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7년의 밤> 포스터.

영화 <7년의 밤>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정유정 작가의 동명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 7년의 밤>이 지난 3월 28일 개봉했다. 세령마을, 세령호에서 일어난 사건을 배경으로 등장인물의 심리를 치밀하게 표현한 < 7년의 밤>은 류승룡, 장동건이 주연을 맡았고, <광해-왕이 된 남자>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을 연출한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물에 잠긴 마을을 탐사하기 위해 물에 들어가는 잠수부의 모습을 클로즈업하면서 시작한다. 세령호가 있는 세령마을은 물안개가 뿌옇고 지나가는 차들이 얼마 없는, 한적하고 음산한 동네다. 물에 들어가는 잠수부에게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당부를 하는 주민들도 있다.

서원에 대한 현수의 헌신적인 사랑

 영화 < 7년의 밤> 스틸 컷.

영화 < 7년의 밤> 스틸 컷.ⓒ CJ 엔터테인먼트


세령호는 사연이 있는 호수다. 최현수(류승룡 분)는 세령댐의 관리팀장으로 부임받아 근처 사택을 사전점검하러 오던 중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 사고로 인해 소중한 것을 잃은 냉철한 치과의사 오영제(장동건 분)도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상처받는 한 영혼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에는 헌신적인 사랑과 폭력적인 사랑의 대립이 나타난다. 현수가 아들 서원에게 보이는 사랑은 무조건적인 사랑이다. 현수는 의도하지 않은 사고를 내고, 그에 대한 처벌을 받기를 기꺼이 감수한다. 그러나 아들에게 피해가 가고 문제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아 끝까지 자신의 죄를 숨기려고 한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잃더라도 끝까지 지키고 보호하려는 사랑을 보여준다.

현수의 사랑은 현수의 상처에서 비롯된다.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현수는, 그 상처를 지닌채 살아간다. 현수가 지니고 있던 마음 속의 상처는 세령호에서의 사고를 통해 더 심화된다.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와 과거의 상처는 현수를 더욱 힘들게 한다. 매일매일 술에 취해 사고의 기억을 잊으려고 노력하고 매일 감정을 세령호 댐에서 토로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현수의 상처는 아들 서원에게로 전이된다. 아버지의 죽음이 현수에게 씻을 수 없고 떨쳐낼 수 없는 상처가 된 것처럼, 서원의 상처와 트라우마는 누군가의 죽음에서 비롯된다. 또한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들어가 서원을 범죄자의 자식으로 매도하는 사회 속에서 서원의 상처는 한층 더 깊어진다. 하지만 서원의 상처는 계속되지 않는다. 모든 게 현수의 사랑이었음을 알게된 뒤 서원은 상처를 치유하고 그 다음의 삶을 살아간다.

각기 다른 모양의 사랑

 영화 <7년의 밤> 스틸 컷.

영화 <7년의 밤> 스틸 컷.ⓒ CJ엔터테인먼트


영제는 현수와 정반대의 사랑(집착)의 형태를 보여준다. 영제의 사랑은 폭력적이다. 영수는 자신을 떠난 아내 화영에 대한 사랑과 화영이 남기고 간 딸에 대한 사랑을 억압과 폭력으로 표현한다. 말을 듣지 않고 엄마를 그리워 하는 세령에게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가한다. 아내 화영에게도 폭력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또 가해자 현수가 자신이 원하는 방법대로 처벌받지 않자 현수의 아들 서원에게로 복수의 방향을 전환한다. '내가 끝나야 모든 게 끝나는 거야'라는 그의 대사는, 폭력적이고 강압적이었지만 그것조차 누군가를 사랑했기에 가능했다고 영제는 말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을 승환(송새벽 분)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보고 있다. 현수에 대한 사고를 알고 있고, 사고로 인해 발생한 희생에 대해 안타까워 한다. 그러나 승환에게는 영제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있다. 승환 또한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자신의 잘못으로 희생을 초래했다는 죄책감이 승환을 괴롭힌다. 현수가 그런 것처럼, 서원이 그런 것처럼, 승환 또한 자기 나름의 상처를 가지며 살아간다.

영화 < 7년의 밤>은 헌신적 사랑과 냉철한 사랑의 대립을 통해 우리는 각기 다른 모양의 사랑을 보여준다. 그 사랑의 충돌 사이에서 상처받기도 하고 치유받는 한 영혼 또한 볼 수 있다. 우리의 사랑 또한 언제나 같은 모습일 수 없다. 때로는 헌신적이면서도 어떨 때는 냉철하고 차갑다. 그런 사랑의 대립 가운데서, 누군가는 상처를 받기도 하고 상처를 치유받기도 한다. 물론 사랑으로 상처를 치유받지 못하고, 영원히 상처를 지니며 살아가는 사람 또한 존재한다.

우리가 가져야 할 삶의 태도는 무엇일까. 양면의 사랑 가운데서, 상처를 치유받고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나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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