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부산은 스포츠의 도시로 꼽혔다. 야구, 축구, 농구 등 국내 주요 프로스포츠 구단의 연고지로서 수도인 서울 다음으로 많은 프로 팀들을 유치하고 있는 도시이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 현재 부산은 연고로 하는 스포츠 팀들은 나란히 험난한 시련을 겪고 있다.

롯데, 이대호의 부활... 그래도 여전히 최하위

이대호, 거인의 자존심 3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롯데 이대호가 9회말 1사 1루에서 투런 홈런을 치고 있다. 2018.3.30

▲ 이대호, 거인의 자존심 3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롯데 이대호가 9회말 1사 1루에서 투런 홈런을 치고 있다. 2018.3.30 ⓒ 연합뉴스


부산을 대표하는 최고 인기스포츠는 역시 야구다. 오죽하면 부산을 가리켜 야구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다. 하지만 정작 부산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개막 이후 23경기를 치른 현재 8승 15패로 최하위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이어 올해도 가을야구를 노렸던 롯데는 예상밖의 초반 부진에 허덕이며 고전하고 있다. 롯데의 간판스타인 이대호는 시즌 초반 패배한 경기의 퇴근길에 한 극성팬이 던진 치킨박스에 등을 맞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그나마 최근 10경기에서는 6승 4패로 회복세라는 게 위안이다. 이대호는 17일부터 22일까지 6경기에서 타율 0.727 6홈런 13타점으로 리그 주간 타율, 홈런, 타점 1위를 모두 휩쓰는 맹활약을 선보이며 부활을 알렸다. 하지만 팀 자책점 리그 최하위(5.91)에 그치고 있는 허약한 마운드와 믿있던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이 순위 반등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4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 팀 재건 노리는 KT

 부산 KT 소닉붐은 서동철 전 고려대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부산 KT 소닉붐은 서동철 전 고려대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 부산KT


프로농구 부산 KT 소닉붐은 지난 2017-2018 시즌 정규리그에서 10승 44패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구단 역사상 최악의 성적이자 KBL 전체 역사로 봐도 3번째로 낮은 승률이다. 올시즌 뿐만이 아니라 KT는 2014-2015 시즌부터 무려 4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조성민(창원 LG)의 트레이드 이후로는 농구 팬들의 화제를 모을 만한 이렇다할 인기 선수도 없다.

올해 KT와 계약이 만료되며 물러난 조동현 감독은 3년간 51승 111패(승률 0.315)라는 초라한 승률에 그치며 리빌딩에도 실패했다. 신인드래프트에서 1.2순위로 허훈과 양홍석을 잇달아 지명하며 미래를 기약하기는 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KT는 최근 서동철 전 고려대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영입하며 팀 재건을 노리고 있다.

기업 구단 최초로 2부 리그로 강등... 여전한 암흑기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는 K리그에서 2부 리그에 머물고 있다. 2015년 K리그 1부 리그 우승팀이자 기업구단으로는 최초로 2부로 강등당하는 초유의 신기록을 수립했던 부산은 이후로도 3년째 1부 리그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7 시즌은 부산 축구팬들에게는 유난히 안타까운 한 해였다. 지난해 10월 팀을 잘 이끌고 있던 조진호 감독이 급성 심장마비로 별세하는 비극적인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부산은 이승엽 감독대행체재로 팀을 추슬렀지만 승격 플레이오프에서 상주 상무에게 승부차기로 패했고 FA컵 결승전에서는 울산의 벽을 넘지못하며 연달아 아쉬움을 곱씹어야했다. 부산은 최윤겸 감독체제로 새 단장한 올시즌 K리그2에서 3승 3무 2패 승점 12로 현재 10개 팀 중 5위를 기록 중이다.

공교롭게도 부산 스포츠의 마지막 전성기는 20세기 후반이다. 부산 프로연고팀들을 통틀어 21세기들어 해당 종목에서 리그 정상에 오른 팀은 아직까지 아무도 없다.

화려했던 20세기... '21세기의 강호' 되는 날 올까

1990년대는 부산 연고의 3대 프로팀이 동시에 중흥기를 맞이했던 마지막 시대로 회자되고 있다. 야구의 롯데가 1992년 우승에 이어 1999년에는 플레이오프에서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여 준우승을 기록했다. 이후로 롯데는 2000년대에는 더 이상 한국시리즈에 올라본 경험이 없다.

롯데는 1992년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2회)을 끝으로 지난해까지 무려 25년간 우승 트로피를 더 이상 들어올리지 못했다. 이는 KBO 역사상 한 팀이 가장 오랫동안 우승을 차지하지못한 불명예 기록이다.

축구의 부산 아이파크도 전신인 대우 로얄스 시절에는 K리그에서만 4회나 우승을 차지한 나름 명문구단이었다. 특히 1997년에는 3관왕을 차지하며 최전성기를 보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모기업 대우그룹이 IMF 태풍 속에 부도 사태를 맞이하면서 2000년 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된 이후 차츰 내리막길을 걸었다. 부산 아이파크 시절에는 고 이안 포터필드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05년 전기리그 우승,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4강이 최고성적이다.

부산 프로농구의 역사는 조금 복잡하다. 프로농구 최초의 부산 연고팀은 실업 기아자동차에서 이어진 부산 기아 엔터프라이즈다. 기아는 프로원년 우승을 비롯하여 3년연속 챔프전에 진출하여 초창기의 강호로 군림했다. 특히 1997-98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대전 현대(현 전주 KCC)과의 대결은 7차전까지 가는 접전과 프로농구 유일의 '준우승팀 MVP'로 등극한 허재의 부상 투혼으로 지금까지도 역대 최고의 명승부로 회자된다.

하지만 2000년대들어 부산시와의 갈등으로 2002년 울산으로 연고지를 옮겼고 팀명도 모비스로 바뀌었다. 울산 현대모비스는 프로농구 역대 최다우 승을 자랑하는 명문팀이 됐지만 연고지 이전 이후 부산과는 사실상 역사가 단절된 상태다. 2003년에 본래 여수를 연고지로 하던 당시 코리아텐더가 부산시로 연고지를 옮긴뒤 다시 KT에 인수되며 부산 프로농구의 명맥을 잇게 됐다. KT는 2007년 프로농구 챔프전 준우승, 2010년 정규리그 우승 등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챔피언 결정전 우승 경험은 아직 없다.

스포츠 팬들에게는 유명한 은어로 '리즈 시절'이라는 말이 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팀이던 리즈 유나이티드가 한때 짧은 전성기를 뒤로 하고 몰락한 것을 빗댄 표현이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부산 시절'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대한민국 어느 지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열정적인 스포츠 팬덤과 인프라를 보유한 부산 스포츠의 부진은 국내 프로스포츠의 흥행에도 아쉬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연 부산 프로팀들이 언제쯤 20세기의 추억에서 벗어나 '21세기의 강호'로 부활하는 날이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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