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내실 있는 영화가 줄지어 개봉하는 봄 극장가는 군소 독립극장에겐 풍요의 시기다. 규모 있는 영화 한두 편이 상영관과 관객을 독식하지 않아 다양한 영화에게 주목받을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덕이다.

이 때문일까. 독립극장과 멀티플렉스 다양성영화 상영관을 중심으로 배급되는 재개봉영화 개봉도 봄철이면 확연히 줄어든다. 옛 추억을 되살리는 재개봉 영화를 기다리는 영화팬에겐 아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3월 한 달 눈에 띄는 재개봉작은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 개봉 후 주목받은 일본영화 <리틀 포레스트: 사계절> 뿐이었다. 본래 재개봉 계획이 뚜렷하지 않았으나 리메이크작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김태리의 삼시세끼'로 불리며 인기를 모으자, 원작 재개봉을 확정했다. 본래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 두 편이지만 편집을 거쳐 한 편으로 묶어 재개봉했다. 영화는 3월 말 기준, 누적관객수 1000명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5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4월에는 보다 많은 재개봉작이 관객과 만난다. 이미 3편의 재개봉작이 배급일정을 확정한 상태다. 아래, 이들 재개봉작을 소개한다.

[하나] <개 같은 내 인생>

 영화 <개 같은 내 인생>의 한 장면.

영화 <개 같은 내 인생>의 한 장면. ⓒ 백두대간


스웨덴이 낳은 명장 라세 할스트롬의 출세작 <개 같은 내 인생>이 오는 19일 재개봉한다. 지난 1989년에 이어 두 번째 재개봉으로 명작의 가치를 아는 팬들의 극장 방문이 이어질 듯하다.

세계적 팝스타 아바의 뮤직드라마 <아바>를 비롯해 영화, TV 프로그램,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영상매체를 연출해 온 라세 할스트롬은 1985년작 <개 같은 내 인생>으로 일약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후 할리우드로 진출, 조니 뎁과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가 출연한 <길버트 그레이프> <하치 이야기> <디어 존> 등 다양한 작품을 연출했다. 잉마르 베리만 이후 가장 유명한 스웨덴 출신 영화감독으로 손꼽힌다.

<개 같은 내 인생>은 병에 걸린 엄마를 떠나 외삼촌이 사는 시골마을로 보내진 열두살 소년 잉마르의 이야기다. 사랑하는 엄마, 아끼는 강아지와 강제로 이별하고 낯선 마을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소년이 그곳에서의 삶을 통해 위안받고 성장한다는 게 영화의 골자다. 라세 할스트롬 특유의 섬세한 감각과 감수성으로 아이가 겪는 미묘한 감정변화를 효과적으로 표현해 보는 이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걸작이다.

제45회 골든글로브 최우수외국어영화상, 제59회 전미비평가협회 최우수외국어영화상, 제54회 뉴욕비평가협회 최우수외국어영화상 등 권위있는 영화상을 휩쓸었다. 나는 이보다 정감 넘치는 영화를 몇 알지 못한다.

[둘] <지금, 만나러 갑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소지섭-손예진의 멜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언론시사회가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렸다.

▲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소지섭-손예진의 멜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언론시사회가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렸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소지섭, 손예진 주연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3월 최고 흥행작에 오른 가운데 이 영화의 원작이 된 동명 일본영화를 극장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멀티플렉스 롯데시네마가 개봉 13년 만인 올 4월 19일 원작 재개봉일을 확정한 것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굿 럭!!> <오렌지 데이즈> 등 유명 드라마를 연출하며 일본 TBS 방송국을 대표하는 드라마 PD로 명성을 쌓은 도이 노부히로의 영화 연출작이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일본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명작으로 낭만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와 다케우치 유코의 미모로 개봉 당시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시간을 가로질러 자신의 비극적이지만 동시에 행복한 일생을 알게 되는 미오(다케우치 유코 분)의 운명과 그녀를 그리워하는 남은 가족의 이야기는 봄비처럼 보는 이의 눈시울을 촉촉히 적실 것이다. 배우들의 재능을 끌어낼 줄 아는 도이 노부히로의 장기가 빛을 발해 출연배우 모두의 연기가 상당히 안정됐다는 평가다. 해바라기 가득한 들판에서의 포옹신 등 영화팬 사이에서 오랫동안 회자된 명장면을 스크린을 통해 다시 만날 귀한 기회이기도 하다.

[셋] <라이프 오브 파이>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2013년 개봉한 이안의 역작 <라이프 오브 파이>가 국내 첫 재개봉 기회를 갖는다.

<와호장룡> <브로크백 마운틴> 으로 할리우드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한 이안이 자신의 예술관을 한 작품 안에 온전히 풀어놓은 걸작으로, 실재하는 사실과 믿어지는 진실 사이의 미묘한 간극을 파고든 주제의식 외에도 스크린 위를 꿈처럼 화려하게 수놓는 영상이 매력적이다. 제임스 캐머런의 <아바타>가 파격적으로 열어젖힌 3D기술을 가장 폭넓게 활용한 작품으로 자주 언급되며 최첨단 영화기술과 내적인 이야기를 높은 지점에서 조화시킨 걸작으로 꼽힌다.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시각효과·음악·촬영상을 수상했다. 원작은 얀 마텔의 동명소설이다. CGV 4DX 상영관에서 4월 중 재개봉이 예정돼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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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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