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웃사이더> 포스터.

영화 <아웃사이더> 포스터. ⓒ Linson Entertainment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 아사노 타다노부와 근래 연기파 배우로 떠오른 미국 출신 자레드 레토의 멋진 연기 앙상블을 감상할 수 있는 미국 영화가 지난 9일 넷플릭스를 통해 국내 공개됐다. 감독은 지난해 국내 개봉했던 영화 <랜드 오브 마인>으로 널리 알려진 마르틴 산블리트다.

영화 <아웃사이더>(The Outsider)는 1954년 일본 오사카를 배경으로, 한 야쿠자 조직의 일원이 된 전직 미국 군인 닉 로웰(자레드 레토 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닉이 야쿠자가 된 이유부터 시작해서 그가 시로마쓰파(派) 구성원으로서 자리 잡고 결국 이 조직의 흥망성쇠를 함께하기까지 과정이 기본 줄거리다.

영화는 여기에 닉을 야쿠자의 길로 이끈 기요시(아사노 타다노부 분)의 사연과 두 사람의 유대, 이방인으로서 닉이 조직 안팎에서 겪는 문화충격과 차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의 지배 아래 놓였던 패전국 일본의 당대 분위기, 야쿠자의 독특한 습속 등의 내용을 미국인의 시각으로 흥미롭게 버무려냈다.

오리엔탈리즘 묻어 있는 누아르 영화, 흥미롭지만

 영화 <아웃사이더> 스틸 이미지.

영화 <아웃사이더> 스틸 이미지. ⓒ Linson Entertainment


기본적으로 야쿠자가 중심소재인 이야기답게 이 작품은 전형적인 누아르 영화의 면모를 갖고 있다. 전반적인 서사와 이미지 모두 어둡고 무거우며, 시종일관 잔혹하고 폭력적인 장면이 이어진다. 또한 의리와 배신,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여성과의 연애와 사랑 등 남성 중심 서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클리셰가 넘친다. 그러니 관객의 평소 취향이나 신념에 따라 호불호가 확연히 갈릴 만한 영화로 봐도 무방하다.

<아웃사이더>가 묘사하는 야쿠자의 세계는 앞서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철저히 이방인의 시각에서 구현됐다. 영화에는 주인공 닉이 폭력 조직의 일원이 되어 체험하게 되는 하라키리(할복)와 단지(斷指), 문신, 입단식 등 일반적으로 야쿠자 문화를 대표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각종 의식들이 '오리엔탈리즘'의 접근 방식으로 줄줄이 등장한다. 이는 평소 야쿠자 관련 콘텐츠를 많이 접해보지 못한 이들에겐 분명히 새롭고 강렬한 체험이 될 만한 내용이지만, 대부분 전시 용도에 머무르다 보니 그런 것들과 관련해서 이 영화만의 독특한 해석이나 입장 등을 기대하는 건 곤란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중점을 두고 있는, 의리와 힘을 숭상하는 야쿠자의 정신세계에 관한 묘사는 상당히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이를테면 이 영화에 나오는 야쿠자는 강한 힘을 가진 존재를 향해 극진히 예우하는 태도를 중시한다. 그 존재가 원수 혹은 강력한 적수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물론 그 힘에 온전히 복속할 것인지, 아니면 대항할 것인지 여부는 별개 문제다. 하지만 그들의 세계는 일단 복속으로 관계를 설정했다면, 성심을 다해 의리를 지켜야 하는 곳이다. 따라서 배신자는 쏟아지는 비난과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복수의 손길을 오롯이 감수해야만 한다. 배신자가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힘으로 적을 굴복시키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이 영화가 일본의 외교 자세와 일맥상통하는 지점은

 영화 <아웃사이더> 스틸 이미지

영화 <아웃사이더> 스틸 이미지 ⓒ Linson Entertainment


<아웃사이더>가 묘사하는 이런 야쿠자의 세계관이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영화에 등장하는 그들의 의리와 힘에 대한 숭상 혹은 복속의 관계 등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속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그것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에는 군정이 끝난 직후 힘의 논리에 따라 일본을 수탈하는 미군과 야쿠자가 결탁하는 모습, 그리고 패자인 일본인을 비하하고 혐오하는 당대 미국인의 인종차별과 우월감을 반영한 장면 등이 공존한다. 이는 일본이 때때로 미국에게 외교에서 과도하게 저자세를 취하는 듯한 모습과 겹쳐진다.

즉 이 영화는 제작진의 의도 여부와 상관없이, 당대 일본과 미국의 권력 관계를 반영한 알레고리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일견 모순된 것처럼 보이는 일본의 미국 관련 태도들이 본 이야기를 통해 상당부분 이해가 되기도 한다.

바꾸어 말하면 이런 일본의 모습에서, 강한 힘을 가진 존재를 숭상하고 그에 온전히 복속하는 것을 결코 흉으로 생각하지 않는 야쿠자의 정신세계를 자연스럽게 연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야쿠자의 이런 면은 일본이 자랑하는 소위 사무라이 정신과도 상통하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해석에 관심이 있거나 야쿠자 이야기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사노 타다노부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특히 이 영화가 반가울 듯하다.

타다노부는 젊은 시절 오시마 나기사, 구로사와 기요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허우샤오시엔 등 주로 작가적인 성격이 짙은 감독들과 작업을 통해 많은 대표작을 남겼다. 중견배우가 된 최근에는 마블 유니버스에 기반한 <토르> 3부작에 출연하는 등 국제적인 프로젝트에 자주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아웃사이더>는 자레드 레토의 연기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주인공의 행보에 멘토로서 강한 영향을 미치는, 기요시라는 인물을 연기한 타다노부의 중후한 존재감에 큰 빚을 지고 있는 영화다. 다정하고 우직하면서도 주어진 소임을 위해서라면 냉혹한 폭력 사용도 마다하지 않는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의 걸작 중 하나인 <밝은 미래>가 떠오르기도 한다. 

아웃사이더 아사노 타다노부 야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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