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방송된 SBS < SBS 스페셜> '고독한 우주인-지구 귀환 3649일째' 편의 한 장면.

15일 방송된 SBS < SBS 스페셜> '고독한 우주인-지구 귀환 3649일째' 편의 한 장면. ⓒ SBS


지난 15일 방송된 SBS 교양 프로그램 < SBS 스페셜>에는 '먹튀 논란'에 시달리는 우주인 이소연씨가 출연했다. 지난 2008년 4월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호를 타고 우주국제정거장에서 10여 일 동안 머문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는 2014년 돌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퇴사하며 논란에 휩싸였다. 방송에 따르면, 이소연씨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정권의 전시행정 결과물이었다.

이소연씨를 둘러싼 '먹튀 논란'의 진실

 15일 방송된 SBS < SBS 스페셜> '고독한 우주인-지구 귀환 3649일째' 편의 한 장면.

15일 방송된 SBS < SBS 스페셜> '고독한 우주인-지구 귀환 3649일째' 편의 한 장면. ⓒ SBS


논란이 시작된 건 지난 2014년이었다. 이소연씨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퇴사를 결정하자 언론은 '먹튀'라는 선정적인 단어로 이를 보도했다. 또 온갖 확인되지 않은 구설수를 기사로 옮기기도 했다. 언론들은 이소연씨에 대해 "260억 원을 들인 국가적인 이벤트의 주인공으로 그 혜택을 고스란히 받았지만 이후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고 일제히 비난했다.

< SBS 스페셜> 제작진은 논란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현재 미국 워싱턴주에 머물고 있는 이소연씨를 찾아갔다. 이소연씨는 현재 '백수'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남편은 "이소연씨가 한국 최초의 우주인인 줄도 몰랐다"고 했고, 이소연씨 역시 "논란 기사가 날 때까지도 미국 영주권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현재 대한민국 국적이고 이걸 포기할 생각은 없다"고 고백했다.

 15일 방송된 SBS < SBS 스페셜> '고독한 우주인-지구 귀환 3649일째' 편의 한 장면.

15일 방송된 SBS < SBS 스페셜> '고독한 우주인-지구 귀환 3649일째' 편의 한 장면. ⓒ SBS


이날 방송에서는 이소연씨를 우주로 보냈던 일이 '260억 원짜리 이벤트성 항공 우주 사업'이었다고 했다. 2006년 정부가 항공 우주 사업을 시작한다는 뉴스는 센세이션했다. 신청자가 3만6206명에 달할 만큼 반응도 뜨거웠다. 최종 후보로 선출된 고산씨는 석연치 않은 과정으로 탈락했고 함께 선출된 이소연씨가 대신 그 책임을 맡았다. 2008년 4월 10일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한 이소연씨는 18가지 우주 과학 실험을 하며 10여일 간의 우주생활을 경험한 뒤 지구로 귀환했다.

그러나 당시 이소연씨의 우주 실험에 대해 "우주 관광이다" "혈세 낭비다"라는 비판도 많았다. 이에 대해 이소연씨는 "나는 항우연이 만들어 낸 우주인 배출 사업의 상품이었다"고 밝혔다. 2008년 시작된 논란에 대해 2018년이 되어서야 답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뭘까. 그 배후에는 정권에 따라 요동치는 우리의 과학 기술 사업이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우주에서 교신했던 이소연씨는 당시 부서명이 과학기술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로 바뀌면서 우주정거장에서 새 부서의 이름으로 패치를 바꿔야 하기도 했다.

 15일 방송된 SBS < SBS 스페셜> '고독한 우주인-지구 귀환 3649일째' 편의 한 장면.

15일 방송된 SBS < SBS 스페셜> '고독한 우주인-지구 귀환 3649일째' 편의 한 장면. ⓒ SBS


2008년 4월 8일 지구를 출발해 19일 귀환한 이소연씨는 후속 사업이 없으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소연씨는 돌아온 이후에야 자신의 우주 실험이 단기 이벤트성 사업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권이 바뀌자 시류도 바뀌었다. 전 국민적 호응에 힘입어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우주에 다녀온 이소연씨는 하루아침에 "260억 원 세금으로 호화 우주 여행을 하고 돌아온 사람이다"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그래도 이소연씨는 교육과학기술부에 여러 가지 제안을 하며 사업을 이어가보려 노력했다. 그러나 변화된 시류는 그의 제안에 차갑게 반응했다. 이미 러시아의 기술력에 의존해 제한된 조건에서 진행된 우주 여행이었고, 그마저도 위험했던 불시착 과정 때문에 나사(NASA)는 '실패'라고 규정했다. 이소연씨는 우주여행 이후 몸을 채 추스르기도 전에 우주 실험 결과를 분석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일단 예산을 따야 했지만 쉽지 않았다. 또한 이소연씨는 당시 악화된 여론을 개선하기 위해 항우연의 다양한 홍보성 자리에도 참여해야 했다.

결국 진짜 문제는 냄비 같았던 정부 정책

 15일 방송된 SBS < SBS 스페셜> '고독한 우주인-지구 귀환 3649일째' 편의 한 장면.

15일 방송된 SBS < SBS 스페셜> '고독한 우주인-지구 귀환 3649일째' 편의 한 장면. ⓒ SBS


2년간의 의무복무를 마친 이소연씨는 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미국에서 MBA를 공부했다. 전공과 상관없는 분야를 공부한다는 사실이 한국에 보도되면서 그는 또 한 번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자신이 했던 우주 실험, 우주 사업 예산을 따지 못해 고군분투 해야 했던 그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소연씨는 또 바뀐 정권에서 우주사업이 사라지면서 전혀 해명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소연씨는 이제야 말문을 열 수 있게 됐다. 고국에서 계속된 논란에 대해 이소연씨는 우주 실험 후 화재까지 발생할 만큼 위험했던 불시착 과정에서 "차라리 내가 죽었다면 명예로운 우주인으로 오래 기억되지 않았겠냐"라며 눈물지었다.

이날 방송에서 전문가는 "분명 이소연씨가 참가한 사업은 당시 국민들이 불만을 표했던 260억짜리 이벤트성 우주 여행이 맞지만 당사자 이소연씨가 비싼 이벤트의 대가를 치르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소연씨가 러시아 우주사업에 참가하기 앞서 이미 일본도 우리와 같은 '이벤트성'으로 우주사업을 시작했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전 국민적 합의가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 시선을 끄는 이벤트성 사업은 비난받을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같은 이벤트성 사업으로 시작한 일본이 우주정거장을 개설하고 자국의 우주인을 직접 보내는 등 지속적인 우주개발을 이어가는 동안, 우리나라는 정권의 입맛대로 우주사업을 실종시켰고 당사자였던 한국 최초의 우주인조차 수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15일 방송된 SBS < SBS 스페셜> '고독한 우주인-지구 귀환 3649일째' 편의 한 장면.

15일 방송된 SBS < SBS 스페셜> '고독한 우주인-지구 귀환 3649일째' 편의 한 장면. ⓒ SBS


과연 이소연씨는 '먹튀'일까? 그녀는 2년간의 항우연 복무 기간을 마치고, 실망하는 마음으로 고국을 떠났다. 우리 국민들이 한국의 이벤트성 우주사업에 실망했던 것처럼, 이소연씨 역시 실망했을 것이다. 방송에서는 이벤트성 우주사업은 이소연씨 개인이 책임져야 할 문제가 아니라, 지난 정권과 그들이 벌인 냄비 같은 정책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소연씨는 한국에서는 단 한 명의 우주인이었지만 넓은 세상으로 나오니 500여 명의 우주인 중에 한 명이 됐다. 그는 이제 좀 더 넓은 세상에서 다시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국가의 시책이 아닌, 기업이 우주 여행을 하는 시대에 기꺼이 자신의 경험을 나누기 위해 백수 이소연씨는 분주하다. 어쩌면 한국 최초의 우주인, 그의 활용법은 이제 비로소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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