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센 벵거 감독이 아스널을 떠난다. 이번 시즌 어떠한 결과와도 상관 없이 확정된 일이다. 22년 간의 아스널과의 인연을 끝낸 벵거가 프리미어리그에 남긴 영향은 무엇일까.
벵거는 프리미어리그 전술의 역사를 바꾼 인물이다. 투박하고 선 굵은 축구를 추구하던 프리미어리그에서 벵거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벵거는 아스널에서 본인이 추구하는, 짧은 패스와 움직임을 통한 아름다운 축구를 실현했다. 아스널은 벵거와 함께 프리미어리그 무패 우승, 더블 등 많은 기록을 만들었다. 앙리, 베르캄프, 피레스 등의 전설적인 선수들도 배출해왔다.
아르센 벵거가 프리미어리그에 미친 영향
▲ 최근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 ⓒ 연합뉴스/EPA
벵거가 프리미어리그 역사에 미친 영향은 기록뿐만이 아니다. 벵거가 부임할 당시 프리미어리그는 영국 출신 감독을 선호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잉글랜드 리그에서 비영국인 감독은 우승한 적이 없었다. 1997-98시즌 벵거는 아스널을 이끌고 비영국인 감독으로서 최초로 리그 정상을 차지했다. 그리고 FA컵까지 우승하면서 더블을 달성했다. 벵거의 우승은 잉글랜드에서도 외국인 감독이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벵거의 우승 이후 프리미어리그의 외국인 감독 러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벵거가 우승을 차지한 이후 20시즌 동안 영국 출신 감독의 우승 횟수는 9회이다. 놀랄만한 점은 이 9번의 우승 모두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기록이라는 것이다. 하나 더 주목할 기록은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잉글랜드 감독은 단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스코틀랜드의 9회 이후에는 이탈리아(4회), 포르투갈(3회), 프랑스(2회), 칠레(1회), 스페인(1회)이 뒤따랐다.
이탈리아는 전술의 나라라는 별명과 어울리게 두 번째로 많은 수의 우승을 기록했다. 카를로 안첼로티와 안토니오 콘테, 로베르토 만치니 그리고 클라우디우 라니에리 감독이다. 나머지 국가는 모두 한 감독이다. 포르투갈의 무리뉴가 3회, 프랑스의 벵거가 2회, 칠레의 펠레그리니가 1회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으로 얼마 전,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스페인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프리미어리그는 1888년 풋볼 리그로부터 시작되었다. 즉, 1888년부터 1998년까지 110년 동안 한 번도 없었던 비영국인 감독의 우승이 벵거 이후로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무려 20회 중 11회가 비영국인 감독의 우승이었다.
비영국인 감독 러쉬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현 프리미어리그 감독 중 비영국인은 12명이다. 그중 가장 많은 국적은 스페인(3명)이다. 포르투갈과 프랑스(2명)가 뒤따른다. 독일,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미국 그리고 아일랜드(1명)도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흔히 빅6라고 부르는 상위 여섯 팀 중 영국 출신 감독은 없다. 즉 당분간은 잉글랜드 감독이 우승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는 뜻이다.
벵거가 프리미어리그에 끼친 영향은 분명했다. 아직까지도 프리미어리그에 크게 남아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벵거라는 이름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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