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초가 끝났을 땐 분명 0-8이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니 20-8이 되는 '마법'이 펼쳐졌다.

김진욱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는 31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3방을 포함해 장단 22안타를 터트리며 20-8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kt는 선발투수 주권이 4이닝 8실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심재민, 고창성, 배우열로 이어지는 불펜 투수들이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대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kt의 대역전승이 더욱 반가운 이유는 특정 선수의 소위 '미친 활약'으로 만들어 낸 승리가 아니라는데 있다. kt는 이날 주전8명을 포함해 9명의 선수가 멀티히트를 기록할 정도로 전 선수들이 고르게 활약했다. 특히 입단 당시부터 '괴물 신인'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강백호는 3회말 추격의 3점 홈런을 터트리며 시즌 초반 홈런 공동 1위(4개), 타점 공동 2위(10개)로 쟁쟁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베이징 키즈'의 선두주자

야구계에서는 1999년~2001년생들을 흔히 '베이징 키즈'라 부른다. 2000넌대 중, 후반은 야구의 인기가 점점 떨어지고 있었는데 김경문 감독(NC다이노스)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이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엄청난 명승부 끝에 금메달을 차지하며 야구 인기가 극적으로 되살아났다. 2002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축구를 시작하는 어린이들이 늘어났던 것처럼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 중에는 야구를 시작하는 유망주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강백호는 바로 그 '베이징 키즈'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강백호는 부천중학교 3학년 때 서울의 이수중학교로 전학을 갔다가 서울고로 진학했다. 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에는 어린 유망주들의 무분별한 전학을 막기 위해 중학교 진학 후 타 지역으로 전학을 가는 학생은 1차 지명 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서울고 출신의 강백호가 정작 서울 연고구단의 1차 지명을 받지 못한 이유다.

서올고에서 투수와 포수를 겸하던 강백호는 1학년이던 2015년11월12일 고척 스카이돔의 개장 경지로 열린 청룡기 대회에서 홈런을 치면서 야구팬들에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야구 만화 속 주인공처럼 투수와 타자로 모두 뛰어난 기량을 과시하는 데다가 인기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과 이름이 같았던 강백호는 곧바로 전국구 유망주로 성장했다.

강백호는 작년 대통령배 대회 결승전에서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며 승리투수가 됐고 타석에서도 4타수2안타3득점을 기록하며 MVP에 선정됐다. 이 대회 강백호의 타격 성적은 타율 .476 9타점이었다. 강백호는 2017 U-18 야구선수권대회에서도 대표팀에 선발돼 타자로는 타율 .375 1홈런8타점6득점, 투수로는 2이닝1피안타4탈삼진 무실점으로 맹활약하며 한국의 준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강백호는 작년 9월11일에 열린 2018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에서 예상대로 kt의 지명을 받았다. kt 는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대학야구 최고의 투수 김재영(한화 이글스)과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한 최원준(KIA타이거즈)을 거르고 해외파 남태혁을 '깜짝 지명'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역대급 재능'이라고 평가 받는 강백호를 지나치는 배짱(?)을 보여주진 못했다.

개막 후 7경기 4홈런10타점

연세대 시절 에이스 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나성범(NC다이노스)은 프로 진출 후 타자로 변신해 KBO리그를 대표하는 호타준족 외야수로 변신에 성공했다. 고교야구를 대표하는 스타였던 강백호 역시 투수와 야수, 그리고 투타 겸업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야수, 그 중에서도 좌익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매년 쏟아지는 일개 고졸 신인에 불과한 강백호에게 지나친 기대를 하는게 아니냐는 의문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강백호는 스프링 캠프 연습경기에서 홈런 2개를 때려내며 남다른 재능을 드러냈고 시범경기에서도 6경기에서 타율 .333 3타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3월18일 롯데 자이언츠에서는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며 범상치 않은 재능과 강심장을 뽐내기도 했다. 김진욱 감독은 kt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할 가능성이 풍부한 강백호를 개막 엔트리에 포함시켜 KIA와의 개막전에서 8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그리고 강백호는 떨리고 긴장되는 프로 첫 타석에서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트리며 야구팬들 앞에서 확실한 프로 신고식을 했다. 상대 투수는 작년 20승을 차지한 최고의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였다. 강백호는 김진욱 감독의 배려 속에 시즌 초반부터 상위 타선과 하위타선, 좌익수와 지명타자를 오가며 꾸준히 선발 출전했고 개막 후 6경기에서 3홈런6타점을 기록하며 '괴물신인'다운 활약을 이어갔다.

강백호는 2번 좌익수로 출전한 31일 두산전에서 통산 127승에 빛나는 장원준을 상대로 첫 타석에서 1루 땅볼로 물러났다. 하지만 팀이 0-8로 크게 뒤지던 3회말 벼락 같은 3점 홈런을 터트리며 경기의 흐름을 순식간에 바꿨다. 9-8로 경기를 뒤집은 7회 4번째 타석에서는 동갑내기 투수 곽빈을 상대로 풀카운트 접전 끝에 영리한 밀어치기 안타로 4타점 경기를 완성했다. 7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친 강백호는 김동엽(SK와이번스)과 함께 시즌 초반 홈런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아직 장기 레이스를 치러본 적이 없는 신인에 불과하기 때문에 강백호의 성적은 분명 지금보다는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7경기 4홈런 10타점 OPS(출루율+장타율)1.322 득점권타율 .571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선수의 성적이라고 믿기 힘들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엄청난 괴물 신인이 아직 더 성장할 여지가 많이 남았다는 점이다. kt의 전력은 아직 기복이 있지만 kt 팬들은 강백호의 성장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배가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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