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난 달이 되어버린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에서 시선을 끌었던 종목은 올림픽에서의 같은 종목에 비해 더욱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차지했던 파라아이스하키 종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감동적인 동메달 수상 소식과 그들이 경기장에 동그랗게 모여앉아 무반주로 불렀던 애국가는 여러 언론과 매스컴의 입에서 '기적'이라는 말을 담게 만들었다.

지난 3월 7일 개봉된 <우리는 썰매를 탄다>(김경식 감독)은 달랐다. 영화의 카메라가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적',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따위의 단어가 이들의 땀 앞에 끼어들 틈이 없게끔 한다. 오히려 이 두 단어는 이들에게 있어 큰 '모욕'으로 느껴질 정도이다.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이 훈련하던 모든 순간들은 피나는 노력 그 자체임을 짚어준다.

 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 스틸컷

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 스틸컷 ⓒ (주)콘텐츠난다긴다


빙판 위의 땀이 만든 '은메달'의 기적

보통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스케이트를 타고 빠른 속도로 땅을 지치며 퍽을 향해 달리지만, <우리는 썰매를 탄다>는 제목답게 파라아이스하키는 '슬레지', 즉 썰매를 타고 손으로 땅을 지쳐가며 퍽을 향해 달린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시각은 평소보다 낮게 시작한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를 감성을 자극하는 불필요한 나레이션이나 자막 없이 흘러가게 한다.

훈련에 쓸 수 있는 전용 빙상장도 없고, 국가의 지원마저 '모텔을 빌릴 수 있을 정도로'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대회에 참가할 때에는 사비를 털어서 나가야 하는 문제가 있다는 대목 뒤로 환송하는 이 없이 노르웨이로 떠나는 모습도 보인다. 노르웨이에서도 아무도 없는 한국측 관중석에 큰 절을 올린다. 그 정도로 관심과 지원이 없었던 파라아이스하키를 볼 수 있었다.

영화 중간중간에는 선수 개인의 이야기도 흐른다. '빙판 위의 메시'라 불렸던 정승환 선수가 의사 선생님이 '다리가 자랄 것'이라고 거짓말했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말한다. '만능 스포츠맨'이었던 이종경 선수가 패러글라이딩을 타던 중 사고를 당해 휠체어, 그리고 슬레지 위에 앉게 된 이야기도 이어진다. 한민수 주장이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 운동회에 가서 2인 삼각 경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모습은 관객을 묘한 감정에 이끌게 한다.

불행하다니요, 우리는 이렇게 행복한데

하지만 영화의 분위기는 전혀 이들을 '불행한 사람'이라거나, '도와야 할 대상'이라는 인상을 남기지 않는다. 되려 이들이 오히려 '웃픈' 유머를 보내며 사람들의 시선에 괘념치 않아하는 모습을 보인다. "꿈을 꾸면 없던 다리가 있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안 그렇다"는 정승환 선수도 그렇고, 라커 룸에서 "내 자식들이 장애인 딸과 결혼한다면 극구 말릴 것"이라는 주장의 농담까지.

이종경 선수의 말은 이들에게 보내는 잘못된 시선에 경종을 울린다. 그는 영화 말미에 "하늘나라에 갔을 때 인생 잘 살다 온 것이라고 묻는다면, 내 인생은 파란만장했고 너무 즐거웠다고 답할 것이다. 두 가지 인생을 다 살고 와 정말 행복했다"라고 말하며 패러글라이딩에 다시 올라 하늘을 난다. 그들에게 한때, 잠시나마 보냈던 어떤 시선을 거두게 되는 결정타가 된다.

 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 스틸컷

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 스틸컷 ⓒ (주)콘텐츠난다긴다


장애인 체육에 대한 관심 식지 않길

파라 아이스하키, 나아가 '패럴림픽'의 존재 자체를 몰랐던 국민들은 신의현 선수가 맺은 두 점의 메달과 파라아이스하키의 '극적으로 보였던' 동메달에 열광하며, 장애인 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감동의 주인공이었던 파라아이스하키 팀에 대한 관심, 그리고 이것이 결코 '기적'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최소한 2428명(11일 기준 누적 관객 수)의 관객에게 전해졌다.

2005년 이미 보건복지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대한장애인체육회의 관할이 바뀌었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바뀌지 않았었다. 하지만 평창 동계 패럴림픽을 통해 장애인 체육이 '재활' 또는 '기적'의 영역에서 '그들도 우리와 같은 스포츠맨'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이 인식을 선수, 팀, 종목에 대한 '관심'을 넘어 선수에 대한 '팬심'으로 승화해도 되지 않을까.

끈질기게 상영관에서 버텼던 영화는 곧 마지막 상영을 포항에서 앞두고 있다. 부평 대한극장이 한 주동안 단독으로 상영한 이후, 인디플러스 포항이 일주일간 상영했다가 11일(오늘) 오후 7시 30분에 마지막으로 스크린에 걸기 때문이다. IPTV로, 또는 스크린에서 2018년 3월 이전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파라아이스하키 팀의 이야기를 꺼내보고 듣는 것은 어떨까.

 18일 강원도 강릉아이스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메달 수여식에서 한국 선수들이 동메달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지난 3월 18일 강원도 강릉아이스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메달 수여식에서 한국 선수들이 동메달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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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도 쓰고, 스포츠와 여행까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러면서도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그리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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