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 핫스퍼와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 토트넘의 에릭 라멜라(가운데)가 맨시티의 빈센트 콤파니(오른쪽)의 수비를 피하며 슛을 시도하고 있다.

4월 15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 핫스퍼와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 토트넘의 에릭 라멜라(가운데)가 맨시티의 빈센트 콤파니(오른쪽)의 수비를 피하며 슛을 시도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토트넘 홋스퍼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FA컵 준결승에서 고개를 숙였다. 올 시즌도 '무관'이다.

토트넘이 22일 오전 1시 15분(아래 한국시각) 영국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잉글랜드 FA컵 4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아래 맨유)와 맞대결에서 1-2로 패했다. 토트넘은 27년 만에 FA컵 우승에 도전했지만 노련한 경기 운영을 선보인 맨유를 넘어서지 못했다.

선제골은 토트넘의 몫이었다. 전반 11분, 다비손 산체스가 수비 진영에서 길게 넘겨준 볼이 뒷공간을 허문 크리스티안 에릭센에게 향했다. 에릭센은 빠른 드리블에 이은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문전으로 빠르게 달려든 델레 알리가 가볍게 골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2분 뒤에는 손흥민이 문전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날카로운 크로스로 추가골을 기대케 했다.

토트넘은 정말 많이 뛰었다. 전방에서부터 맨유의 공격 속도를 늦추기 위해 강하게 압박했고, 쉴 새 없는 협력 수비로 상대의 전진을 틀어막았다.

그러나 맨유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전반 22분, 폴 포그바가 순간적인 압박을 통해 무사 뎀벨레의 공을 빼앗았고, 문전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알렉시스 산체스가 헤더로 연결해 동점을 만들었다. 맨유는 토트넘의 이른 시간 선제골과 강한 압박에 다소 주춤한 듯했지만, 순간의 틈을 놓치지 않았다.

토트넘이 다시 한 번 균형을 깨기 위해 공격을 시도했다. 전반 34분, 중앙에서 볼을 주고받던 손흥민이 순식간에 우측으로 이동해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고 포그바의 반칙을 얻어냈다. 2분 뒤에는 에릭센이 중앙선 부근에서 절묘한 침투 패스를 찔렀고, 손흥민이 뒷공간을 뚫어낸 뒤 논스톱 슈팅을 시도했다.

전반 추가 시간에는 에릭 다이어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때렸다. 아쉽게도 역전골은 터지지 않았지만, '결승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인 전반전이었다.

급격한 체력 저하→뒤집힌 경기

토트넘은 후반 초반에도 기세를 이어갔다. 손흥민과 알리의 침투가 이어졌고, 에릭센의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이 맨유 골문을 위협했다. 우측 풀백 키런 트리피어의 공격 가담도 쉼이 없었다.

그러나 토트넘은 전반전에 너무 많이 뛰었다. 후반 10분이 넘어서면서 공격 속도와 압박의 강도가 달려졌다. 공격은 맨유가 수비 진용을 갖춘 뒤에야 이어졌고, 압박은 느슨해졌다. 공수 간격도 전반전과 비교해 확연히 벌어졌다.

맨유는 노련했다. 안데르 에레라와 포그바, 네마냐 마티치가 중원 지배력을 높이기 시작했고, 로멜루 루카쿠와 산체스가 역습의 날카로움을 더했다. 마침내 균형이 깨졌다. 후반 17분, 산체스가 살짝 내준 볼이 루카쿠를 거쳐 빠르게 문전으로 달려든 에레라에게 향했다. 에레라는 지체 없이 슈팅을 시도해 토트넘의 골망을 갈랐다.

토트넘은 다급해졌다. 후반 22분, 왼쪽 풀백 벤 데이비스를 불러들이고 측면 공격수 루카스 모우라를 투입했다. 공격적인 변화였다. 후반 33분에는 뎀벨레를 빼고 빅토르 완야마를 투입해 중원 장악력과 기동력을 더했다. 후반 40분에는 손흥민을 빼고 에릭 라멜라를 투입해 막판 총공세에 나섰다.

그러나 기대했던 동점골은 터지지 않았다. 골문 구석을 향한 에릭센의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은 골대를 살짝 비껴갔고, '주포' 해리 케인은 맨유 수비진에 막혀 완전히 고립됐다. 손흥민과 알리도 전반전에 보인 활동량과 날렵한 침투를 보여주지 못했다. 교체 투입된 모우라와 완야마, 라멜라 역시 존재감이 없었다. 결국, 첼시에 패해 준결승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던 지난 시즌에 이어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토트넘은 언제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까

경기 전, 토트넘의 FA컵 결승 진출에 대한 기대가 컸다. 올 시즌 맨유와 두 차례 맞대결에서 1승 1패로 팽팽한 균형을 이뤘지만, 최근 홈경기에서 2-0으로 완승한 기억이 있었다. 그때처럼 이른 시간 선제골도 넣었고 분위기도 주도했다. 그러나 토트넘은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웃지 못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는 지난 2014년 5월 토트넘 감독으로 부임했다. 중위권을 전전하던 토트넘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 후보로 성장시켰고, UEFA 유로파리그가 아닌 챔피언스리그(UCL) 출전이 당연한 팀을 만들어냈다. 유망주였던 케인과 알리를 명선수로 키워냈고, 한때 독일로 돌아갈 마음을 굳혔던 손흥민을 리그 최고 수준의 윙어로 발전시켰다.

포체티노 감독은 스리백과 포백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많이 뛰고 많이 넣는'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하는 데도 능했다.

딱 거기까지다. 포체티노의 토트넘이 매력적이고 위협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과가 없다. 2014년 포체티노 부임 이후 단 하나의 우승 트로피도 들어 올리지 못했다. 레스터 시티와 리그 우승 경쟁을 벌였던 2015·2016시즌, 리그 준우승과 FA컵 4강에 올랐던 지난 시즌, '우승 적기'란 평가를 받았던 올 시즌까지 중요한 순간마다 미끄러졌다.

특히, 토트넘의 올 시즌 UCL은 매우 큰 기대를 불러 모았다. UCL 3연패에 도전하는 레알 마드리드, 전통의 강호 도르트문트와 조별리그에서 만나 지난 시즌에 이어 16강 진출 실패를 예상케 했지만, 당당히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16강전에서 만난 유벤투스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원정 1차전에서 극적인 2-2 무승부를 거뒀고, 2차전 홈경기에선 손흥민의 선제골로 승기를 잡았다.

항상 2%가 부족하다. 토트넘은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의 용병술에 무너지며 눈앞으로 다가온 UCL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사실상 홈의 이점을 등에 업고 나선 FA컵 준결승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포체티노는 조제 모리뉴를 이겨내지 못했고, 반드시 이겨야 할 순간 무너지는 악순환을 이어갔다. 

가장 큰 이유는 얇은 선수층이다. 토트넘은 맨체스터 시티나 맨유처럼 구단에 대한 지원이 크지 않다. 자연스럽게 주전과 비주전 간의 격차가 상당하다. 포체티노가 교체 카드로 활용하는 라멜라나 모우라는 아직도 리그 골이 없다. 올겨울 모우라 영입 전까지 꾸준히 경기에 나서던 무사 시소코는 최근 2시즌 간 1골 기록 중이다. 이날처럼 케인과 알리, 에릭센, 손흥민 등 공격진이 풀리지 않을 때 대신할 선수가 마땅치 않다.

강팀과 경기에서 상대의 허를 찌를 만한 용병술을 보이지 못하는 포체티노도 아쉽다. 이날 전반전에 한 박자 쉬어가는 시간을 갖고, 수비가 밀집한 중앙이 아닌 측면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했다면 결과는 바뀔 수 있지 않았을까. 치명적인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뎀벨레를 조금 더 일찍 뺐다면 결승 진출에 성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토트넘은 언제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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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VS맨유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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