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사인 훔치기' 논란을 자초한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KBO리그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벌금을 부과받았다.

KBO 사무국은 20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어 KBO리그 규정 제26조 2항에 명기된 '벤치 외 외부 수신호 전달 금지, 경기 중 외부로부터 페이퍼 등 기타 정보 전달 금지) 사항을 위반한 LG 구단에 벌금 2천만원을 부과했다.

또 양상문 LG 단장에게도 책임을 물어 엄중히 경고했다.

아울러 해당 사안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하나 경기장에서 코치진과 선수단 관리에 책임을 진 류중일 LG 감독에게 역대 감독 제재금 최고액인 1천만원, 1·3루 주루코치인 한혁수, 유지현 코치에게도 각각 제재금 100만원을 징계했다.

KBO, LG '사인 훔치기' 징계 논의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LG 트윈스 구단의 '사인 훔치기' 논란과 관련해 상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 KBO, LG '사인 훔치기' 징계 논의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LG 트윈스 구단의 '사인 훔치기' 논란과 관련해 상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KBO 상벌위원회가 구단에 부과한 역대 최고 벌금은 5천만원이다.

2017년 소속 선수 경기 조작과 불법 인터넷 도박 등에 따른 선수단 관리 소홀 관련을 이유로 NC 다이노스에 엄중 경고와 함께 벌금 5천만원을 징계했다.

벌금 2천만원은 두 번째로 많다.

2015년 최진행의 금지약물 검출과 관련해 한화 이글스 구단에 선수단 관리 소홀 제재금으로 2천만원, 2017년 투수 진야곱의 2011년 불법 스포츠도박 사실을 인지하고도 선수를 경기에 내보낸 두산 베어스 구단에 2천만원의 벌금 징계가 각각 나왔다.

감독에게 부과된 벌금은 류중일 감독의 1천만원이 가장 많다.

종전 최고액은 상대 투수 교체에 항의하는 뜻에서 신인 투수를 대타로 타석에 세워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스포츠정신을 훼손한 혐의로 김기태 당시 LG 감독(현 KIA 타이거즈 감독)이 받은 500만원이다.

LG의 사인 훔치기 논란은 지난 18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불거졌다.

LG가 경기 중 더그아웃 쪽 통로 근처에 KIA 배터리의 구종별 사인을 분석한 내용을 A4 용지에 적어서 벽에 붙여놓은 것이다.

'KIA 구종별 사인'이라는 제목 아래 우타자 기준 몸쪽과 바깥쪽을 포함해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포크볼 포함) 등에 관한 사인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혔다.

상대 팀의 사인을 훔쳐 이를 적나라하게 공개한 초유의 일에 야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야구에서 사인 훔치기가 아주 특별한 일은 아니다. 보통 경기 전 선수들끼리 자료를 공유해 이를 숙지하고 경기에 임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나 LG의 사례는 경기 중 인쇄물 형태로 공유했기에 KBO리그 규정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LG 구단과 류중일 LG 감독은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전력 분석팀이 주자들의 도루에 도움을 주고자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분명히 잘못된 것이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신문범 LG스포츠 대표이사는 19일 자신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이 사건이 야구팬 여러분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릴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이었음을 통감한다"고 공식으로 사과했다.

KBO 상벌위는 LG가 사과문과 소명 자료로 이번 사건이 타자들에게 이익을 주려는 목적이 아니고 전력분석팀의 독단적인 행동이라고 설명했으나 의도성과 별개로 일반적이지 않은 이번 사건이 리그 전체의 품위와 신뢰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징계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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