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플루트를 배웠던 것이 6년 전이었다. 회사 동아리 일환으로 선생님을 초빙하여 배웠다. 나는 동아리 멤버 중에 진도가 제일 느렸다. 플루트로 소리를 내기 위하여 입 모양을 만드는 데 애를 먹어서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물론 연습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1주일에 한번 할 때도 빠질 때가 많아서 실력이 늘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플루트를 점점 멀리하면서 '나는 역시 음악이 안돼'라는 생각을 굳히는 계기가 되었다. 학창시절을 통틀어 음악시간에 칭찬 받아본 적이 없었던 사실을 상기하며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곤 하였다.

그러던 내가 판소리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주요 국악기인 가야금, 거문고, 아쟁, 장고, 북, 대금, 피리, 해금 등의 연주와 소리를 접하게 되었다. 악기 소리를 들으면 무슨 악기인지 알게 되었고, 국립국악원에 있는 국악박물관에 가서 악기들을 관심 가지고 둘러 보면서 악기의 유래와 만드는 법에 대하여도 배웠다.

많이 들으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더 알고 싶고, 더 알게 되면 좋아하게 된다고 할까. 이후 명인이 연주하는 공연을 찾아 들으면서 감탄하기도 하였다. 그러자 국악기 중에서 아쟁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국악기와 친해지면서 산조나 병창, 시나위 등을 유튜브에서 찾아 듣곤 하였다.

국악을 통해 배운 진리, '많이 접하고 즐기는 것이 배움의 시작'

신통방통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신통방통>은 신진예술가와 작품 발굴 차원으로 공연 중인 프로그램이다.

▲ 신통방통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신통방통>은 신진예술가와 작품 발굴 차원으로 공연 중인 프로그램이다. ⓒ 서울돈화문국악당


교회에 같이 다니는 일본인 사쿠라이 선생님은 한국인과 결혼하여 계속 한국에서 산다. 그는 몇 년 전부터는 해금을 꾸준히 배우고 있다. 내가 국악을 모를 때에는 그저 우리 전통악기를 배우고 있다고만 알고 있었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해금이라는 악기를 알게 되니, 일본인이 해금을 배운다는 게 신기하였다. 그래서 여쭤보니 일본에도 해금과 비슷한 악기가 있다고 하였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니 해금은 북방 악기로, 중국, 한국, 일본 등에 전파되고 개량되면서 이들 나라에서 사용되고 있고, 우리나라에는 요나라, 금나라 시절 들여왔다고 한다. 해금(奚琴)이라는 명칭도 해(奚)족이 사용하는 금(琴) 종류의 악기라고 한다. 해금은 현재 나라별로 악기가 개량되었고,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이번 공연을 보게 된 것은 연주자 소개글에 '해금병창이라고 불리는 것 가운데 판소리를 중심으로 구성하는 유일한 여성 해금병창자'로 되어 있어 관심이 갔기 때문이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이 신진 예술가 및 작품 발굴 차원에서 진행하는 '신통방통'이라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이다. 게다가 관람료가 5천 원으로,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것도 매력이었다.

그동안 가야금 병창으로 춘향가의 '사랑가' 대목이나 심청가의 '제비노정기' 등을 들어봤지만, 해금병창은 익숙하지 않았다. 특히 판소리와 같이 한다고 하니 궁금하였다. 이번 공연에서는 연주자 (창자)와 북을 치는 고수 외에도 이야기꾼이 있었다. 단순한 연주가 아니라, 심청가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야기꾼이 심청이 인당수에 제수로 몸이 팔리는 대목까지 소개하고, 이후 대목은 병창으로 연주하며 창을 부르는 식이다. 관객입장에서는 이야기꾼의 익살스런 재담도 듣고, 공연도 보는 등 한편의 풍성한 극을 보는 느낌이다. 심청가의 범피중류, 심봉사 눈뜨는 대목 등이 해금 연주와 함께 불러졌다. 자신이 창을 하며, 해금을 연주하기 때문에 혼자 판소리만을 부를 때보다는 장단과 음계(조)를 맞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창자 입장에서는 소리를 하면서 해금을 하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다. 연주자인 이솜은 심청가의 주요 대목을 하면서 애절한 해금연주를 잘 보여주었다.

전에는 음악과는 친하지 않은 것을 핑계로 내세우면서, 내가 악기를 잘 연주하지 못하는 것을 당연시하였다. 하지만 국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악기를 접하게 되니, 공자의 말씀 중에 '아는 것은 좋아함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 못하다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는 구절이 생각난다. 모든 학문의 이치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선 많이 접하여 친숙해지며 즐기는 것이 배움의 시작일 것이다.

이솜의 해금병창 연주자 이솜이 심청가 주요 대목을 바탕으로 해금병창을 연주하였다.

▲ 이솜의 해금병창 연주자 이솜이 심청가 주요 대목을 바탕으로 해금병창을 연주하였다. ⓒ 서울돈화문국악당



덧붙이는 글 제 개인 블로그에도 올렸습니다.
이솜 해금병창 서울돈화문국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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