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최근 음원차트 역주행 논란에 시달리는 가수 닐로의 < About You > 앨범 커버 이미지.

최근 음원차트 역주행 논란에 시달리는 가수 닐로의 < About You > 앨범 커버 이미지.ⓒ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17일 오후 방송된 SBS 연예 정보 프로그램 <본격연예 한밤>(아래 <한밤>)에선 최근 화제가 된 가수 닐로의 음원차트 역주행 논란을 다뤘다. 최근 닐로는 주요 온라인 음원차트 1위를 휩쓸며 주목 받았다. 닐로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EP앨범 < About You >의 타이틀곡 '지나오다'는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음원차트 600위권에 머물렀던 곡이다. 그러나 약 한 달 만에 차트 1위를 차지하는 '역주행'을 기록했다.

<한밤>은 이날 10분가량의 시간을 할애할 만큼 사안을 비중있게 다뤄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닐로의 깜짝 1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와 닐로 소속사 측의 반박을 두루 소개하는 등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인 시각에서 다루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이날 방송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역주행 논란의 명확한 시시비비를 가려주기엔 결정적인 한방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다.

발라드라 새벽에 1위 가능했다는 소속사 주장

 17일 방송된 SBS <본격연예 한밤>에 출연한 닐로 소속사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이시우 대표의 모습.

17일 방송된 SBS <본격연예 한밤>에 출연한 닐로 소속사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이시우 대표의 모습.ⓒ SBS


닐로의 소속사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이시우 대표는 '새벽 시간대에 갑자기 순위가 오른 이유'를 물어보는 취재진에게 "(해당) 음악이 발라드다. 사람들이 자기 전에 듣고 싶어 할 수 있지 않냐? 댄스곡을 새벽에 듣기는 좀 그렇지 않냐"라고 답했다.

'지나오다'가 단순히 발라드 곡이라 인기를 얻었다는 해명은 다소 납득하기 어렵다. 가수 아이유, 임창정, 에일리 등 내로라하는 '음원 깡패'조차도 새벽 시간대엔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기 쉽지 않다.

이는 그룹 엑소, 방탄소년단, 워너원 등 유명 아이돌 팬들이 새벽에 스트리밍(일부 팬들은 하루종일 응원하는 가수의 노래를 반복해서 듣는다. 일반 이용자가 잠든 새벽 시간대에는 아이돌의 곡들이 차트 1, 2위를 휩쓴다)을 돌려 상위권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출근 시간이 되면 일반 이용자들의 스트리밍이 급증하면서 아이돌 곡의 순위는 자연스럽게 하락한다. 그러나 닐로의 '지나오다'는 새벽에 순위가 오르고 출근 시간이 되면 오히려 떨어지는 기현상을 보였다. 닐로의 곡이 단순히 조용한 발라드라서 새벽 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는 변명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SNS 마케팅 노하우? 불법성 지적하는 변호사 의견

 17일 방송된 <본격연예 한밤>에 법률 전문가로 출연한 김경환 변호사는 닐로 측의 SNS 마케팅 방식에 대해 불법성이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17일 방송된 <본격연예 한밤>에 법률 전문가로 출연한 김경환 변호사는 닐로 측의 SNS 마케팅 방식에 대해 불법성이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SBS


닐로 소속사 측은 논란이 불거지자 "SNS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순위 역주행에 성공했다"고 해명했다. 앞서 팔로워 수가 수십만 명에 달하는 '너만 들려주는 노래' 등의 페이스북 페이지들은 닐로의 '지나오다'를 소개했다. 그러나 이 페이지들을 바이럴 마케팅 회사인 메이즈 엔터테인먼트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에 리메즈 측은 "음원 사재기나 편법이 아니라 SNS를 기반으로 한 바이럴 마케팅의 노하우"라고 답했다. 이날 방송에서 이시우 대표는 "최대한 대중들이 음악에 공감할 수 있게 표현한 글을 쓰고 올리는 것이다. 운 좋게 상황이 맞아 떨어졌다"고 추가 해명했다. 음악계 전문가로 <한밤>에 출연한 김진우 가온차트 연구원은 "SNS를 통한 100위권 진입은 어느 정도 검증된 바 있다. 그러나 1위에 오르는 건 힘든 일이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또 SNS에서 마치 제3자가 게시물을 올린 것처럼 위장해 홍보하는 행위에 대해 닐로 측은 "대중에게 저희가 가진 콘텐츠(닐로)를 더 친밀하게 전하기 위한 표현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진행했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로 출연한 김경환 변호사는 "소속사 측이 직접 운영하는 SNS 계정인데도 불구하고 아닌 것처럼 표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기만적인 광고 행위로 봐서 불법 소지가 있다"라고 위법성을 지적했다. 또한 이로인해 "매출액 2% 금액에 해당하는 과징금 부과 및 시정 불이행 시 형사 처벌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과정이 없고 결과만 있는 1위라는 전문가 견해

 지난 17일 방송된 <본격연예 한밤>에선 김진우 가온차트 연구원(위), 현역 걸그룹 멤버인 에이프릴 이나은 (아래) 등이 음원 역주행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 17일 방송된 <본격연예 한밤>에선 김진우 가온차트 연구원(위), 현역 걸그룹 멤버인 에이프릴 이나은 (아래) 등이 음원 역주행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피력했다.ⓒ SBS


김진우 가온차트 연구원은 지난해 대표적인 역주행 인기곡인 윤종신의 '좋니'를 예로 들었다. 그는 "'좋니'가 역주행을 할 때 노래방에서 취재한 기자들에 따르면, 10명 중 6~7명은 '좋니'를 부르고 있었다고 하더라"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반면 "닐로의 역주행은 빠르게 진행됐다. 대중이 인기를 체감하기도 전에 1위에 올랐다. 과정이 없고 결과만 있으니까 사람들이 의아해하는 것이다"라고 지금의 논란을 간략히 요약했다.

<한밤> 리포터로 출연 중인 현역 걸그룹 멤버 이나은(에이프릴)은 음원 역주행의 난이도를 묻는 MC들의 질문에 대해 "음원이 많이 나오고 팬덤 경쟁도 심하다. 빠른 시일에 순위를 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고충을 피력하기도 했다.

의혹 관련자들의 해명만 넘치고, 시원한 해결은 요원

 17일 방송된 <본격연예 한밤>에서 닐로 음원 사재기 의혹에 대해 멜론 측은 "비정상적인 이용은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17일 방송된 <본격연예 한밤>에서 닐로 음원 사재기 의혹에 대해 멜론 측은 "비정상적인 이용은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SBS


이날 <한밤>의 방송 내용은 시청자들이 기대한 만큼의 속시원한 내용을 담아내진 못했다. 먼저 음원 사재기 의혹이 발생한 음원사이트 멜론 측은 "비정상적인 이용은 없었고 그런 걸 시도하더라도 우리는 비정상적 이용을 차단하는 시스템이 10여 년 전부터 마련했다"라고 답변했다.

이는 지난 2014년부터 SM, YG, JYP 등 주요 대형 기획사들이 관련기관에 사재기 논란 조사를 의뢰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던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각종 음원차트 실시간 순위 그래프 분석을 통해 음악 팬들이 비정상적인 이용 의혹을 제기했지만 음원 업체 측은 "문제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를 지켜보는 입장에선 답답함만 늘어날 뿐이었다.

게다가 의혹 당사자인 닐로 측의 해명은 오히려 의문만 가중시켰다. 이에 반해 <한밤> 측은 예리한 질문이나 밀도 있는 취재를 보여주지 못했다. 전문가의 의견 개진 외에는 특별한 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번 닐로의 '역주행 논란'은 청와대 국민 청원에도 등장할 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밤>의 발빠른 소재 선점은 칭찬할 만했지만 짧은 준비 및 부족한 심층 취재는 연예 정보 프로그램로서의 한계도 동시에 드러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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