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가 충격적인 3연패에 빠졌다. 게다가 상대는 작년까지 하위권을 맴돌던 한화 이글스였다. 4선발과 5선발이 나오는 시리즈였기 때문에 위닝 시리즈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외국인 에이스 헥터 노에시가 등판한 경기마저 무기력하게 내줬기 때문에 그 충격이 컸다.

사실 한화와의 시리즈가 시작될 때부터 쉽지는 않아 보였다. 올해의 한화는 예전처럼 등판하는 투수들마다 무너지고 타선의 뭉치지 못하는 그런 한화가 아니었다. 한용덕 감독과 송진우, 장종훈 코치 등 역대 레전드 플레이어들이 지도자로 돌아오면서 겨우내 코칭 스태프들이 바뀌었고, 한화는 강도 높은 리빌딩에 들어갔다.

리빌딩 시즌이라고 했지만 한화는 4월 12일까지 8승 7패로 승률 5할을 웃도는 성적(0.533)을 기록하며 리그 순위 4위에 올랐다. 2012년 7월 27일에서 29일까지 있었던 3연전 이후 무려 6년 만에 처음으로 KIA를 스윕한 한화는 12일 경기에서 그 동안 부진했던 키버스 샘슨까지도 6이닝 3피안타 1실점의 퀄리티 스타트 피칭(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선보였다.

사실 한화는 4월 초만 해도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3연전을 스윕패당하면서 9위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4월에 들어온 뒤 최근 10경기 6승 4패의 상승세를 타면서 5할 승률을 넘어섰다. 게다가 디펜딩 챔피언인 KIA가 그 한화 상승세의 희생 제물이 된 것이다.

KIA의 확실한 1~3선발, 유동적인 4~5선발 자리

물론 KIA도 13일 경기까지 8승 8패로 승률 5할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성적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기복이 심하다. 토종 에이스 양현종과 외국인 투수 헥터, 팻 딘이 등판한 10경기에서는 6승 4패로 +2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민우, 정용운, 한승혁 등의 다른 투수들이 등판한 나머지 6경기에서 2승 4패 -2의 성적이었다. 1~3선발 경기에서는 투타도 완벽했지만, 나머지 경기에서는 득점보다도 실점이 훨씬 많았다. 퀄리티 스타트 횟수 역시 양현종과 헥터, 팻 딘은 각각 2회씩 도합 6회였으나 나머지 선발투수들은 아직까지 퀄리티 스타트 기록도 없다.

역투하는 헥터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KIA 선발투수 헥터가 역투하고 있다.

▲ 역투하는 헥터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KIA 선발투수 헥터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실 KIA의 4~5선발이 한화와의 첫 2경기에서 아주 못 던진 것은 아니었다. 11일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했던 한승혁은 5.2이닝 3실점(89구)으로 최소한의 역할은 했다. 12일 경기에서는 선발투수 정용운이 첫 번째 투수로 나와서 2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조기에 내려갔지만(42구), 두 번째 투수 이민우(3.1이닝 4실점 70구)와 김윤동(2이닝 무실점 23구)이 이어 던지면서 불펜의 과부하는 막았다.

13일 경기에서도 헥터가 2이닝 7실점으로 조기에 무너지면서 다수의 구원투수들이 과부하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이번에는 2번째 투수 문경찬이 4.2이닝 83구를 던지면서 버텼다. 비록 후반에 지쳐서 실점은 8점이나 되었으나 이 날 KIA는 대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3명의 투수로 버티면서 다른 투수들의 소모를 최소화했다.

스프링 캠프에서 임기영이 어깨 통증으로 실전 감각을 잡지 못했기 때문에 KIA는 정규 시즌에 들어와서도 4~5선발 자리가 불분명하다. 선발 후보가 한 번 등판했다고 해서 다음 등판이 또 선발 자리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다. 선발로 한 번 이상 등판한 이민우, 정용운, 한승혁 외에도 13일 경기에서 2번째 투수로 등판했던 문경찬도 83구를 던지면서 후보군에 있다.

재활 등판 시작한 임기영, 복귀는 서두르지 않는다

임기영은 지난 시즌 23경기에서 8승 6패 평균 자책점 3.65를 기록하며 KIA의 선발 한 자리를 지켰고, 팀의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 공헌을 했다. 스프링 캠프에서 발생한 어깨 통증도 어느 정도 괜찮아져서 실전 투구도 진행하고 있다.

가장 최근 실전 투구는 8일 함평 KIA 챌린저스 필드에서 상무 피닉스를 상대로 한 퓨처스리그 경기였다. 3이닝 7피안타(1피홈런) 3탈삼진 3실점으로 길게 던지지는 않았지만 실전 감각 점검이었다는 점에서 투구 기록은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팀에서는 임기영의 복귀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김기태 감독은 좀 더 길게 한 시즌을 바라보는 차원에서 임기영의 복귀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 투구수를 80~100구 선으로 끌어올리면서 이닝을 길게 끌고 갈 수 있을 때까지 함평에서 몸을 만들게 한다는 방침이다.

실전 투구를 진행한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어깨에 부상이 생겼던 만큼 신중하게 복귀 시점을 잡아야 한다. 임기영이 돌아올 때까지는 일단 문경찬, 이민우, 정용운, 한승혁 등이 4~5선발 경기에서 1+1으로 등판해서라도 버텨야 한다.

이범호의 부상 이탈, 타선도 동반 침체

KIA가 마지막으로 두 자릿수 득점을 했던 경기는 6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 경기였다. 그러나 이 날 경기에서 KIA는 주전 3루수 이범호가 첫 타석에서 손목에 공을 맞고 바로 대주자로 교체됐다. 이후 KIA는 정성훈 등 다른 선수들을 돌려가며 출전시키고 있다.

그러나 한화와의 3연전에서 KIA는 도합 11점, 평균 3.7득점에 불과했다. 안치홍이 0.455(11타수 5안타)로 가장 타격감이 좋았고, 이범호의 공백을 메우는 정성훈도 교체 출전을 통해 0.333(6타수 2안타)으로 분전했다. 하지만 나머지 타자들 중에서 3연전 타율 3할을 넘긴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특히 테이블세터의 부진이 심각하다. 지난 해 타격왕 김선빈은 겨울에 발목 수술을 받은 이후 타격이 지난해 만큼 살아나진 않고 있다. 한화와의 3경기에서 안타 1개에 그친 김선빈은 타율도 0.258에서 0.225까지 떨어졌다. 1번타자 이명기는 3경기 0.182(11타수 2안타), 2번타자 로저 버나디나는 0.200(10타수 2안타)에 그쳤다.

중심 타선에서도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 김주찬은 이전까지 13경기에서 0.405(42타수 17안타)의 타율로 뜨거운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한화와의 3연전에서 김주찬은 단 하나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하면서 시즌 타율도 0.327까지 떨어졌다.

4번타자 최형우는 3경기 도합 10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처음 2경기에서는 각각 1개 씩의 안타를 기록하며 3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3타점은 11일 경기에서 나왔던 스리런 홈런이었다. 그러나 12일 경기에서는 2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타율이 0.373까지 떨어졌다. 12일 경기는 초반에 분위기가 기울어지면서 다수의 주전 선수들을 일찍 쉬게 했던 탓에 2타석만 나왔다.

5번타자 나지완도 나름 분전했다. 9일 경기에서는 대타로 한 타석에만 들어섰지만, 10일 경기에서는 3타수 1안타 1득점, 11일 경기에서는 4타수 1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도합 8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나지완 역시 최형우와 마찬가지로 체력 안배 차원에서 9일 경기에는 선발 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형우와 나지완 두 타자만의 분전으로는 경기를 어떻게 해 볼 방안이 없었다. 클러치 히터들이 점수를 내야 할 상황에서 점수를 냈다고는 하지만, 테이블세터들이 출루하지 못했고 하위 타선에서는 이들을 받쳐주지 못했다. 이 때문에 최형우와 나지완은 3경기에서 각각 홈런 하나씩으로 5타점에 그쳤다.

연패 사슬 끊어야 하는 KIA, 어깨 무거워진 양현종

그나마 다행인 점은 13일 경기부터 광주로 돌아가 홈 경기를 치른다는 사실이다. KIA는 이번 시즌 8번의 홈 경기에서 팀 타율 0.339로 뜨거운 모습을 보이며 경기 당 평균 7.7득점을 기록했다(원정 8경기 팀 타율 0.259).

상대 팀은 올 시즌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다. 올 시즌 롯데는 시즌 4승 12패에 그치며 최하위로 처졌다. 최근 7연승을 달리며 1위를 달리는 두산 베어스(12승 3패)와는 무려 8경기 반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5할 승률의 KIA와도 승차가 4경기나 된다. 롯데는 주장 이대호가 타율 0.241 1홈런에 그치는 등 전체적인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3일 선발투수는 KIA의 토종 에이스 양현종이다.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여하느라 개막전 선발은 헥터에게 양보했지만, 개막 후 3경기에 선발로 등판하여 3경기 모두 6이닝을 넘겼다. 2번째 등판에서 6실점으로 부진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경기를 모두 승리했다.

다만 양현종은 지난 시즌 롯데를 상대로 썩 좋지는 못했다. 지난 해 양현종은 롯데를 상대로 4경기에 등판하여 1승 2패 평균 자책점 4.94를 기록했으며 피안타율도 0.323이나 됐다. 그나마 지난해는 MVP 시즌이라서 이 정도였고, 양현종의 통산 롯데 상대 전적은 12승 12패 5.31에 그치고 있다.

역투하는 양현종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1회초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2018.3.25

▲ 역투하는 양현종 지난 3월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1회초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2018.3.25 ⓒ 연합뉴스


양현종의 롯데 상대 전적 때문에 올해 롯데가 최하위의 부진에 빠져 있음에도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한화와의 3연전에서 급격하게 식어버린 KIA의 방망이도 다시 살아나야 양현종에게 부담이 가중되지 않는다.

KIA는 지난 3경기를 모두 패했고, 롯데는 넥센 히어로즈와의 3연전에서 2연승 후 1패를 당했다. 롯데는 지난 3경기에서 도합 19득점을 기록하며 상승세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양현종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지난 시즌 MVP를 차지한 에이스 양현종이 팀의 연패를 끊어내며 에이스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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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타이거즈 KIA3연패 임기영이범호부상 양현종롯데상대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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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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