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센 벵거 감독이 아스널을 떠난다. 이번 시즌 어떠한 결과와도 상관 없이 확정된 일이다. 22년 간의 아스널과의 인연을 끝낸 벵거가 프리미어리그에 남긴 영향은 무엇일까.

벵거는 프리미어리그 전술의 역사를 바꾼 인물이다. 투박하고 선 굵은 축구를 추구하던 프리미어리그에서 벵거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벵거는 아스널에서 본인이 추구하는, 짧은 패스와 움직임을 통한 아름다운 축구를 실현했다. 아스널은 벵거와 함께 프리미어리그 무패 우승, 더블 등 많은 기록을 만들었다. 앙리, 베르캄프, 피레스 등의 전설적인 선수들도 배출해왔다.

아르센 벵거가 프리미어리그에 미친 영향

아스널, 본머스 꺾고 선두 도약 지난 2015년 12월 28일, 영국 런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AFC 본머스와 아스널과의 EPL 경기에서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이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다.

최근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 ⓒ 연합뉴스/EPA


벵거가 프리미어리그 역사에 미친 영향은 기록뿐만이 아니다. 벵거가 부임할 당시 프리미어리그는 영국 출신 감독을 선호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잉글랜드 리그에서 비영국인 감독은 우승한 적이 없었다. 1997-98시즌 벵거는 아스널을 이끌고 비영국인 감독으로서 최초로 리그 정상을 차지했다. 그리고 FA컵까지 우승하면서 더블을 달성했다. 벵거의 우승은 잉글랜드에서도 외국인 감독이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벵거의 우승 이후 프리미어리그의 외국인 감독 러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벵거가 우승을 차지한 이후 20시즌 동안 영국 출신 감독의 우승 횟수는 9회이다. 놀랄만한 점은 이 9번의 우승 모두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기록이라는 것이다. 하나 더 주목할 기록은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잉글랜드 감독은 단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스코틀랜드의 9회 이후에는 이탈리아(4회), 포르투갈(3회), 프랑스(2회), 칠레(1회), 스페인(1회)이 뒤따랐다.

이탈리아는 전술의 나라라는 별명과 어울리게 두 번째로 많은 수의 우승을 기록했다. 카를로 안첼로티와 안토니오 콘테, 로베르토 만치니 그리고 클라우디우 라니에리 감독이다. 나머지 국가는 모두 한 감독이다. 포르투갈의 무리뉴가 3회, 프랑스의 벵거가 2회, 칠레의 펠레그리니가 1회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으로 얼마 전,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스페인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프리미어리그는 1888년 풋볼 리그로부터 시작되었다. 즉, 1888년부터 1998년까지 110년 동안 한 번도 없었던 비영국인 감독의 우승이 벵거 이후로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무려 20회 중 11회가 비영국인 감독의 우승이었다.

비영국인 감독 러쉬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현 프리미어리그 감독 중 비영국인은 12명이다. 그중 가장 많은 국적은 스페인(3명)이다. 포르투갈과 프랑스(2명)가 뒤따른다. 독일,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미국 그리고 아일랜드(1명)도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흔히 빅6라고 부르는 상위 여섯 팀 중 영국 출신 감독은 없다. 즉 당분간은 잉글랜드 감독이 우승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는 뜻이다.

벵거가 프리미어리그에 끼친 영향은 분명했다. 아직까지도 프리미어리그에 크게 남아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벵거라는 이름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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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서서빈 기자
벵거 아스날 EPL 해외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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