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 슈퍼매치'에 나선 한국 대표팀 선수들

'2018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 슈퍼매치'에 나선 한국 대표팀 선수들 ⓒ 박진철


성공의 파장이 생각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일 경기도 화성시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 슈퍼매치'(아래 한-태 슈퍼매치)가 그렇다.

한국배구연맹(KOVO)과 프로배구 V리그 주관 방송사인 KBSN이 공동 기획한 한-태 슈퍼매치는 지난해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1회 대회에 이어 올해 한국에서 2회 대회를 연 것이다.

단순히 국가대표팀의 친선 경기 차원을 뛰어넘어 여자배구를 '스포츠 한류 콘텐츠'로 만들어 해외에 보급·확산시키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갖고 시작했다. 또한 입장 수입 전액을 화성시 유소년 배구발전기금으로 기부하면서 한국 배구의 미래를 위한 투자 이벤트로서 성격도 분명히 했다.

그런 노력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성과를 거두게 되면, 선수·프로리그·방송사가 모두 '윈윈'할 수 있다. 좋은 취지에 선수들도 적극 참여했고, 즐겁고 수준 높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양국 배구팬들도 폭발적인 관심과 참여로 화답했다. KOVO와 방송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날 한-태 슈퍼매치는 흥행 지표인 관중수와 시청률에서 '쌍끌이 대박'을 터트렸다.

"다음 대회는 1만 석 체육관에서 열자"

 "김연경과 여자배구 보자" 끝이 보이지 않는 배구팬 행렬... 경기도 화성 실내체육관

"김연경과 여자배구 보자" 끝이 보이지 않는 배구팬 행렬... 경기도 화성 실내체육관 ⓒ 박진철


관중수는 4602명으로 '만원 초과'였다. 지난해 태국 대회도 7000석 만원 관중을 기록했다. 얼핏 관중 숫자만 보면 감소로 보이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태 슈퍼매치가 열린 화성시 실내체육관은 전체 좌석수가 5158석이다. 그러나 이날 1000석 정도의 자리에 관중이 앉을 수 없는 사석이 발생했다. 한국-태국 아이돌 스타들의 '한류 K-POP 콘서트'를 위해 경기장 한 쪽에 대형 무대가 설치됐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무대 뒤편의 1000석 정도를 판매하지 않기로 하면서 실제 좌석수가 4000석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날 관중이 대거 몰려오면서 입장 관중이 4602명으로 만석을 초과했다. 당초 예정했던 현장 판매분을 더 늘려 입장시켰음에도 표를 구하지 못해 집으로 돌아간 관중도 수백 명에 달했다.

실제로 경기 시간이 2시간이나 남았음에도 표를 구하려는 관중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을 서 있는 대장관을 연출했다. 경기장 안과 밖 모두 인산인해라는 표현이 딱 어울렸다. 특히 한국과 태국 관중들은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엄청난 환호성을 질렀다.

현장 관중과 온라인 예매 열기로 볼 때, 태국처럼 7000석 규모의 체육관에서 열었더라도 충분히 만원 관중을 달성했을 것이라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좌석수가 증가하면 온라인 예매분도 늘리면 되기 때문이다.

10일 한-태 슈퍼매치 실무자 회의에서는 "다음 대회는 1만 석 규모의 체육관에서 개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시청률도 폭등... "프로야구 부럽지 않네"

TV 시청률에서도 지난해보다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번 한-태 슈퍼매치 경기도 5세트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태국이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하면서 슈퍼매치 전적 1승 1패로 한국과 균형을 맞추었다.

'본경기 생중계 시간'이 2시간 30분이나 됐지만, 케이블TV 시청률이 1.57%(닐슨코리아 기준)가 나왔다. 케이블TV 대박 기준인 1%를 훨씬 초과한 것이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무려 2.137%에 달했다. 프로야구 빅매치에서나 나오는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다. 실제로 이날 열린 프로야구 경기 중 시청률 1위였던 기아-넥센전이 한-태 슈퍼매치와 똑같은 1.57%였다.

또한 지난해 태국 대회의 시청률 1.21%보다 대폭 오른 수치이다. 최고 인기 선수인 김연경(31세·192cm)이 체력과 부상 관리 차원에서 1세트와 5세트 후반에만 잠깐 뛰었음에도 지난해보다 높은 시청률이 나왔다는 점도 고무적인 대목이다.

KOVO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만약 김연경 선수가 작년 대회처럼 풀로 뛰었다면 시청률은 더욱 높게 나왔을 것"이라며 "국내 선수 위주로 경기를 치렀음에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걸 보면, 이제는 국내 여자배구 선수들도 충분히 흥행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이번 한-태 슈퍼매치의 열기는 여자배구가 경쟁력이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자배구는 잘만 준비하면, 어떤 대회든 흥행이 보장되는 킬러 콘텐츠로 올라섰다는 뜻이다.

한편 지난해 태국 대회는 양국 모두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만 중계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태국 지상파 방송사까지 슈퍼매치 경기와 아이돌 스타들의 콘서트까지 무려 4시간에 걸쳐 생중계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여자배구를 한류 콘텐츠로 해외에 보급하겠다는 취지를 더욱 잘 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KOVO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태국 지상파 방송사의 한-태 슈퍼매치 시청률도 동시에 두 채널이 생중계를 했음에도 3%를 기록했다"며 "이는 동시간대 편성된 드라마 시청률보다 높은 수치로 약 200만 명 이상의 태국 국민이 시청한 것"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지자체, 벌써부터 '2년 후 대회' 유치 문의 쇄도

 '만원 초과' 여자배구 뜨거운 인기... 2018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 슈퍼매치(화성 실내체육관)

'만원 초과' 여자배구 뜨거운 인기... 2018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 슈퍼매치(화성 실내체육관) ⓒ 박진철


한-태 슈퍼매치가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자 여러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유치전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KOVO와 방송사 관계자는 "벌써부터 몇몇 자자체에서 2년 후 한국에서 열리는 한-태 슈퍼매치를 유치하고 싶다며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고 놀라워했다.

그런가 하면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최근 일본 배구협회가 태국 배구협회 사무총장에게 '올스타전을 한국하고 하지 말고, 한국 빼고 일본하고만 하자'고 공식 제안을 한 것이다.

한-태 슈퍼매치는 한국이 주도해서 창설한 대회이다. 그런데 일본 배구협회가 중간에 끼어들어 한국을 빼고 자기들과만 대회를 열자고 공식 제안한 것은 누가 봐도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다.

KOVO 관계자는 "일본이 어떤 생각과 목적을 가지고 그런 제안을 했는지 속내를 알 수는 없다"며 "한국과 태국이 올스타 슈퍼매치를 앞으로도 계속한다는 것에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가 끝나고 태국 배구협회 임원들이나 방송사 관계자들이 대단히 만족해했고, 한국이 잘 준비해서 흥행에 크게 성공했으니 우리도 내년에 더 잘해야 할 텐데 부담 백배라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 태국에서 보자고 하면서 조만간 태국에 한 번 들어오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어떤 면에선 일본이 비상식적인 제안을 할 정도로 한-태 슈퍼매치가 성공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른바 성공의 역설이다.

여자배구 대표팀, '확실한 흥행보증수표' 우뚝 서다

최근 여자배구의 인기 폭발은 결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 월드그랑프리 대회에도 3일 동안 엄청난 열기를 뿜어냈다. 첫날 경기는 평일 오후 4시 경기로 취약 시간대였음에도 3150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주말 경기는 모두 만원 관중을 초과했다. 4300석 규모의 체육관에 이틀 연속 5000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매진을 넘어 입석표까지 동이 났다. 케이블TV 시청률도 경기를 중계한 2개 스포츠 전문 채널의 합계 시청률이 2%를 훨씬 넘는 등 역대급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국제대회의 열기는 V리그 흥행으로 직결됐다. 2017~2018시즌 V리그에서 여자배구는 시청률과 관중수에서 V리그 사상 최고의 기록들을 쏟아냈다. 지난 3월 27일 여자배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시청률은 프로야구 5경기와 동시간대에 경쟁해서 전체 2위를 기록할 정도였다(관련 기사 :  시청률·관중 최고... 여자배구, '위대한 시즌'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한-태 슈퍼매치의 열기는 여자배구의 인기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님을 확인시켜준 '쐐기포'였다. 국내 스포츠 현실에서 여자배구 대표팀처럼 매 경기 5000명 이상의 관중 동원력과 높은 시청률을 보장할 수 있는 콘텐츠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특히 여성 스포츠 종목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송사 관계자는 "여자배구의 최근 시청률은 솔직히 기적이나 다름없다"며 "비단 여자배구만의 기적이 아니라, 대한민국 여성 스포츠의 기적이라고 봐야 된다"고 촌평을 했다. 그는 "한-태 슈퍼매치 이후 다른 종목의 경기단체 관계자들에게 '우리도 그렇게 해보고 싶다'며 문의 전화가 오고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여자배구 인기는 5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국제대회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자배구는 올해 네이션스 리그(5.15~6.14)를 시작으로 세계선수권 대회(9.29~10.20)까지 굵직한 국제대회가 계속 이어진다. 그러나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는 오는 5월 22일~24일까지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지는 네이션스 리그(Nations League)가 유일하다. 3일 동안 세계 강호인 러시아, 이탈리아, 독일과 격돌한다.

우려되는 대목은 지난해보다 국제대회 일정이 훨씬 빡빡하고 힘든 강행군이란 점이다. 대표팀의 기존 주전 선수만으로는 결코 소화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린 장신 유망주들도 국제무대에 적극 데뷔시켜 경기력 향상과 흥행 기반을 넓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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