한 김상민은 <슈가맨2> 덕분에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프로그램에 고마움을 표했다. 자신은 이렇게 얼굴이 버젓이 있는데, 얼굴없는 가수라는 소리가 듣기 싫다는 1대 란 전초아 또한 <슈가맨2> 출연을 계기로 향후 가수 활동에 날개를 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슈가맨2>를 통해서 재조명받는 뮤지션이 있다는 것. 슈가맨이 누구냐에 따라서 늘 여러 말이 나오긴 하지만, <슈가맨2>에 꾸준히 관심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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