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방송된 MBC 교양 프로그램 < MBC 스페셜> '너를 보내고-4.16 합창단의 노래' 편의 한 장면.

16일 방송된 MBC 교양 프로그램 < MBC 스페셜> '너를 보내고-4.16 합창단의 노래' 편의 한 장면. ⓒ MBC


군부 독재 시절, 하루아침에 금쪽같은 아이들을 차디찬 감옥으로 빼앗긴 부모들은 아이들을 대신해서 거리로 나섰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을 계기로 모인 부모들은 1986년 미 문화원 방화 사건 당시 '민가협'을 결성하고 우리 사회 양심수 문제에 앞장섰다. 우리나라는 민주화에 앞장선 자식을 둔 부모까지 대열에 서게 만들었다.

세월이 흐르고 강산이 몇 번이나 변했지만 여전히 부모들은 거리로 나선다. 심지어 차가운 거리에서 입을 모아 노래를 부르지만 아이들은 돌아올 수 없다. 16일 방송된 MBC 교양 프로그램 < MBC 스페셜> '너를 보내고-4.16 합창단의 노래' 편에서는 세월호 4주기를 맞아 남겨진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날 방송은 징하게 추웠던 지난 겨울, 안산에서 고공 농성을 이어가는 노동자들을 방문해 응원의 노래를 부르는 '4.16 합창단'의 모습에서부터 시작했다.

 16일 방송된 MBC 교양 프로그램 < MBC 스페셜> '너를 보내고-4.16 합창단의 노래' 편의 한 장면.

16일 방송된 MBC 교양 프로그램 < MBC 스페셜> '너를 보내고-4.16 합창단의 노래' 편의 한 장면. ⓒ MBC


2014년 4월 16일, 그로부터 4년이 지났지만 아이들은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부모들은 그 '참척'의 고통을 연대로 극복하려 한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여전히 부모들은 '세상의 정의'를 묻기 위해 직접 거리로 나선다.

4년이나 지났다. 혹자는 그렇게 말한다. 배도 어렵사리 땅 위로 올라왔고, 2014년 그날 이래 세월호만 부르짖는 것은 이제 그만하면 돼지 않느냐고. 정말 그럴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위해 < MBC 스페셜>은 당사자 부모들을 만나러 간다.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
꼭 기억할게. 다 기억할게.
아무도 외롭지 않게.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
꼭 기억할게. 다 기억할게.
아무도 외롭지 않게
일 년이 가도 십 년이 가도
아니 더 많은 세월 흘러도
보고픈 얼굴들 그리운 이름들
우리 가슴에 새겨놓을게." - '잊지 않을게' 중에서.

그 날의 부모들, 입을 모아 노래를 부르다

 16일 방송된 MBC 교양 프로그램 < MBC 스페셜> '너를 보내고-4.16 합창단의 노래' 편의 한 장면.

16일 방송된 MBC 교양 프로그램 < MBC 스페셜> '너를 보내고-4.16 합창단의 노래' 편의 한 장면. ⓒ MBC


경기도 안산의 한 성당 한켠에 마련된 컨테이너 박스에 모인 부모들은 활기가 넘친다. 세월호 학부모들과 시민 단원들이 입을 모아 만든 '416 합창단'에 새로운 학부모 단원 두 분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서로 앞집 뒷집이라고 소개하며 단원들은 쑥스러운 듯 인사를 나눈다.

한 엄마는 "숨을 쉬기 위해 이곳에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엄마는 "그날 이후 세상에 맞물려서 함께 살아갈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함께 웃을 수도 없고, 다른 표정을 지으면 "티를 낸다"고 손가락질 받는 게 무섭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집 밖으로 한 걸음 나오기 어려운 엄마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이곳은 '숨통'이다.

벌써 4년이 지났지만 엄마는 한 달에 두 번 방문하는 강원도 산골 산사에서 아이의 사진을 부둥켜 안고 "한 번만 너를 안아봤으면 좋겠다"고 울음을 토한다. 아이를 생각해서 시를 지어준 시인이 "눈이 오면 아이가 오는 것"이라고 말했고, 아빠는 노래를 부르다 말고 눈이 오면 운동장으로 뛰어나가 아이를 맞는다. 하얗게 센 머리로 매일 오후 4시 19분이면 자신이 진행하는 세월호 방송을 통해 묵념의 시간을 갖는 아빠도 있다. 세상은 세월호 사고에 무뎌져 가지만 부모들은 여전히 그 날, 그 바다에 있다.

 16일 방송된 MBC 교양 프로그램 < MBC 스페셜> '너를 보내고-4.16 합창단의 노래' 편의 한 장면.

16일 방송된 MBC 교양 프로그램 < MBC 스페셜> '너를 보내고-4.16 합창단의 노래' 편의 한 장면. ⓒ MBC


처음부터 노래를 부르려고 한 건 아니었다. 세월호 500일 당시 각지에서 보내준 성원에 조금이라도 답을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노래다. 정식 합창단처럼 형식과 절차를 따로 마련하지는 않았다. 함께 노래를 부르지만 가창력이나, 파트에 어울리는 톤을 따지지도 않았다. 그저 함께 마음을 모을 수 있다면, 이곳에서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그뿐이다. 하지만 그 '마음'으로 뭉친 부모들은 이제 어디라도 간다. 고공 농성의 현장에도, 쌍용 자동차 현장에도 그리고 각종 세월호와 관련된 집회에도 간다. 노란 파카를 입은 부모들은 영하의 혹한도 두렵지 않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 세월호 참사 추모곡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중에서.

 16일 방송된 MBC 교양 프로그램 < MBC 스페셜> '너를 보내고-4.16 합창단의 노래' 편의 한 장면.

16일 방송된 MBC 교양 프로그램 < MBC 스페셜> '너를 보내고-4.16 합창단의 노래' 편의 한 장면. ⓒ MBC


아버지는 안산의 합동 분향소에 딱 한 번 갔었다. 그곳에 있는 304명의 아이들의 이름을 다 불렀다. 그리고 그 날의 진실을 밝히고 다시 너희들을 만나러 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4년, 일부 사람들은 이제 그만 세월호를 놓으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밝혀진 건 없다. 세월호 진상 규명은 물론 책임자 처벌까지,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부만 바라보고 있는 '희망고문'의 시간이다. 이제서야 그날 국정 최고 책임자가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드러났다. 지치고 힘들지만 포기할 수 없는 부모들의 심정은 그들이 4주기 추모곡으로 선정한 '너를 보내고'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구름 낀 하늘은 왠지
네가 살고 있는 나라일 것 같아서
창문들마저도 닫지 못하고
하루종일 서성이며 있었지.
삶의 작은 문턱조차 쉽사리
넘지 못했던 너에게 나는
무슨말이 하고파서 였을까.
먼산 언저리마다 너를 남기고
돌아서는 내게 시간은 그만
놓아주라는데
난 왜 너 닮은 목소리마저
가슴에 품고도 같이가자 하지 못했나." - 세월호 추모곡 '너를 보내고' 중에서.

 16일 방송된 MBC 교양 프로그램 < MBC 스페셜> '너를 보내고-4.16 합창단의 노래' 편의 한 장면.

16일 방송된 MBC 교양 프로그램 < MBC 스페셜> '너를 보내고-4.16 합창단의 노래' 편의 한 장면. ⓒ MBC


이날 방송은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 숨을 쉬는 유가족의 모습을 보여줬다. 여전히 아이들만 떠올리며 눈물 흘리는 세월호 유가족, 이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세월호 참사에 관한 치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배는 바다 위로 올라왔지만 아직 달라진 건 없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사회적 재난에 제대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되돌아보면 아무 것도 밝혀진 게 없다는 것을 방송은 절감하게 한다. 벌써 4년이 지났다. 4년 아니라 40년이 걸리더라도 아버지가 다시 아이들의 이름을 당당히 부를 수 있을 때까지, 부모님들의 노래가 더 이상 눈물로 적셔지지 않을 때까지, 세월호의 진실 규명은 멈춰선 안 된다. < MBC 스페셜>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MBC스페셜- 너를 보내고, 416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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