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공과 체인지업, 그리고 간간이 던지는 커브와 슬라이더만으로 KBO리그를 지배했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LA다저스)은 빅리그 진출 후에도 같은 구종으로 2년 연속 14승을 거뒀다. 하지만 어깨 부상 후 2년 동안 재활하면서 구위가 다소 떨어졌고 류현진은 생존을 위해 커터, 투심, 그리고 올 시즌부터는 회전수가 많은 고속커브까지 장착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총 7개의 구종을 구사하는 '팔색조 투수'로 거듭난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기에 등판해 짧은 이닝을 책임지는 불펜 투수들의 경우엔 류현진처럼 많은 종류의 공을 던질 필요가 없다. 실제로 뉴욕 양키스에서 활약했던 마리아노 라베라는 컷패스트볼, '지옥의 종소리' 트레버 호프먼은 체인지업 만으로도 통산 600개 이상의 세이브를 기록하며 빅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군림한 바 있다.

한미일 통산 396세이브에 빛나는 '돌부처' 오승환(토론토 블루제이스)도 빠른 공과 슬라이더로 타자와 승부하는 이른 바 '투 피치 투수'다. 한창 구위가 좋았던 시기에는 슬라이더도 자주 던지지 않고 오직 빠른 공으로만 타자들을 힘으로 압도했다. 토론토로 이적한 오승환은 올 시즌 10경기에 등판해 1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2.08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오승환의 투구 내용은 기록만큼 안정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구속이 조금만 더 올라가면 피안타율은 자연스럽게 떨어질 것이다.

구속이 조금만 더 올라가면 피안타율은 자연스럽게 떨어질 것이다. ⓒ MLB.com 화면 캡처


뛰어난 평균자책점과 높은 피안타율, 패스트볼 구속 향상이 관건

2016년부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으로 2년 동안 활약했던 오승환은 지난 2월 동갑내기 추신수의 소속팀 텍사스 레인저스와 1+1년 총액 925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하지만 텍사스는 메디컬 테스트를 이유로 공식 발표를 차일피일 미뤘고 텍사스와의 신뢰가 깨진 오승환은 계약을 파기했다. 그리고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2월 26일 토론토와 1+1년 최대 725만 달러의 조건에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다.

오승환은 토론토와 계약하고도 취업비자가 늦게 발급되는 바람에 팀 합류가 다소 늦어졌다. 물론 개인훈련과 라이브 피칭을 통해 꾸준히 컨디션을 조절했다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의 실전 등판을 통해 서서히 몸상태를 끌어 올리는 선수들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실전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오승환은 시범경기 막판 2경기에 등판해 1패 13.50의 부진한 성적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오승환은 시즌 개막 후 10경기에 등판했다. 지난 2일 양키스를 상대로는 시즌 첫 세이브, 빅리그 통산 40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10경기 동안 8.2이닝을 던지며 허용한 점수는 단 2점뿐. 비록 토론토에서 마무리 보직을 차지하진 못했지만 작년 시즌 오승환이 초반 10경기에서 홈런 2개를 맞으면서 평균자책점 5.06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준수한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승환은 올 시즌 마운드에 오른 10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맞고 있다. 시즌 개막 후 한 번도 깔끔하게 이닝을 끝낸 적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불펜투수로서 꽤나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40년이 넘는 토론토의 구단 역사에서도 시즌 개막 후 10경기 연속으로 안타를 맞은 불펜 투수는 오승환을 포함해 단 4명에 불과하다. .325에 달하는 피안타율을 보면 시즌 평균 자책점이 2.08인 것이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

그럼에도 오승환이 낮은 평균자책점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9이닝당 평균 9.35개에 달하는 탈삼진 능력 덕분이다. 오승환은 올 시즌 등판한 10경기 중 6경기에서 1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냈고 그중 3경기에서는 2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9이닝 당 11.6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던 2016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오승환은 여전히 '파워피처'로서 빅리그에서 충분히 통하는 구위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토론토는 아직 시즌 162경기 중에서 단 21경기를 소화했을 뿐이다. 그리고 오승환은 빅리그 진출 후 지난 2년 동안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에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여 왔다(통산 7,8월 성적 2승 3패18세이브 2.61). 빠른 공을 주무기로 하는 투수인 만큼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구속이 올라가면 위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보직이나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상대 타자에 집중하며 최선을 다하다 보면 오승환은 피안타율도 떨어지고 연속 경기 피안타 기록 역시 금방 마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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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토론토 블루제이스 오승환 돌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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