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서 외국인 선수가 가지는 가치는 꽤나 크다. 규정상 한 구단이 보유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는 3명. AFC(아시아축구연맹) 소속 국가의 선수까지 추가로 더하면 최대 4장의 외국인 선수 카드를 소유할 수 있다.

숫자는 제한적인데 외국인 선수의 능력은 평균적으로 국내 선수를 상회한다. 국가대표급 한국인 선수를 다수 보유하고 있지 않는 한 외국인 선수는 보통 팀의 성적을 가를 공산이 크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K리그 팀들이 경험했다.

올 시즌도 다르지 않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외국인 선수의 활약 여부가 승패를 가르고 있다. 이제 6라운드까지 소화한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의 순위표가 이를 증명한다. 외국인 선수의 능력 덕에 리그 초반부터 비상하고 있는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을 만나본다.

경남 FC - '괴물' 말컹의 K리그1 정복기

K리그 시즌 초반 최고의 이슈는 단연 김종부 감독이 이끄는 경남 FC의 질주다. 지난 시즌 K리그2 우승팀 자격으로 승격한 경남은 1~4라운드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잠시 리그 선두를 달렸다. 지난 수요일 전북 현대와 승부에서 패하며 2위로 내려앉기는 했지만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경남은 외국인 선수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팀이다. 지난해 K리그2 득점왕 타이틀을 따냈던 말컹의 위력이 K리그1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개막전 해트트릭을 시작으로 골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전북과 경기까지 5경기에 출장해 6골 2도움을 기록해 득점 랭킹 1위에 위치하고 있다. 압도적인 피지컬에 준수한 스피드와 슈팅력으로 K리그1 정복에 시동을 걸었다.

말컹 양보 못 해 11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경남 FC와 전북 현대 경기. 경남 말컹이 전북 김민재와 볼 다툼하고 있다.

▲ 말컹 양보 못 해 11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경남 FC와 전북 현대 경기. 경남 말컹이 전북 김민재와 볼 다툼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말컹의 활약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던 부분이다. 과거 대전 시티즌의 아드리아노, 대구 FC의 조나탄 등이 K리그2 활약 후 K리그1으로 올라와 최고의 스타가 됐다. K리그2에서 통했던 외국인 선수의 능력은 K리그1에서도 유효하다는 공식을 말컹이 이어가고 있다.

말컹을 제외한 외국인 선수의 활약도 눈에 띈다. '외계인' 호나우지뉴의 친구 네게바가 화려한 기술로 상대를 현혹한다. 벌써 2골 2도움으로 기대치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다. 일본 축구의 악동 쿠니모토의 활약도 준수하다. 지난 시즌 수비의 핵이었던 이반 헤르첵도 항시 출격 대기 중이다. 국내 선수들의 조직력도 짜임새가 있어 기대되는 2018년의 경남이다.

전북 현대 - '판타스틱 3'면 충분해

올 시즌도 K리그 최강자는 전북 현대다. 국가대표 선수가 포지션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더블 스쿼드를 넘는 선수단을 구축하면서 지난 시즌보다 더 강력한 힘을 뽐내고 있다. 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2대3으로 패하며 주춤했지만, 지난 6라운드 경남전까지 4연승을 달리며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손쉽게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김신욱, 이재성, 김민재 등 국내 선수를 주축으로 화려한 외국인 선수가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신음했던 로페즈가 돌아왔다. 전북의 돌격 대장인 로페즈는 빠른 스피드와 묵직한 힘으로 상대 측면을 부순다. 리그 6경기에 출장해 1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많은 공격포인트는 아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훌륭히 소화하고 있다.

올 시즌 전북으로 이적한 아드리아노와 티아고도 순조롭게 팀에 녹아들고 있다. 먼저 아드리아노는 과거 서울에서 보여줬던 치명성을 전북에서도 입증하고 있다. 골대 앞에서 골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다. 리그에서 3골, 챔피언스리그에서 4골로 올 시즌에만 벌써 7골을 뽑아냈다.

최강희 감독이 지속적으로 원했던 티아고도 2016년 성남 FC 소속으로 보여줬던 위력을 서서히 찾아간다. 날카로운 '특급 왼발'의 영점이 잡히고 있다. 지난 경남과 경기에서 터뜨린 골은 최강희 감독이 티아고를 영입한 이유를 보여줬다. 최근 중심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고민하는 전북에게 '판타스틱 3'의 존재는 천군만마다.

경남과 전북의 외국인 선수 이외에도 좋은 출발을 알린 선수가 여럿 있다. 6라운드 현재 4골을 잡아내며 인천 공격의 중심으로 급부상한 무고사, '소양강 폭격기' 강원 FC의 제리치와 포항 스틸러스의 레오가말류도 주목할 만한 선수다. 외국인 선수가 맹활약한 팀들은 대게 순위표 상위권에 위치하며 순항 중이다.

FC 서울 -  최근 10년 중 가장 약한 외국인 선수

지난 10년 간 FC 서울의 외국인 선수들은 특별했다. 일단 K리그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로 꼽히는 데얀을 8시즌 간 보유하고 있었다. 데얀이 포함된 외국인 공격수 조합은 상상초월의 공격력을 뿜어냈다. '데몰리션(데얀-몰리나)' 조합과 '아데박(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 트리오는 다른 클럽을 벌벌 떨게 만들었다.

그러나 올 시즌 다르다. 데얀은 라이벌 팀 수원 삼성으로 떠났고, 리그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분류되던 오스마르는 J리그행을 택했다. 특급 외국인 선수 대신 데려온 선수는 아직까지 시원치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대구 FC에서 활약했던 에반드로와 브라질의 젊은 공격수 안델손이 새롭게 합류했지만 서울 팬들의 불만은 크다.

두 선수 모두 속도와 힘을 동시에 갖추고 있지만 2% 부족한 모습이다. 패널티 박스 근처까지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입하지만 마무리에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선수보다 외국인 선수가 특별한 대우를 받는 이유는 박스 안 결정력 때문이다. 이 점을 충족하지 못한 외국인 공격수는 실패라 평할 수밖에 없다.

에반드로가 1골을 터뜨렸고 안델손은 2개의 도움을 기록했을 뿐이다. 시즌 초반이라 두고 볼 여지가 있지만 기대가 크지 않다. 지난해 영입된 코바는 사실상 전력 외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찬란했던 서울의 외국인 선수 역사에 올 시즌은 오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농후한 현재 흐름이다.

대구 FC - 외국인 선수의 부진은 곧 강등

시즌 개막 전 강등 후보로 꼽혔던 대구 FC는 그 평가를 뒤집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다. 리그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유일한 팀(3무 3패)으로 꼴찌까지 추락했다. 6경기에서 단 2골을 넣는데 그쳤고 실점은 9골이나 허용했다. 공수 양면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대구다.

지난 시즌 8위로 안정적으로 잔류에 성공했던 대구의 추락 원인은 역시 외국인 선수의 부진 탓이다. 작년 대구는 K리그 팀 중에 외국인 선수의 능력 덕을 가장 많이 본 팀이었다. 38경기에서 넣은 50골 중 74%에 해당하는 37골을 외국인 선수 4명이 기록했다. '에레세(에반드로-레오-세징야)' 트리오가 전반기를, 레오 대신 주니오가 포함된 '삼바' 트리오가 후반기를 책임졌다.

지난해의 맹활약은 트리오의 해체를 불렀다. 에반드로와 주니오가 각각 서울과 울산 현대로 떠났다. 브라질 공격수 지안과 카이온을 영입하며 제2의 삼바 트리오를 기대했지만 현재까지는 불합격이다. 전방에서 활발함은 좋지만 상대 수비는 대구의 공격을 큰 어려움 없이 대처하고 있다.

대구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세징야의 컨디션 회복이다. 세징야는 대구의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선수다. 대구 소속으로 아쉽게 크게 주목 받지는 못했지만 지난 시즌 K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 중 하나였다. 지난 4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 경기에서 복귀한 세징야는 곧바로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세징야가 합류한 대구의 공격진은 전과는 다른 활력과 부드러움을 장착했다.

도움 하나를 기록했지만 아직 완전한 모습은 아니다. 대구의 확실한 '에이스'인만큼 견제의 강도도 심하다. 세징야의 빠른 컨디션 상승과 동시에 지안과 카이온의 데뷔골이 간절한 대구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 시기가 늦어질수록 대구에게는 강등의 늪이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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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외국인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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