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의 비가: 들리지 않는 노래> 영화 포스터

▲ <시리아의 비가: 들리지 않는 노래> 영화 포스터 ⓒ 넥센문화다양성펀드


<시리아의 비가: 들리지 않는 노래>의 처음은 충격적이다. 2015년 9월, 시리아인 압둘라 쿠르디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띄워진 보트들의 정원은 초과한 상태였고 결국엔 뒤집어졌다고 이야기한다. 다음 장면은 싸늘한 주검이 된 채로 해안가에 누워있는 아이를 보여준다.

이 장면을 보면 영화, TV, 게임 등을 통해 자극적인 폭력에 익숙했던 사람조차도 놀라움에 입을 다물기 어렵다. 대체 아이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시리아의 비가: 들리지 않는 노래>는 아이의 죽음과 관련된 슬픈 사연을 들려준다.

다큐멘터리 영화 <시리아의 비가: 들리지 않는 노래>는 일촉즉발의 위기에 휩싸인 중동의 화약고 시리아로 들어간다. 영화는 <제1장 혁명의 여명>, <제2장 내전>, <제3장 이방인>, <제4장 전쟁터 속 아이들>까지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리아 사태를 2011년 시위부터 2016년 상황까지 기록한 다큐

<시리아의 비가: 들리지 않는 노래> 영화의 한 장면

▲ <시리아의 비가: 들리지 않는 노래> 영화의 한 장면 ⓒ 넥센문화다양성펀드


영화는 각각의 장에 2011년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에게 자유를 요구하며 시작한 평화 시위, 정부군과 자유시리아군 사이에 발발한 내전, 전쟁의 후유증으로 7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 2016년 현재 상황까지 꼼꼼하게 적었다.

<시리아의 비가: 들리지 않는 노래>는 시라아의 현주소를 모르는 사람과 '내전'이란 단어 정도만 아는 사람에게 시리아의 국내외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다. 어렴풋하게나마 아는 사람에게도 좋은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시리아는 1963년 쿠데타로 사회주의 바트당이 집권한 후 1971년 군인 하페즈 알아사드가 권좌에 올라 30여 년간 철권통치를 한다. 2000년 그가 사망한 다음에 아들 바샤르 알 아사드가 권력을 잡았다.

혁명 이전 역사를 간단하게 설명한 후 <제1장 혁명의 여명>은 2011년 중동에 불어 닥친 민주화의 물결인 '중동의 봄'의 영향을 받아 시작한 시리아의 평화적인 시위를 조명한다. 시위대가 정부의 무자비한 폭력에 대항한 결과물인, 시리아 반정부 군사조직인 '자유시리아군'이 만들어진 배경을 설명한다.

<제2장 내전>은 정부군과 자유시리아군의 사이에 벌어진 내전 역사와 레바논의 이슬람교 시아파 교전단체 '헤즈볼라'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ISIS)'의 개입을 살펴본다. <제3장 이방인>은 헤즈볼라, ISIS에 러시아까지 끼어들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시리아를 그린다. 마지막 <제4장 전쟁터 속 아이들>은 전쟁을 피해 터키와 유럽 전역으로 이주한 시리아 난민들의 고통을 지켜본다.

시리아 문제 입문에 도움되는 다큐, 하지만 부족한 점도...

<시리아의 비가: 들리지 않는 노래> 영화의 한 장면

▲ <시리아의 비가: 들리지 않는 노래> 영화의 한 장면 ⓒ 넥센문화다양성펀드


<시리아의 비가: 들리지 않는 노래>는 시간별, 지역별로 오가며 담은 영상과 시리아의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 사람들이 보았던 것과 느낀 점을 털어놓는 인터뷰 외에 여러 영상 조각을 영화 곳곳에 삽입했다. 고립된 도시에서 영양실조로 쓰러진 사람들, 화학 무기가 내뿜은 가스로 죽어가는 사람들, 끔찍한 고문의 흔적들, 파괴된 도시, 갈가리 찢긴 시체 등 시리아 운동가와 시민들이 스마트폰, 디지털카메라에 담은 영상들은 잊을 수 없는 충격을 안겨준다.

영상의 수위가 높기에 일부 사람은 불편하지 않겠냐는 지적에 연출을 맡은 이브게니 아피네예브스키 감독은 "시리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 위해선 꼭 보여줘야 한다"고 단호히 말한다. 그는 카메라가 기록한 냉혹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줌으로써 지구촌 대다수가 평화롭게 지내는 이때, 어느 곳에선 대규모 학살과 극악무도한 만행이 저질러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시리아의 비가: 들리지 않는 노래>에는 순기능도 있으나 문제점 역시 도사린다. 복잡하기 짝이 없는 시리아 내전을 111분이란 러닝타임으로 요약한 통에 생략된 부분이 많다. 대부분 시리아인이 수니파이고 아사드를 비롯한 군과 정부의 요직을 차지한 사람들은 알라위파란 종파적 갈등을 다루질 않았기에 내전의 발발 원인은 단순히 독재 저항에 치우쳐 있다.

종파 갈등을 거르다 보니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개입한 명분도 알 길이 없다. 쿠르드족을 동맹으로 삼아 들어온 미국 역시 다루어지지 않는다. <시리아의 비가: 들리지 않는 노래>는 시리아 사태를 이해하는 입문용으론 아주 좋다. 다만, 폭넓은 이해를 하려면 뉴스 등 다양한 자료를 찾아서 읽을 필요성이 있다. 시리아의 문제를 이해하는 데 111분은 턱없이 부족하다.

도입부에 나온 '아이의 주검', 마지막에 다시 보여주는 이유

<시리아의 비가: 들리지 않는 노래> 영화의 한 장면

▲ <시리아의 비가: 들리지 않는 노래> 영화의 한 장면 ⓒ 넥센문화다양성펀드


<시리아의 비가: 들리지 않는 노래>는 처음에 보여주었던 아이의 주검 장면을 마지막에 다시 반복한다. 시리아의 슬픈 역사를 모두 들은 관객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게 된다. 도입부에 나온 아이의 죽음이 '시각적 충격'에 머물렀다면 다시 마주쳤을 땐 '사고의 충격'으로 발전한 셈이다.

영화의 끝 무렵에 시리아의 기자 겸 운동가인 하디 알 압둘라는 "5년 전만 해도 모두가 바라는 조국의 혁명을 꿈꿨지만, 지금은 제 꿈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한다. 너무나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 버린 시리아의 현실은 그녀를 좌절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아름다운 시리아를 만든다는 꿈은 요원해지고 계속 집은 파괴되고 사람들은 죽어간다. 출구는 보이질 않는다.

많은 이들이 내일을 잃어버렸을 때 마지막에 등장하는 시리아 난민 소녀는 이야기한다. "언젠가는 (시리아) 알레포로 돌아갈 수 있길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우린 이 역경을 꼭 이겨낼 거예요." 영화는 절망으로 뒤덮인 어둠의 한복판에서 영화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발견한 것이다.

<시리아의 비가: 들리지 않는 노래>는 역사의 조각을 모은 기록물이다. 인간의 선함을 믿고 의지를 전달하는 메신저다. 그리고 깊은 울림을 전하는 영화다. 꼭 보시길 강력히 추천한다.

다큐멘터리 헬렌 미렌 시시 존스 이브게니 아피네예브스키 라에드 알 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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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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