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신의 아이들

작은 신의 아이들 ⓒ ocn


OCN <작은 신의 아이들>이 3.926%(닐슨 코리아 유료 플랫폼 기준), 자체 최고 시청률을 찍으며 22일 종영했다. 그간 방송된 OCN 장르물과 비교했을 때 수치상으로만 보면 그다지 높은 시청률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첫 회 2.54%의 시청률로 시작했던 것에 비하면 꽤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시청률 면에서도 안정적이었지만, <작은 신의 아이들>이 시도한 과학과 무속의 콜라보, 이 신선한 소재를 한 시리즈로 끝내기엔 어쩐지 아쉽다.

<작은 신의 아이들>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그 중심에 '신', 아니 보다 정확하게는 '사이비 종교 집단'이 놓여 있다. 24년 전 세상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한 종말론자들의 집단 자살극, 그 '원죄'의 현장에서 시작된 실타래를 풀어간 이 드라마는 그 '집단 자살극'을 유도한, 아니 정확하게는 '집단 자살'이라는 미명 하에 범죄의 탈출구를 만들고자 '종교'를 이용한 세력에게 벌을 주는 과정을 그렸다. 그것은 다른 각도에서는 '종교'의 '혹세무민' 과정에서 가족을 잃은 이들의 '해원'의 과정이기도 하다.

혹세무민, 그 뿌리깊은 연원

오갈 곳 없는 고아들과 아이의 병을 고치기 위해, 세상이 외면한 처지를 거두었던 왕목사(장광 분)는 20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그들의 '어버이'였다. 20년 전에도 그들의 '왕국'은 건실했다. 하지만 일부 신도들은 왕국의 실체를 깨닫고 세상으로 투서를 내보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투서의 목적지가 잘못되었다.

세상은 국한주(이재용 분) 검사가 가난한 이들의 청원을 들어주는 의로운 사람이라 했지만, 그에게 오직 '입신양명'만 중요할 뿐이었다. 천인 교회에 대한 투서를 받은 국한주는 억울하게 강제 노역에 시달리는 신도들을 구제하는 대신, 왕목사를 찾아가 '딜'을 한다. 그리고 왕목사와 국한주, 그들의 '협잡'은 참혹한 '집단 자살극'이란 결과로 나타난다.

<작은 신의 아이들> 속 왕목사, 백도규, 국한주, 그리고 그들의 하수인이었던 김단의 아빠, 김호기(안길강 분)는 특정 교파, 특정인을 그린 것이 아니라 오늘날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를 만들어 낸 '괴물 아버지'들을 상징한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그 가난한 환경을 딛고 '성공'을 하고, '부'을 추구했던 그들은, 그 과정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며, 기꺼이 자기 자신, 자신의 가족들을 위해 '타인'을 제물로 삼았다. 그 결과 그들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입지전적 인물이 되었지만, 그 성공의 역사는 희생자의 핏빛으로 얼룩져 있다.

작은 신의 아이들, 그 묵직했던 해원

 작은 신의 아이들

작은 신의 아이들 ⓒ ocn


이렇게 성공 신화를 이룬, 그러나 괴물이 된 아버지 세대에 의해 가족을 잃은 아이들이 있다. 왕목사가 계획한 신약 개발 실험의 마루타가 된 아이들. 아이들은 왕목사의 말에, 백도규와 김집사의 잔혹했던 학대에 길들여졌다. 아이들 중 누군가는 공범자로 살아남아 오른팔이 되었고, 누군가는 용병처럼 희생되었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겨우 도망쳐 살아남아 그 기억을 잃었다.

집단의 실체를 파헤치다 여동생을 잃은 천재인(강지환 분)과 과거 천인교회에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기억을 잃고 경찰이 된 김단(김옥빈 분)은 집단을 도우면서도 죄책감을 느끼는 검사 주하민(심희섭 분)을 만나게 된다.

20년 전 집단 자살의 해원을 풀기 위해 <작은 신의 아이들>이 차용한 캐릭터는 대한민국 10대 미제 사건 중 3건을 해결한 아이큐 167의 '과학주의자' 천재인과 무당의 손녀지만 신내림을 피하기 위해 천인 교회 복지원으로 간 김단이다. 정반대의 이 두 캐릭터는 드라마 초반, 연쇄살인마 한상구(김동영 분)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의혹과 불실, 불협화음을 내지만 결국 가족을 잃었다는 동병상련으로 뭉쳐 서로 믿음을 주는 파트너가 된다.

이 둘이 성취한 '동지애'를 기반에 둔, 불협화음 같으면서도 적재적소에서 기막히게 어우러지는 과학과 무속의 콜라보가 1회성으로 마무리 되는 것이 아쉽다. <작은 신의 아이들>은 마치 <엑스맨: 더 퍼스트 클래스>처럼 두 형사 천재인과 김단이 서로를 동지로써 수용하는 과정을 다룬다. 과학으로 실증되지 않는 현상을 믿지 못하는 형사 천재인이 동료이자 무속인으로 김단을 수용하고, 함께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더구나 두 사람 모두 동생을 잃고, 아버지를 잃는 개인의 트라우마를 딛고 경찰로서의 자신의 책무를 받아들이는 모습 또한 주요하다.

마지막회인 16회, 빌딩의 옥상으로 상대편 대통령 후보에게 위협이 되는 노조원들을 모아 20년 전과 같은 집단 투신극을 재연하려는 왕목사와 그의 열혈 광신도들을 저지하기 위해  천재인과 김단이 현장으로 간다. 그 과정에서 천재인은 비품 창고에 있던 재료를 끌어모아 임시방편의 폭발물을 만든다. 그 폭발물을 터트리며 빌딩 옥상으로 진입한 김단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예의 무속적 기시감으로 왕목사의 실체를 파헤치며 그의 허를 찌른다.

엄밀하게 보면 천재인 캐릭터는 아주 새롭지는 않다. 과학을 신봉하고,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여 사건을 해결하려 하는 장르물의 캐릭터는 예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그런 과학 신봉주의자와 호흡을 맞춘 상대방은 '감성'이나 '공감력'을 무기로 들고 나왔다. 기존 드라마와 달리 <작은 신의 아이들>은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인 김옥빈의 '접신'이라는 신선한 콘텐츠로 기존 캐릭터들과의 변별력을 확실하게 했다. 그렇기에 각자의 전사를 해결하고 비로소 자신의 능력치와 서로에 대한 믿음을 확보한 이들 캐릭터를 이후 더 볼 수 없다는 게 아쉽다.

또한 동지인지, 연민인지, 혹은 가끔은 남여 관계인지 모를 천재인과 김단, 두 사람의 허허실실 파트너십과 긴장관계를 이룬 어린시절 친구인지, 첫사랑인지, 생명의 은인인지 모르면서도 묘한 모성 본능을 자아내는 검사 주하민 캐릭터는 여운을 짙게 남긴다. 아니 남녀 관계만이 아니라, 검사로서 형사 천재인에 필적했던 그의 지략 역시 아깝다. 이들 세 사람이 이룬 모호한 긴장 관계 역시, 그 다음의 여정을 기다리게 만든다.

 작은 신의 아이들

작은 신의 아이들 ⓒ ocn


<작은 신의 아이들>은 그 제목에 걸맞게 아이들을 희생시켰던 사이비 종교 집단, 아니 종교를 명목으로 입신양명에 몰두했던 '아버지' 세대에 대한 응징, 그리고 사라진 이들에 대한 복원이라는 그 애초의 주제에 충실하며 극을 마무리했다.

자신이 하늘의 대리인이라며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종국엔 나라의 패권마저 넘보던 이들은 '심판'되었다. 그리고 20년 전 희생된 31명의 희생자들은 그 잃어버린 이름을 되찾았다. 그들과 함께, 자신들의 트라우마에서 주인공들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천재인의 과학과 김단의 무속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장르물에서 어렵사리 복원된 '무속'의 매력적 활동이 좀 더 펼쳐졌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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