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시즌 3번째 선발 등판 경기에서 2경기 연속 승리에 성공했다. 투구 내용에 실수가 있긴 했지만, 그 실수를 제외하면 다른 순간에는 완벽한 투구로 팀의 2연승에 기여했다.

17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파드리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류현진의 투구 기록은 6이닝 3피안타(1피홈런) 무볼넷 9탈삼진 2실점이었다(93구). 실수가 있었다면 크리스티안 비야누에바와의 맞대결에서 허용했던 2점 홈런으로, 이 한 순간을 제외하고는 다른 상황에서의 실점은 없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그 실점이 팀의 득점 직후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직전 이닝에서 득점에 성공한 야수들이 분위기가 떨어질 수도 있었던 위험한 상황이었다. 류현진이 새롭게 장착한 컷 패스트볼(커터)을 던졌는데, 이 공이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가 된 탓이었다.

반복하지 않는 실수, 이번엔 경기 안에서 보완했다

류현진은 1회말 수비에서 깔끔하게 투구를 마친 뒤 2회초 팀의 공격에서 득점 지원을 받고 출발했다. 그러나 2회초 선두 타자 헌터 렌프로에게 좌측 외야에 떨어지는 2루타를 허용했고, 비야누에바를 상대하다 실투가 걸리면서 같은 방향으로 홈런을 허용했다.

이날 전까지 류현진이 펫코 파크에서 기록한 평균 자책점은 0점 대였다. 하지만 그 기록은 대부분 류현진이 어깨 부상으로 수술을 받기 전의 기록이었다. 2015년 시즌을 앞두고 파드리스는 선수 영입에 대한 투자로 타선의 컬러가 달라진 상황이었다.

다만 류현진이 그 해 수술을 받으면서 새로운 파드리스를 상대할 기회가 적었다. 2016년에 복귀 경기를 치렀을 때도 파드리스를 상대했다가 호되게 당한 적이 있었다. 게다가 당장 지난 겨울만 해도 FA 시장에서 2015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월드 챔피언 주역 에릭 호스머를 영입했다.

그렇게 변한 파드리스 타선을 상대로 실투가 걸렸기 때문에 장타가 나왔다. 펫코 파크가 투수들에게 친화적인 경기장으로 유명하지만 좋은 타자가 실투를 놓치지 않았고, 타구의 비거리가 상당히 길게 나와서 홈런이 된 것이었다.

2회초 비야누에바에게 홈런을 허용했던 류현진은 3회초 다저스 야수들이 대량 득점에 성공하며 훨씬 여유로운 상황에서 3회말 수비에 임했다. 그리고 대타 맷 시저와 호세 피렐라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낸 뒤 프레디 갈비스를 좌익수 뜬공으로 막아내며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흔들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은 다저스 타선

이날 파드리스의 선발투수는 당초 선발 로테이션에 없었던 로비 얼린이었다. 파드리스가 최근 벤치 클리어링 사건으로 인하여 징계를 받았던 선수들 중에 선발투수도 있었고, 이 때문에 파드리스는 선발 로테이션이 꼬이면서 임시 선발투수를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롱 릴리프로 등판한 뒤 3일 휴식 후 선발로 등판했던 얼린은 1회초 수비에서는 삼진 2개를 곁들여 삼자 범퇴로 잘 던졌다. 그러나 2회에 코디 벨린저를 7구 접전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고, 맷 켐프에게 안타를 맞으며 실점 위기에 몰렸다.

이 과정에서 켐프가 추가 진루를 시도하다 2루에서 아웃되었지만, 다저스의 타선은 얼린이 흔들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바로 야스마니 그랜달이 적시타를 터뜨려 선취점을 냈고(1-0), 야시엘 푸이그도 8구 접전 끝에 볼넷을 얻어내며 얼린의 투구수를 급격히 늘리기 시작했다.

2회말 류현진이 2점 홈런을 허용하며 경기가 뒤집혔지만(1-2), 다저스 타선은 3회초 다시 불을 내뿜었다. 선두 타자 크리스 테일러의 타구가 공고롭게도 홈런을 쳤던 3루수 비야누에바에게 갔는데, 비야누에바가 이 타구를 잡지 못하면서 테일러가 2루까지 진루한 것이 빅 이닝의 시작이었다.

뒤이어 코리 시거의 타구 역시 파드리스의 우익수 헌터 렌프로가 잡지 못하면서 테일러가 홈을 밟아 동점에 성공했다(2-2). 이 과정에서 시거가 3루까지 진루했고, 키케 에르난데스의 적시타(3-2), 벨린저의 내야 안타까지 이어지며 얼린이 흔들릴 때까지 흔들렸다.

결국 얼린은 켐프를 상대로 초구부터 실투를 던졌고, 켐프는 실투를 놓치지 않고 타구를 걷어올려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은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6-2). 켐프가 홈런을 날린 이후에도 다저스 타선은 얼린을 계속 흔들며 타자 일순한 뒤에야 3회초 공격을 마쳤다.

이 여파로 얼린은 3이닝 만에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6실점(4자책)으로 더 이상 투구를 이어가지 못했다(70구). 파드리스 불펜이 평균 자책점 1점 대로 시즌 초반 철벽 방어를 이어가던 점을 감안했을 때 다저스가 임시 선발인 얼린을 이 때 흔들지 않았다면 류현진에게도 힘든 경기가 될 수 있었다. 다저스는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그랜달의 그랜드 슬램까지 더하여 10-3 대승을 거뒀다.

부진했던 첫 등판 딛고 대반전, 성적만 보면 2선발

시즌 첫 선발 등판만 해도 류현진의 입지는 안전하지 못했다. 다저스는 브랜든 맥카시, 스캇 카즈미어 등을 트레이드로 보내면서 선발진 정리로 류현진에게 선발 기회를 보장했다. 하지만 다저스 팜에는 트리플A에서 3경기 평균 자책점 2.08로 호투하고 있는 워커 뷸러가 승격을 대기하고 있어서 결코 안심할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류현진은 시즌 첫 등판에서 3.2이닝 5볼넷 3실점으로 부진했고, 그 경기에서 팀은 연장 15회 승부 끝에 패했다. 이후 다저스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까지 부진하면서 연패의 늪에 빠졌고, 결국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하위까지 처졌다.

그러는 동안 또 다른 선발투수 알렉스 우드는 식중독 증상으로 인해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고, 이 때문에 류현진의 등판 일정과 맞바뀌기까지 했다. 류현진이 11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상대로 호투하며 시즌 첫 승을 거뒀지만, 이후 다저스 선발진은 또 다시 연패를 막지 못했다.

일정을 바꾼 우드와 임시 불펜 대기하다 선발 로테이션에 복귀한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 등도 부진했고, 베테랑 투수 리치 힐마저 연패를 끊지 못했다. 결국 연패를 끊은 투수는 16일 경기에서 7이닝 2피안타(1피홈런) 12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던 에이스 커쇼였다.

연승 분위기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류현진이 책임감 있는 피칭을 통해 다저스의 2연승을 이끌었다. 타선이 홈런 2개를 포함하여 집중력을 회복해가는 모습을 보이며 필승조도 휴식을 취하고 보다 여유있는 경기 운영을 할 수 있었다.

이날 승리로 류현진은 팀내 최다 선발승 투수가 됐다. 2경기 연속 승리를 통해 시즌 2승 무패가 되었고, 평균 자책점은 2.79에서 2.87로 조금 올랐다. 커쇼가 시즌 첫 2경기에서 득점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2패만 당한 뒤 첫 승을 거둔 상황에서 류현진이 다저스 선발투수 중 유일하게 2승을 거뒀다.

평균 자책점 부문에서도 1.73을 기록한 커쇼와 2.08을 기록한 마에다 다음으로 좋다. 다만 마에다는 중간에 불펜 대기한 기록을 뺄 경우 3경기 12.2이닝 2.35이다. 3번째 선발 등판 경기에서 2.2이닝 5실점(2자책)으로 무너지면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으며, 아직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는 한 번도 없다.

우드는 첫 경기 8이닝 1피안타 무실점 이후 6이닝 3실점, 3.2이닝 7실점으로 점점 투구 내용이 좋지 않다. 3번째 경기 등판이 끝난 뒤 본인은 식중독 영향이 없다고 말했지만, 등판을 제대로 준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등판 간격도 불규칙해지면서 루틴이 바뀐 영향은 있었다. 힐 역시 첫 경기 6이닝 무실점 이후 4이닝 3실점, 5이닝 7실점으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류현진은 FA가 되고 커쇼는 옵트 아웃을 행사할 수 있다. 두 선수 모두 다저스와 재계약할 수도 있지만, 만일에 대비하여 뷸러가 메이저리그에 조기 승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팀의 세대 교체를 위해서는 호투하고 있는 특급 유망주를 언젠가는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시켜야 한다.

힐의 경우 다음 FA가 되려면 2019년 시즌을 마쳐야 한다. 1980년생(만 38세)의 노장으로 연봉도 상당하여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되기에도 다소 무리가 있다. 연봉 조정 신청을 거치고 있는 우드도 2019년 시즌을 마쳐야 FA가 된다. 뷸러의 승격 시점에 따라 선발투수들의 입지들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류현진은 점점 입지를 굳혀가는 피칭을 하고 있다. 성적만 놓고 보면 실질적으로 2선발 역할을 하고 있는 류현진의 다음 등판 예정은 23일로 예정된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 경기로, 선데이 나이트 베이스볼로 편성된 전국구 경기다. 보는 눈이 많은 경기인 만큼 류현진이 3경기 연속 호투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을 수 있을지 지켜보자.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MLB 메이저리그야구 LA다저스 류현진선발경기 다저스선발투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