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여자의 사랑을 얻기 위해 뱀파이어가 된 프로페서 V. 모든 사람들을 홀리는 우아한 뱀파이어 백작. 오연으로 무대에 돌아온 창작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에는 이 두 사람이 나온다. 물리학자 프로페서 V는 책을 한 번 넘기면 모든 내용을 외워버리는 천재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메텔을 닮은 아름다운 소녀가 나타난다. 그녀를 사랑하지만 숙맥이었던 V는 타임머신을 만들어 루마니아로 뱀파이어 백작을 만나러 떠난다.

하나의 스토리에 집중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백작 역의 김찬호 배우와 프로페서v역의 송용진 배우가 열연 중이다.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백작 역의 김찬호 배우와 프로페서v역의 송용진 배우가 열연 중이다. ⓒ 알앤디웍스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는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는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다. 매혹적으로 흡혈을 하지만 영겁의 시간 속에 살아가는 뱀파이어. <마마, 돈크라이>는 이 독특한 소재와 캐릭터들에 집중해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 뱀파이어의 삶과 영원의 시간, 인간의 고뇌 등을 큰 사건 몇 가지로 다룬다. 주어진 시간 100분 동안 사건의 중요 장면들을 심도 있게 또 유머러스하게 풀었다. V와 백작만 등장하는 2인극으로 집중도까지 잡았다.

극의 핵심 주제인 뱀파이어의 삶과 매력, 고통을 풀어내는데 두 인물의 설정이 큰 역할을 한다. 영겁의 시간을 이미 살고 있는, 완벽해 보이는 백작과 이제 막 뱀파이어가 돼 인간과 뱀파이어의 본능에서 갈등 중인 V. 이 두 사람을 통해 뱀파이어라는 존재의 탄생과 비극을 잘 들여다볼 수 있다.

프로페서 V의 변화

작품을 끌고 가는 인물은 프로페서 V다. 극의 초반부를 거의 혼자 책임지는데 프로페서 V의 나이는 9살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초반에는 어린 아이의 목소리로 연기하고 노래까지 불러 극의 또 다른 재미 요소로 작용한다.

V의 목소리와 행동이 바뀌는 건 뱀파이어가 되고 나서부터다. 공부만 할 줄 알지 사회성은 하나도 없는 그는 여자 앞에만 가면 이상한 몸짓과 말투를 보인다. 이처럼 워낙 인간이었을 때의 모습이 독특해서 뱀파이어가 됐다기보다 평범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극이 진행되면서 입체적으로 변화하는 V의 모습에 집중해보는 게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마성의 뱀파이어 백작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커튼콜 중 백작 역의 김찬호 배우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커튼콜 중 백작 역의 김찬호 배우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채효원


붉은 조명이 비치는 곳 아래 새빨간 와인을 들고 우아한 손짓을 하는 뱀파이어 백작이 있다. 그의 첫 등장은 정말이지 강렬하다. 신비하지만 어딘가 섬뜩하다. 그를 만나자 마자 혼을 뺏기는 V처럼 객석도 그의 매력에 푹 빠질 수밖에 없다. 백작은 무대에 홀연히 나왔다 다시 사라지고는 한다. 대사도 내뱉기 보다는 속삭이는 수준이다. 이런 점들로 더 신비로움을 강조했는데 재등장 할 때마다 바뀌는 의상이 백작의 매력에 한 몫 한다. 빈틈없이 갖춰 입은 수트에 긴 레이스 소매와 목장식으로 고혹미를 더하는가 하면 새빨간 피와 대조되는 새하얀 흰 셔츠, 롱 코트, 검은색 네일과 고전미를 더하는 반지들까지 많은 의상과 소품이 나온다. <마마, 돈크라이>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뱀파이어의 모습과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건데 그에 어울리는 의상과 소품, 메이크업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아무도 사랑하지마"

"아무도 사랑하지마"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한다는 걸 잊지 말고 기억해"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의 노래 '이렇게 아름다운'의 가사 중 일부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랑 받고 싶어 뱀파이어가 된 V는 다시는 아무도 사랑 할 수 없게 돼 버렸다. '사랑하는 사람을 내가 죽일 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영겁을 사는 뱀파이어에게 내려진 형벌이다. 흡혈때문에 살인 하지 않으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보름달이 뜨면 무용지물이었다. "아무도 사랑하면 안 돼" 라는 백작의 말과 V의 행동들로 뱀파이어의 고통스러운 삶이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부분이다.

영겁의 시간을 눈으로 보다

V가 뱀파이어의 삶을 제대로 깨닫는 장면이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몇 백 년 전으로 가 백작을 만났는데 지금 세계로 돌아와 또다시 그를 만난 거다. 다시 만난 백작의 모습은 많이 달랐다. 우아하고 매혹적인 모습은 그대로지만 클럽에서 빨간 하이힐을 신고 딱 붙는 시스루 의상을 입은 채 춤을 추고 있었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동일 인물인지도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여기서 V는 '영겁의 시간'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본다. 몇 백 년도 찰나의 순간인 영겁의 삶. 이 장면을 정말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뱀파이어의 숙명 중 하나가 '영원한 삶'인데 타임머신을 이용해 과거와 현재를 모두 보여줬다. 국적, 신분, 성별을 바꾸며 긴 시간을 살았을 백작의 모습을 다소 충격적인 비주얼로 나타낸 것 까지 훌륭했다. <마마, 돈크라이>에서 가장 완벽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판타지 소재, 무대와 조명으로 완성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의 무대는 커다란 검은 띠가 소용돌이처럼 말려있다. 마치 끝없이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시키는데 영원의 시간을 사는 뱀파이어와 시간 여행을 하는 프로페서 V의 특징을 잘 담아냈다. 이 소용돌이 안에는 총 3군데의 무대가 있다. 무대 앞, 중간, 뒤로 펼쳐지는데 주로 1층은 V가 돌아다니고 3층은 백작이 V를 내려다보는 용도로 쓰인다. 극이 진행 될수록 인물들의 무대 위치가 달라지는 것도 재미있다.

뱀파이어와 시간 여행 등 판타지 같은 요소들 때문에 조명에 많은 신경을 쓴 듯했다. 무대에 등장하지는 않고 V의 대사만으로 설명되는 메텔과 어머니도 조명으로 표현된다. 메텔은 브이의 실험실 창문에서 스며 나오는 밝은 빛으로, 어머니는 서재의 책들 속 달을 닮은 동그란 조명으로 나타냈다. 이외에도 타임머신을 타고 갈 때 기하학적인 조명을 무대 벽에 쏴 어지럽고 신비스러운 연출을 했다. 뱀파이어가 흡혈을 할 때나 백작이 등장할 때는 새빨간 조명이 현란하게 나온다. 특히 V가 처음 흡혈하는 장면에서는 손에 조명이 딱 맞아떨어져 실제 피가 묻은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극의 의미를 온전히 담고 있는 노래들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의 내용은 단순하지만 상징하는 요소가 많아 처음 보면 다소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그런데 공연을 관람하고 나오면 이런 점들이 무색할 만큼 노래가 귀에서 계속 맴돈다. 넘버 구성은 웅장하면서 귀가 뻥 뚫리는 강렬한 곡부터 V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잘 드러나는 귀여운 곡까지 아주 다양하다. 특히 한 번만 들어도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중독적인 멜로디다. 또 극의 내용들을 가사에 많이 풀어냈는데 노래를 생각하다보면 이해되지 않았던 극의 내용이 풀리기도 했다.

많은 곡들 중에서 뱀파이어 백작이 어떻게 뱀파이어의 삶을 살았고 그에게 달이 어떤 존재인지 알려주는 '달의 사생아', <마마, 돈크라이>의 중독적인 대표곡 'Mama, don't cry', 인간에서 뱀파이어로 변한 모습을 강렬하고 웅장하게 표현한 'Half-Man, Half-Monster'를 추천한다.

 백작 역의 김찬호, 프로페서V 역의 조형균 배우가 커튼콜에서 열창하고 있다.

백작 역의 김찬호, 프로페서V 역의 조형균 배우가 커튼콜에서 열창하고 있다. ⓒ 채효원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는 뱀파이어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면서 밝고 신나는 분위기를 함께 가져가는 게 인상적인 극이다. 극은 크게 초반부 V의 어린 시절, 중반부 백작의 등장, 후반부 뱀파이어의 삶으로 나눌 수 있다. V의 재치 있는 이야기와 웃긴 몸짓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극 속에 빠져들어 있을 것이다. 화려한 무대와 의상, 시원시원한 노래, 뱀파이어라는 매력적인 소재에 끌린다면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덧붙이는 글 뮤지컬 <마마돈크라이>는 7월 15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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