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종방연' 조세호, 나도 인사하고 싶어요 무한도전 마지막 촬영날인 29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무한도전 종방연에서 조세호가 인사말을 하려고하자 경호원과 박명수, 정준하가 안으로 끌고(?)가며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 '무한도전 종방연' 조세호, 나도 인사하고 싶어요 무한도전 마지막 촬영날인지난 3월 29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무한도전 종방연에서 조세호가 인사말을 하려고하자 경호원과 박명수, 정준하가 안으로 끌고(?)가며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 이정민


MBC의 간판 <무한도전>이 지난 13년간의 항해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에피소드(563회)에 특별할 것은 없었다. 과거 한 시청자가 그린 만화처럼 우주 공간에서 엔딩을 하는 일도 없었다. 양세형은 박나래의 할머니 댁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하하는 남자 중학생들 앞에서 인생 조언을 하기 위해 땀을 뻘뻘 흘렸다.

프로그램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하와 수'(정준하와 박명수)였다. 무한도전에서 10년 넘게 티격태격 하기를 반복했던 두 '큰 형님'들은 함께 울산바위를 오르며 지난 시간들을 반추했다. <무한도전>은 생각보다 더 담담하게 작별을 선언했다. 많은 친구들이 무한도전의 '보잘 것 없던' 첫 모습을 기억한다. 황소와 줄다리기를 하고, 전철과 달리기 시합을 하는 당돌함을 기억한다. 내가 초등학교 때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내가 20대 중반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학창 시절, '무한도전은 언제 끝이 날까?' '김태호 PD의 아이템은 언제 바닥이 날까?' 생각했다.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체감한다.

<무한도전>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역사를 바꾼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프로그램은 있었으나, <무한도전>은 단순한 시청률 이상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정해진 포맷에 따라 반복되는 과거 방송들과 달리, 매번 새로운 특집을 시도했다. 멤버들의 캐릭터는 매 회 추가되었다.

무한도전은 스튜디오라는 공간적 한계를 깨고, 대본의 역할을 최소화했으며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김태호 PD가 이끄는 무한도전은 예능 프로그램의 전형성에 도전했고, 시대의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캐치해내곤 했다. KBS <1박2일>, SBS <런닝맨> 등, 그 영향을 받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수천만의 동반자

 30일 서울 상암MBC에서 열린 <무한도전> 김태호PD 기자간담회.

김태호 PD. ⓒ MBC


무한도전은 매회를 특집으로 꾸려나갔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취권', '조정 특집', '무한도전 가요제', '프로레슬링 특집', '수능 특집', '농촌 특집' 등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여드름 브레이크', '돈 가방을 들고 튀어라' 같은 추격전들은 이전까지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나본 적 없는 긴장감을 선사하기도 했다.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특집은 가요계 복고 열풍의 효시가 되었다. H.O.T의 재결합 무대도 무한도전과 김태호라는 이름이 있어 가득했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는 모토와 함께 시작한 <무한도전>은 하나의 문화 권력이 되었고, 시대의 상징이 되었다.

높아진 영향력만큼, 수많은 논란의 홍역을 겪기도 했다. 정형돈, 노홍철 등 핵심 멤버들이 떠나기도 했다. '무한도전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위기론도 여러 차례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은 수천만 명의 동반자였다. 그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박명수를 따라하면서 놀았던 기억, 집에서 밥을 먹으며 보다가 폭소를 터뜨렸던 기억들도 떠오른다. 군 생활을 하던 시절, 고된 평일 일과를 마치고 주말에 < 무한도전 >을 보며 모든 피로를 잊던 날들도 떠올랐다. 마지막 방송에서 정준하는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날, 화면 속 정준하와 함께 눈물을 흘린 사람들이 적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자신을 탈탈 털었다'며 지난 시간들을 회고한 김태호 PD는 가을에 돌아올 예정이다. <무한도전>이 정말 시즌 2로 돌아올 것인지, 그리고 그 시즌 2에는 누가 함께 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은 미래를 섣불리 추측하기보다, 과거를 더듬어 볼 때가 아닐까. 13년 동안 <무한도전>에게 받은 모든 웃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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