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이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중 하나가 언론이다. '전원구조' 오보로 시작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왜곡보도가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유가족을 향해 자식 팔아 보상금을 많이 받아 내려는 집단으로 매도하기도 했다. 이중 MBC의 보도는 전 언론사를 통틀어 최악이었다.

그랬던 MBC가 달라졌다. 세월호 참사를 정확히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다. <스트레이트>는 지난 8일과 15일 2회에 걸쳐 당시 구조 상황을 보도해 주목받았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7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세월호를 취재한 양윤경 기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양 기자와 일문일답이다.

 양윤경 MBC 기자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윤경 MBC 기자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영광


'유가족들은 다 알고 있었던 걸 MBC가 내보내는 데 4년 걸렸다'

- 2주에 걸쳐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서 세월호를 다뤘잖아요. 4년 만에 세월호 취재를 한 건데 소회가 어떤지요.
"세월호 참사 한 달쯤 전 보도국에서 쫓겨나서 세월호 취재는 전혀 못했어요. 당시 언론은 공공재로서 해야 할 일을 방기하고 정권에 불리한 국면을 막기 위해 이미 극한의 고통을 겪고 있는 유가족들을 더 큰 괴로움으로 몰아넣었는데, MBC가 대표적이었죠. 보도국에 남아 있었다면 최소한 부당한 지시를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거라 믿고 싶고요. 제가 거기 동참하지 않은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 기자로서 당시 보도는 어떻게 보셨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기자이기 전에 그냥 한 사람으로서 세월호 사건을 보고 듣는 게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뉴스를 포함해 아예 세월호에 대한 정보 자체를 받아들이는 걸 피했습니다. 제가 취재와 보도가 원천 봉쇄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피하려면 피할 수 있었으니까요. 세월호 참사로 인한 충격이 제가 소화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자 구체적인 정보를 접하는 자체가 고통이더군요. 그래서 솔직히 외면하려 했습니다.

물론 언론들이 뒤틀린 논조로 쏟아내는 기사들을 본능적으로 쫓아가면서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기사 하나하나를 분석하기에는 사건 자체와 그 직후의 상황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더라고요. 이번에 <스트레이트>에서 세월호를 취재하겠다고 자원했던 것도 그때의 반작용이었을 수도 있죠. 취재하면서 심리적으로 많이 아팠는데 예전에 외면했던 벌을 지금 받나보다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 힘들어서 외면했다고 하셨는데 만약 언론 환경이 지금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취재하셨을 것 같아요?
"힘들었다 한들 유가족만큼 힘들었겠습니까? 당시에도 취재 기회가 주어졌다면 가슴 아프고 힘들었어도 당연히 했겠죠. 만약 언론 환경이 지금과 같았다면 사고 직후 구조 작업 과정과 해경의 구조 방기 책임을 적시에 취재하는 게 가능했겠죠. 사실 그때 이뤄졌어야 했던 것들인데 지금 너무 늦게, 힘들게 시작되고 있잖습니까. <스트레이트> 보도 후 유가족들에게 문자를 받았는데, '유가족들은 다 알고 있었던 걸 MBC가 내보내는 데 4년이 걸렸다', '방송 잘 봤다, 이런 방송이 참사 직후 나갔었더라면 하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취재가 애초에 가능한 사회적 여건이었다면 유가족이 그토록 힘들게 싸울 필요가 없었겠죠. 언론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건 다시 말해 정치 환경이나 사회 여건도 그걸 뒷받침해준다는 얘기일 겁니다. 그랬다면 유가족이 마음도 힘든 상황에서 난폭한 사회 분위기나 폭력적인 보도로 고통 받는 일도, 평범한 엄마 아빠들이 직접 진상을 규명해야 겠다고 나서는 일도 없었겠죠. 유가족이 지난 4년 내내 마음껏 슬퍼할 수 있었다면, 그리고 전문적, 행정적, 사법적 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이 진상 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을 제대로 했다면, 4년이 지난 이 시점에 유가족들이 삭발하고 단식하고 제대로 일해 달라고 절규하는 일은 없었을 것 같아요. 다 가정법 과거형이라는 게 아쉽습니다."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MBC


- 방송을 보면 김경일 정장과 김석균 전 해경청장을 만나 인터뷰를 시도하셨잖아요. 그들은 물어도 대답하지 않고 도망가던데 어떠셨어요?
"혹시 하며 갔던 거라 그렇게 반응하실 걸 예상 못 했던 건 아닙니다. 어쩌면 그분들은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거나 또는 그 자리에 누가 있었어도 그 이상은 못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실제로 청문회에서 그렇게 말씀하신 분도 있고요. 제 질문들이 억울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김경일 정장은 현장의 구조 책임자였고, 김석균 전 청장은 해경의 최고 지휘자였습니다. 현장의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다 듣고 있었고요. 자신들이 책임진 구조 작전이 그토록 완벽하게 실패했다면 최소한 사과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피하고 도망은 가더라도, 유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 없냐는 질문에서만큼은 발을 멈추고 사과하지 않을까 기대했어요.

304명이 수장되었는데 거기에 깊게 연루된 입장이라면 사라져버린 생명에 대한 죄책감, 아니면 무거운 양심 같은 게 있을 거라는 기대 말입니다. 가라앉는 세월호를 지켜만 봐야 했던 대다수 국민들은 몹시 가슴 아팠는데, 당시 구조 당사자들이 그렇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게 솔직히 놀랍긴 했습니다."

"MBC라는 언론이 유가족에게 못 할 짓을 했기 때문에..."

- 보도에서 구조를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희가 녹취록을 입수해 전체를 분석했는데 그걸 보면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수차례 보고가 됐기 때문에 상황 파악은 낮은 단계에서든 높은 단계에서든 지휘 계통에서 모두 파악돼 있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것에 대응하는 조치와 지시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황당하거나 아예 없어요. 배 안에 승객들이 있다는데도, 그렇게 보고하는 사람도 어떻게 나오게 할지 생각하지 않고, 그 보고를 들은 지휘부도 어떻게 빼낼지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못 한다'는 건 뭔가 시도를 했는데 안 됐을 때 쓸 수 있는 말일 겁니다. 적어도 선내 승객들에 대해서는 구조해 내려는 적극적이고 적정한 조치가 전무했는데 '못 했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MBC


- 유가족들도 만나 인터뷰하셨던데.
"처음에 유가족을 만나러 가는 게 두려웠습니다. 일단 MBC라는 언론이 유가족에게 못 할 짓을 했기 때문에 구성원으로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유가족을 만나고 또 세월호 앞에 서서 유가족과 함께 세월호를 보고 나니 훨씬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유가족들이 잘 살아 내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고, 제가 위안을 얻었어요."

- 작년 MBC 노조가 파업할 때 세월호 유가족이 응원 차 오셨잖아요, 그땐 어땠어요?
"위로를 받으실 분들이 위로해 주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정말 강한 분들 같습니다. 저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존경합니다. 저에게는 한 분 한 분이 영웅이에요."

- 목포 신항에 가서 거치된 세월호를 보셨잖아요. 어떤 느낌이 드셨어요?
"세월호 곁을 맴도는 이유를 여쭸더니 한 유가족께서 '애들이 여기 있는 것 같다'라고 답하셨어요. 저도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고 이 배에 올랐을 아이들, 승객들이 겹쳐져서 그런지 배의 구조물, 쇳덩이 하나하나는 무책임한 생명체의 뼈나 조직 같았습니다."

- 세월호는 한국 언론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참사잖아요. 더욱이 MBC 기자들에게 더 아플 것 같은데.
"개개인이 방관자가 되었을 때 그 집단이 어떤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죠. 기자가 얼마나 취약한 존재들인지, 그 취약함으로 어떤 참사를 일으킬 수 있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해준 사건입니다."

- 앞으로 세월호 보도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보도의 중심에는 유가족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아는 것, 그리고 그걸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것에도 사명감을 가져야겠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유가족이 자신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삶을 최대한 건강하게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보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유가족과 유가족을 바라보는 시민의 간극이 있잖아요. 이 문제를 외면하려는 시민과 이 문제를 헤쳐 나가야 하는 유가족의 간극을 좁혀줘야 합니다. 유가족이 다시 그냥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국민으로 돌아가는 데 언론이 기여해야만 우리 사회가 비로소 세월호를 놓을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사회에선 유가족들이 마음껏 슬픔을 쏟아내고 상처를 치유할 기회도 시간도 주지 않았습니다. 언론은 공범이었고요. 이번 <스트레이트>에서 2회에 걸쳐 방송한 내용이 유가족이나 시청자들께 어떻게 가닿았는지 모르겠지만 저로서는 많은 위안을 얻었습니다. 사건을 처음으로 직시할 수 있었으니까요."

 <스트레이트> 녹화 후 세월호 취제기자 들 기념 사진

<스트레이트> 녹화 후 세월호 취제기자 들 기념 사진ⓒ 양윤경 제공


- 취재하며 느끼는 점도 있을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이 계속 슬펐지만, 또 유가족 뵈면 좋았어요. 희로애락이 극단적으로 오갔습니다. 취재하며 느낀 소회나 결론이라고 말하기엔 취재 과정 전체가 매우 감정적인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취재는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것 같아요. 사실 세월호 같은 기사는 없습니다. 뉴스에는 당사자와 관찰자가 있잖아요. 예를 들어 '사자방' 같은 MB 비리, 다스 같은 기사가 아무리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해도 시청자는 기본적으로 관찰자입니다. 그러나 세월호에 관한 기사엔 당사자와 관찰자의 거리가 없는 것 같아요. 당사자와 시청자/관찰자가 극도로 밀접한 기사예요.

길 가는 아주머니들, 아니면 아파트 주민들, 경비 아저씨 등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는데 세월호에 대한 취재라고 말씀드리면 다들 '그럼 도와드려야죠'라고 하셨습니다. 세월호는 그런 이슈인 겁니다. 남의 일이 아닌 거죠. 이런 취재는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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