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대비 효율이 좋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아이의 대학등록금, 부모들의 노후자금도 마련하지 못한 채로 무작정 쏟아 붓는 사교육비가 결국 아이들에게도 부모에게도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투자 대비 효율이 좋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아이의 대학등록금, 부모들의 노후자금도 마련하지 못한 채로 무작정 쏟아 붓는 사교육비가 결국 아이들에게도 부모에게도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 SBS


초등학교 시절, 공부를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수학 100점을 맞는 것은 쉬운 편이었고 다른 과목에서도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학원을 다닐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 시간에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 정말 좋았으니까.

그러던 중 테스트만 받아보자는 말에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갔던 학원에서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분명, 배웠던 내용들이지만 문제를 풀 수가 없었다. 최선을 다 했지만 점수는 52점이었다. 반 토막 점수를 받아 든 나는 창피함을 숨길 수 없었다. 내 수준은 딱 기본 정도라는 말이 원장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결국, 나는 학원을 다니기로 결심했고 바로 등록을 했다.

여기까지가 내가 학원을 다니게 된 계기다. 내 아이가 수준이 떨어진다는 말에, 남들에게 뒤처지고 있다는 말에 흔들리지 않을 부모도, 아이들도 흔치 않다. 지기 싫어서 조금 늦게라도 따라 해보게 된다. 내 이야기는 무려 2004년도의 이야기다. 사교육 열풍 지금은 어떨까?

점점 더 강해지는 사교육 열풍

지난해 9월 방송된 <SBS 스페셜> '사교육 딜레마 - 부모들의 확률게임, 사교육 가성비'를 통해 본 사교육 열풍은 14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심해진 듯했다. 예전엔 흔히 말하는 주요 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국영수)을 중심으로 사교육을 시켰지만, 지금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온갖 것들을 시킨다고 한다.

방송에 나온 8살 승재는 14개월에 글자를 배웠고, 36개월에는 한자를 외웠다. 수학은 기본이었고 바이올린에 피아노, 게다가 축구까지 섭렵했다. 승재의 1주일 시간표는 사교육으로 가득 차 있다. 승재는 힘들지만 중학교까지 다 하지 못하면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영화관 효과. 영화관에서 맨 앞자리의 사람이 일어나서 보게 되면 뒷사람들 역시 일어나서 보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주변에서 사교육을 시키기 때문에 내 아이도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을 시키는 상황에 어울리는 말이다. 여기에 합리적인 판단은 없다. 조금이라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아이를 방치하지 말라는 주변의 조언에 떠밀리듯 함께 사교육을 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사교육은 끝없이 늘어나게 된다. 수많은 교육 정책들이 개편되면서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매번 사교육은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아니, 더욱 다양해지고 강해졌다. 심지어 사교육을 시키기 위한 사교육도 있는 현실이 됐다.

사교육 정말 효과가 있을까

 방송에 나온 8살 승재는 14개월에 글자를 배웠고, 36개월에는 한자를 외웠다. 수학은 기본이었고 바이올린에 피아노, 게다가 축구까지 섭렵했다. 승재의 1주일 시간표는 사교육으로 가득 차 있다. 승재는 힘들지만 중학교까지 다 하지 못하면 때가 늦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방송에 나온 8살 승재는 14개월에 글자를 배웠고, 36개월에는 한자를 외웠다. 수학은 기본이었고 바이올린에 피아노, 게다가 축구까지 섭렵했다. 승재의 1주일 시간표는 사교육으로 가득 차 있다. 승재는 힘들지만 중학교까지 다 하지 못하면 때가 늦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 SBS


그렇다면 사교육은 정말 효과가 있을까?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14년 전 보통 수준이라는 말에 충격을 먹고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던 나는 그랬다. 학원에서도 정말 낮은 수준의 반에 들어가게 됐던 나는 학원 수업을 토대로 엄청나게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나와 수준이 맞지 않은 친구들과 같은 반이라는 사실이 싫었다. 그 결과로 곧 보게 된 시험에서 나는 67점을 맞을 수 있었다(학원은 매달 시험을 보게 했고 그 결과에 따라 반이 달라지게 됐다). 생각보다 낮은 점수에 충격을 먹었지만 시험 난이도가 높았기 때문에 단숨에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의 반에 들어가게 됐다.

그게 시작이었다. 학원의 맛을 본 나와 부모님은 학원을 끊을 수 없었다. 왜 중학교 수학을 초등학교 때 배우고 고등학교 수학을 중학교 1학년부터 배우는지 알 수 없었지만 선행학습이 좋다는 말에 무작정 믿고 열심히 했다. 실제로 배운 것들을 학교에서 다시 배우고 시험을 보자 편하기도 했다. 학교에서 새로운 것을 배워나간다는 흥미는 잃어버리긴 했지만.

다른 부모들도 마찬가지일 터다. 사교육을 시킨 뒤 눈으로 효과를 확인하게 되고, 그것에 재미를 붙여 더 시키게 되는 것이다. 방송에 출연한 헌이의 부모도 마찬가지였다.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부모는 처음에는 일을 병행하면서 헌이를 교육했지만 더 집중하기 위해서 일도 그만두고 매진하기 시작했다. 헌이 또한 이에 보답하듯 상장과 성적으로 효과를 보여줬다. 이제 헌이의 어머니는 매니저처럼 곁에서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사교육, 정답은 무엇인가

사교육이 몰입하는 사람들, 이를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서울대 조영태 교수는 지금의 사교육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수는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고 대학의 공급과 수요의 역전이 일어나서 대학입시가 쉬워지고 사교육의 필요성은 낮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그는 인구변화로 인해서 그동안 성공공식이라고 일컬어지던 것들이 더 이상 성공공식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복잡다단해지는 사회에서 새로운 공식을 찾아내야한다는 것이다.

투자 대비 효율이 좋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아이의 대학등록금, 부모들의 노후자금도 마련하지 못한 채로 무작정 사교육비를 쏟아붓는 것은 결국 아이들에게도 부모에게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무작정 사교육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해 봐야하지 않을까? 한 마디를 덧붙이자면, 다큐멘터리에서 다루지는 않았지만 사교육이 정말로 아이들의 원하는 진로를 고민해주지는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부모의 주도로 뛰어들게 된 사교육. 누군가가 도움을 주고 이끌어주는 것은 분명 편하고 빠를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사교육에 의존할 수는 없다. 혼자서 자신의 삶을 이끌어야 하는 시기가 왔을 때, 사교육으로 단련된 아이들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사교육의 힘으로 학창시절에 열심히 달릴 수 있었던 내가 대학에 와서 '멘붕'(어쩔 줄 모르는 상황을 말한다)에 빠져 긴 방황의 시기를 겪었고 지금도 겪는 것처럼, 더욱 중요한 시기에 오히려 무너져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교육의 가성비를 따지는 이 다큐멘터리에 한 마디를 덧붙이며 추천하고 싶다. 그래서 정말 아이들이 원하는 건 무엇이냐고.

덧붙이는 글 <다큐발굴단>을 통해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찾아서 보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재밌는 다큐들, 이야깃거리가 많은 다큐들을 찾아보고 더욱 사람들이 많이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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