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가 오는 16일 세월호 4주기를 시작으로 전면 개편에 나선다. 13일 오전 KBS 뉴스 앵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8명의 앵커는 그동안의 KBS 뉴스의 '보도 참사'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를 전하면서 뉴스의 공영성을 회복할 것을 약속했다. 김태선 KBS 통합뉴스룸 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전국 기자들과 함께 자본과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국민만 바라보겠다"고 공언했다.
▲ 13일 오전 여의도 KBS서 열린 KBS 뉴스 앵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앵커들. ⓒ KBS
KBS의 세월호 '보도 참사'는 "부끄러운 역사" KBS <뉴스9>(평일 새 앵커 김철민, 김솔희, 주말 새 앵커 한승연, 김지원), 아침 뉴스 프로그램 <뉴스광장>(새 앵커 박주경, 이랑), 밤 뉴스 프로그램 <뉴스라인>(새 앵커 김태욱, 이각경)의 앵커들은 한 번씩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 13일 오전 여의도 KBS서 열린 KBS 뉴스 앵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앵커들. 한승연, 김지원 앵커. ⓒ KBS
<뉴스9> 한승연 앵커는 "예은 아빠 유경근씨가 했던 말씀이 아직도 기억난다. '진도 체육관에서 나를 죽인 건 KBS 간부들이 아니라 여러분'이라는 말. 너무 정확한 지적이어서 가슴이 아팠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KBS가 잘못한 게 정말 많은데 촛불 시민들께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셨다, 국민들에게 지고 있는 빚을 갚아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며 각오를 알렸다.
▲ 13일 오전 여의도 KBS서 열린 KBS 뉴스 앵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앵커들. <뉴스9> 김철민, 김솔희 앵커. ⓒ KBS
<뉴스9> 김철민 앵커는 "KBS가 많이 망가졌다. 세월호 참사 때는 대형 오보를 냈고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때도 대형 낙종을 해 보도 참사 수준으로 굴러떨어졌다. 그런 부끄러운 역사가 있었음에도 혁명적인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원동력은 촛불 시민들의 힘이었다고 본다"면서 KBS의 변화에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있었던 촛불 집회가 있었음을 언급했다. 또 "KBS가 이번에도 시청자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역사에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앞으로 시청자만 바라보고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침에 유경근 위원장 페이스북을 봤는데 '파업 정신을 잃지 말라'고 말씀하셨더라. 초심 잃지 않겠다. 상식이 통하고 정의가 승리하는 세상에 일조하는 뉴스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 4주기로 KBS 뉴스 개편 날짜가 정해진 것에 대해 김철민 앵커는 "뉴스 변화의 단초를 제공해준 것이 세월호 유가족분들"이라며 "사죄하는 마음으로 세월호 관련 특집 뉴스를 준비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께 사죄 말씀을 반드시 드리고 시작할 것"이라며 개편될 뉴스를 시작하기에 앞서 사과 방송을 할 것이라 전했다. 김철민 앵커와 함께 <뉴스9> 메인 앵커를 맡게 된 김솔희 앵커도 "KBS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원죄가 있다"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음을 털어놓았다.
한편, <뉴스광장>의 박주경 앵커는 "세월호 4주기에 맞춰 사과 방송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실체를 규명하는 양질의 보도 콘텐츠를 보여드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라며 "당분간 세월호의 진실을 규명하는 시리즈를 보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뉴스광장>의 이랑 앵커 또한 "KBS가 얼마 전 세월호 관련된 뉴스를 단독으로 보도하면서 기레기라는 말을 들었던 과거를 조금씩 바꿔 나가겠다고 했다"면서 "나 역시 진실을 힘 있게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을 전했다.
"10년 차 여성 아나운서가 앵커 되는 경우 없었어"
▲ 13일 오전 여의도 KBS서 열린 KBS 뉴스 앵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앵커들. <뉴스광장>의 박주경, 이랑 앵커. ⓒ KBS
이랑 앵커는 40대 여성 기자로서 아침 뉴스 프로그램 <뉴스광장> 앵커로 새롭게 발탁됐다. 그간 뉴스 프로그램은 중년의 남성 기자와 젊은 여성 아나운서의 구성으로 이루어졌던 게 사실. 이에 대해 <뉴스9> 김솔희 앵커와 <뉴스광장> 이랑 앵커가 목소리를 냈다.
입사 10년 차인 김솔희 앵커는 "입사 2~3년 차 젊은 여성 아나운서가 보통 엠시를 맡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가 없다"고 언급하며 "조금씩 변하고 있다. 입사 10년 차가 메인뉴스 앵커가 된 것도 그렇고 이랑 선배가 40대 여성 앵커로 나선 것도 그렇다"라고 KBS 뉴스의 변화를 강조했다.
이랑 앵커는 "나도 연차가 상당한데 새로운 바람의 하나로서 발탁을 해주셨을 수도 있지만 기자라는 것에 방점을 찍어 이 자리를 맡을 수 있게 기회를 주신 것 같다"면서 "17년차 기자가 가진 매의 눈으로 뉴스의 맥을 짚어보겠다"고 다짐했다.
"기계적 균형을 추구하지 않을 것"
▲ 13일 오전 여의도 KBS서 열린 KBS 뉴스 앵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앵커들. <뉴스라인> 김태욱, 이각경 앵커. ⓒ KBS
한편, 새롭게 발탁된 앵커들은 "백화점식·기계식 균형을 맞추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뉴스의 관행으로부터 탈피할 것을 약속했다. <뉴스라인> 김태욱 앵커는 "기계적 균형이 최선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진실이 무엇인가를 파고 들어가서 볼 때가 아닌가 싶다"라며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뉴스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뉴스9> 김철민 앵커 또한 김태욱 앵커에 이어 각오한 듯 "어느 정도 편파성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도 된다"고 언급했다. 김 앵커는 "그동안 KBS 뉴스가 기계적 균형에 매몰돼 진실이 거세된 무미건조한 뉴스만 해왔기 때문에 시청자가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앵커는 "편파적이라는 이야기를 듣더라도 사건들 속에 파묻힌 해설 뉴스가 필요하고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진실과 맥락을 알 수 있는 뉴스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욱 앵커는 브라운관에서 스마트폰으로 달라진 시청자들의 뉴스 소비 방식을 언급한 뒤 "앵커는 백화점식 뉴스를 전달하고 소개하는 캐스터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이해를 돕는 해설자의 역할도 돼야 하고 사안을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의 대리자도 돼야 한다"면서 "여러 뉴스 포맷을 고민하고 있다. 눈여겨 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