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골 넣는 권창훈 24일(현지시간) 영국 벨파스트 윈저파크경기장에서 열린 북아일랜드 평가전에서 한국의 권창훈이 선제골을 넣고 있다.

▲ 선제골 넣는 권창훈 지난 3월 24일(현지시간) 영국 벨파스트 윈저파크경기장에서 열린 북아일랜드 평가전에서 한국의 권창훈이 선제골을 넣고 있다. ⓒ 연합뉴스


'리우올림픽 세대' 권창훈(디종)과 황희찬(잘츠부르크)가 유럽무대에서 연일 맹활약을 이어가며 주가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다가오는 러시아월드컵에서도 한국축구의 핵심전력으로 중용될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다.

프랑스 리그1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 권창훈은 최근 물오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디종에서 오른쪽 날개로 자리잡은 권창훈은 올시즌 벌써 9골을 터뜨리며 한 골만 더 넣으면 두자릿수 득점에 성공한다. 지난 2015년 K리그 수원삼성 시절 10골을 넣은 뒤 3년 만에 개인 프로 통산 두 번째가 된다.

한국 선수 중 유럽 1부리그에서 10골 이상을 넣은 선수는 차범근을 비롯해 설기현, 박주영, 박지성, 손흥민, 석현준, 황희찬까지 총 7명에 불과하다. 프랑스는 유럽 5대리그 중 하나로 꼽히는 빅리그이고 수비가 강하여 많은 골이 터지지 않는 리그다. 서정원, 안정환, 남태희, 박주영 등 한국을 대표하여 내노라 하는 선수들이 프랑스리그를 거쳐갔다.

한국인 선수가 프랑스 리그에서 기록한 한 시즌 최다득점은 2010~2011시즌 AS 모나코에서 활약하던 박주영이 12골(리그 33경기)을 넣은 바 있다. 권창훈은 박주영 이후 한국인 선수로서는 최다득점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권창훈이 정통 공격수가 아닌 윙어라는 것을 감안하면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한다는 것은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황희찬은 유럽클럽대항전 우승에 도전한다. 황희찬의 소속팀 잘츠부르크는 최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유로파리그에서 4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인 선수 중 올시즌 유럽클럽대항전에서 살아남은 선수는 이제 황희찬뿐이다.

잘츠부르크는 준결승에서 마르세유(프랑스)와 27일 1차전을 치른다. 황희찬은 올시즌 12골 3도움을 기록하며 2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으로 잘츠부르크 부동의 주전 공격수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특히 라치오와의 지난 8강 2차전(13일)에서 황희찬은 팀의 세 번째 골을 기록하며 잘츠부르크가 원정 1차전 2-4 패배의 열세를 딛고 1, 2차전 합계 6-5로 대역전승을 일구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리그는 유럽의 중소리그로 꼽히지만 황희찬의 실력이 유럽 빅리그팀들을 상대로도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이번 유로파리그를 통하여 증명하고 있다.

'손흥민-황희찬-권창훈' 역동적인 세 선수의 조합, 한국대표팀의 무기

 4월 13일 오전 4시 5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아레나에서 열린 잘츠부르크와 라치오의 2017~2018시즌 유로파리그 8강 2차전 경기. 잘츠부르크의 황희찬 선수가 라치오의 라모스 루이즈 필리페 선수를 상대로 경기하고 있다.

4월 13일 오전 4시 5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아레나에서 열린 잘츠부르크와 라치오의 2017~2018시즌 유로파리그 8강 2차전 경기. 잘츠부르크의 황희찬 선수가 라치오의 라모스 루이즈 필리페 선수를 상대로 경기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권창훈과 황희찬 모두 러시아월드컵에 승선할 것은 유력하고 주전으로까지 나설 가능성도 매우 높아졌다. 두 선수는 지난달 신태용호 유럽 원정 평가전 2연전(북아일랜드, 폴란드)에도 출전하여 나란히 골 맛을 봤다. 권창훈이 북아일랜드전에서 선제골을 넣었고, 황희찬은 폴란드전에서 동점골을 넣었다. 신태용호는 간판 공격수 손흥민의 부진속에 비록 2연패를 당했지만 젊은 유럽파 선수들의 활약을 확인한 것에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월드컵같은 큰 무대에서는 강팀을 상대할수록 작은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현재 신태용호의 에이스는 역시 손흥민이다. 토트넘의 주축 공격수로 활약 중인 손흥민은 올시즌도 18골 10도움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손흥민을 제외하고 확실한 공격루트가 없다는 것은 신태용호의 가장 큰 불안요소였다. 실제로 대표팀은 손흥민이 막혔을 때 팀 전체가 함께 부진에 빠지는 모습도 자주 드러냈다. 대표팀이 손흥민의 원맨팀으로 그친다면 월드컵에서의 경쟁력은 낙관할 수 없다.

'큰 물에서 놀아본' 황희찬과 권창훈이 지금의 컨디션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면 대표팀에서 손흥민의 부담을 충분히 덜어줄 수 있을 전망이다. 러시아월드컵에서 '손흥민의 파트너'를 둘러싼 경쟁구도에도 확실한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다. 4-4-2를 주 전술로 구사하는 신태용호에서 손흥민과 함께 투톱을 이룰 카드로 그동안 여러 선수가 점검을 받았다. 장신 공격수 김신욱(전북)은 손흥민과의 시너지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베테랑 이근호(강원)는 연계능력이 뛰어나지만 신태용호에서 아직 득점이 전무할만큼 저조한 공격력이 아쉽다.

황희찬은 기술과 돌파력, 골결정력을 두루 갖춰서 현재로서는 김신욱-이근호를 제치고 월드컵에서 손흥민의 투톱 파트너로 나설 가능성이 가장 높아졌다. 황희찬을 원톱에 세울 경우, 손흥민을 2선으로 내려서 다시 주포지션인 왼쪽 윙포워드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전방에서 공격수들의 유기적인 스위칭과 연계플레이를 통한 기회 창출을 추구하는 신태용호의 특성상 권창훈과 손흥민, 황희찬이 수시로 위치를 변경하며 '사실상의 스리톱'을 형성할 수도 있다.

황희찬-권창훈은 이미 손흥민과 리우올림픽시절부터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다. 세 선수 모두 축구선수로서 체격조건은 뛰어나지 않지만 기술과 투지, 젊음을 두루 갖춰 유럽무대에서도 당당히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역동적인 세 젊은 선수들의 조합은 현재 한국축구가 월드컵에서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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