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포스터.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포스터. ⓒ 아이엠컬쳐


20세기 초반 범죄의 향기가 가득했던 도시 미국 시카고, 그곳의 렉싱턴 호텔 661호에서는 큰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지난 3월 20일부터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는 갱스터 '알 카포네'가 시카고를 쥐고 흔들었던 상황을 '로키' '루시퍼' '빈디치' 총 세 편의 에피소드로 보여준다.

같은 공간에서 일어난 3개의 에피소드

3개의 에피소드들은 모두 렉싱턴 호텔 661호 같은 공간에서 일어난다. 1923년, 1934년, 1943년으로 세 가지 사건은 10년의 시간을 두고 발생한다. 그리고 이 시기마다 알 카포네의 상황도 활동 시기, 교도소 수감, 석방 후로 바뀐다.

'로키' 이야기는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에서 가장 재미가 가득한 에피소드다. 무섭지 않은 광대 분장과 슬랩스틱 개그가 가미돼 있다. 이야기는 렉싱턴 호텔 661호에서 자고 일어난 롤라킨이 2명을 살해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때부터 과거로 돌아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여준다. '로키'의 가장 큰 특징은 등장인물이 많다는 점이다. 1인 다역을 소화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연기하다가 뒤돌아서 다른 목소리를 내서 다른 배역을 잠시 했다 돌아오기도 한다.

'루시퍼' 에피소드에서는 알 카포네가 감옥으로 들어가고 조직의 2인자였던 닉 니티는 조금씩 본인의 야망을 드러낸다. 661호에는 바로 이 닉과 그의 어린 아내 말린이 살고 있다. 아내에게는 한없이 달콤한 닉이 밖에서는 '단 한 번의 속삭임'으로 도시를 조종하려는 욕망을 드러낸다. 돌이킬 수 없는 단 한 번의 속삭임이 루시퍼의 핵심 내용이다.

'빈디치'는 가장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에 반전까지 가지고 있는 에피소드다. 청렴한 시카고의 젊은 경찰 빈디치는 몇 달 째 숨죽인 채 호텔에 숨어 복수극을 꾸미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빈디치의 원수의 딸이 찾아와 그를 돕겠다고 한다.

극 중 빈디치의 내면심리를 나레이션 처리한 점이 독특하다. 빈디치의 속마음과 눈빛에 주목해보기를 추천한다. 또한 '빈디치'에서는 극 중에 경찰인 빈디치가 수사하는 '로키'의 롤라킨, '루시퍼'의 닉 사건까지 나와 에피소드 형식의 재미를 잘 살렸다.

에피소드는 반드시 3편을 봐야만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나만 봐도 충분히 좋다고 느낄 거다. 그렇지만 되도록 3편을 다 보기를 추천한다. 3편을 다 관람하면 전체적인 흐름도 들어오고 무엇보다 겹치는 대사, 소품, 복선들을 찾는 재미가 있다. 다른 매력을 가진 3편이기에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를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모두 관람하기를 바란다.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의 매력 포인트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에서 올드맨 역을 맡고 있는 배우 김주헌.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에서 올드맨 역을 맡고 있는 배우 김주헌. ⓒ 아이엠컬쳐


공연은 실제 호텔방처럼 꾸며진 작은 극장에서 한다. 관객을 목격자로 보고 있는데, 극의 콘셉트에 따라 공연장을 통째로 연출한 점이 좋았다. 공연하는 무대뿐만 아니라 무대 밖 복도까지 호텔로 꾸며져 있어 극에 몰입하기 편했다.

무대의 출입문이 참 독특하다. 호텔방의 입구, 화장실, 침대 밑에 출입문이 있다. 그 때 그때 배우들이 등장하는 장면도 살리고, 인물의 위치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것도 재미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인물들이 등장 할 때 극의 분위기가 고조돼 객석의 반응이 뜨거웠다.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는 오는 6월 17일까지 공연한다.

주의사항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를 보기 전 꼭 확인해야 하는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첫 번째는 폐쇄 공포증 유무다. 공연장이 굉장히 작고 어둡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 들어오면 못 견디는 사람들은 보지 않는 걸 추천한다.

다음은 '19금' 공연이라는 점이다. 폭력성과 선정성 때문인데 에피소드 3개 중에 가장 19금답게 잔인한 장면이 있는 건 빈디치다. 피가 나는 등 과도한 연출은 아니지만 개인 차가 있을 수 있다.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는 탄탄한 스토리와 에피소드별로 이어지는 센스 넘치는 대사들까지 매력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차분하면서도 유쾌한 시카고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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