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세월호 참사 이용했던 사람들 결코 잊지 말자"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약속 콘서트'에서 가수 이승환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가만히 있으라' 노래를 열창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2주기 '약속 콘서트'는 박혜진 아나운서의 사회로 가수 이승환, 부활, 한영, 뮤지컬배우 배해선, 시인 김선우와 다시 봄 프로젝트, 4.16 가족 합창단, 평화와 나무 합창단이 출현해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가수 이승환은 "세월호 공연에 네 번째 참석하고 있다. 올 때마다 변하지 않고 있구나. 뭔가 바뀌기를 바라지만 변하지 않고 있어 서글프다"라며 "잊혀지는 것을 잊혀지지 않게 하기 위해 모인 많은 분들의 따뜻한 마음을 보고 있으니깐 위안이 되고 안도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그 아이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욱더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그 일을 방조했던 혹은 날조, 이용했던 사람들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 이승환 "세월호 참사 이용했던 사람들 결코 잊지 말자"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약속 콘서트'에서 가수 이승환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가만히 있으라' 노래를 열창하고 있다. ⓒ 유성호


세월호 참사 4주기가 지나갔다. 이날 안산에선 4년 만에 공식 합동 영결식이 치러졌다. 대통령은 '완전한 진실 규명'을 다짐했고, 유가족들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희생자들과 이별을 고했다. 노란 리본을 단 사람들은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다짐을 되풀이했다.

작년 이맘때 나는 서울 광장 분향소, 그리고 콜드플레이 콘서트 현장에서 세월호를 기억했다. 콜드플레이가 'Yellow'를 연주하던 도중, 보컬 크리스 마틴이 노래를 잠시 끊고 10초간 세월호를 위한 침묵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세월호 4주기를 맞은 올해, 나는 아쉽게도 광화문 현장에 가지 못했다. 그 대신 이승환의 '가만히 있으라'를 들으며 마음속에서 국화꽃을 바쳤다. 이승환이 2015년 10월 발표한 '가만히 있으라'는 세월호와 함께 사라져 간 304명을 추모하는 곡이다. 동시에 어른들의 무책임에 함께 아파하는 곡이기도 하다. 이 노래가 세상에 나온 이후, 매해 수차례 이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세심히 만들어진 좋은 곡이다. 그러나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지니, 차마 많이 듣지는 못한다.

그날 아침 하늘은 기울었을 테고 친구들은 하나 둘 울었으리라
보고픈 엄마 아빨 불렀을 테고 어른들은 나직히 소리쳤었다

가만 가만 가만히 거기 있으라
가만 가만 가만히 거기 있으라
- 가만히 있으라(이승환)

노래를 들을 때마다 하는 몇 가지 다짐

이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흐른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몇 가지 다짐을 한다.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어른이 되지 않겠다는 다짐을, 모든 진실이 뭍으로 올라오기를 바라는 기도를 한다.

세월호가 바닷속으로 가라앉던 그 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는 입대를 앞두고 지방 여행을 갔다가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탑승객 전원 구조'라는 소식에 마음을 놓고 잠에 들었다. 잠을 깨고 나니, 참담한 소식들이 스마트폰 속 화면을 뒤덮었다. 그 날 밤 내내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 동생 또래의 친구들이 바닷속에 있었다.

하루아침에 수많은 생명이 사라졌다.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했던 국가는 부재했다. '청와대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망언이 등장했고, 심지어 유가족을 정치 세력으로 규정하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세월호 특조위는 번번이 방해에 부딪혔다.

생명의 존귀함을 모르는 2차 가해자들은 '폭식 투쟁'으로 유족들의 고통을 비웃었다. 참사, 그리고 일련의 사건들을 겪은 후 나에게 '세월호를 대하는 자세'는 상대를 판단하기 위한 중요한 준거점이 되었다. 죽음과 고통에 순서를 매기는 이들, '노란 리본이 지겹다'고 말하는 사람과 대화를 이어 나갈 자신이 없었다.

세월호는 당사자를 포함한 많은 국민들에게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남겼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 어떤 어른들에 의해 움직여져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JTBC의 권석천 보도국장(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자신의 저서 <정의를 부탁해>(2015)에서 '세월호를 다시 대면하고 극복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이 언저리를 맴돌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세월호를 대면해야 한다. 세월호 이전의 세상, 그리고 그 이후의 세상은 달라야 한다. 남은 이들의 몫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언저리를 맴돌지 말고, 눈물을 머금은 채 전진해야 한다. '가만히 있으라'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역시 이것 아닐까.

잊으라고만 묻으라고만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만
- 가만히 있으라(이승환)

세월호 이승환 세월호 4주기 가만히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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