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얼의 솔로 정규 2집 Sound Doctrine

나얼의 솔로 정규 2집 Sound Doctrineⓒ Long Play Music


이른바 흑인 음악, R&B를 추구하는 음악인들은 무척 많다. 그런데 나얼처럼 1970년대 미국 음악계에서 한 획을 그은, 이른바 필라델피아 사운드(Philadelphia Sound) 혹은 필리 소울의 영향력 하에 놓인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기자 말 : 1970년대 대표적인 작곡 콤비 케네스 갬블 + 레온 허프는 필라델피아 인터내셔널 레코드를 만들고 쓰리 디그리즈, 빌리 폴, 오제이스, 해롤드 멜빈 앤 블루 노츠, MFSB 등 배출하며 모타운만이 흑인 음악의 전부가 아님을 몸소 작품으로 증명해 보인 이들이었다. 당시 이들의 음악을 흔히 필라델피아 사운드로 부르곤 했다)

나얼의 솔로 정규 2집 < Sound Doctrine >은 전작 < Principle Of My Soul >(2012년)에 이어 필라델피아 사운드를 중심으로 1970년대식 소울 음악이 큰 비중을 차지한 복고 지향의 작품이다.

선공개 싱글로 발표되었던 리메이크 곡 'Gloria', 펑키 리듬으로 경쾌함을 더한 'Baby Funk'를 통해 음악적인 배경을 잠시 1980년대로 살짝 끌어올리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음반의 시간은 1970년대로 기준을 맞췄다.

중간 템포의 R&B 곡 '널 부르는 밤'은 머리 곡으로 선택하기엔 다소 모험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요즘 국내 음악계의 흐름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나얼 본인이 평소 하고 싶었던 형식의 음악으로 꾸몄다. 프로그래밍 사운드가 아닌, 전문 세션맨들이 모든 것을 담당한 "리얼" 연주로 세밀함을 담으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이러한 나얼의 고집은 첫곡 'Soul Walk'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과거 커티스 메이필드, 아이작 헤이스 등이 만들었던  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xploitation : 1970년 전후에 나타났던 흑인 영웅이 등장하는, 흑인 관객들을 위한 B급 액션 영화) 사운드트랙의 분위기를 물씬 뿜어낸다.

최근엔 잘 접하기 어려운 와와(Wah Wah) 이펙터 효과를 건 리듬 기타와 전자 오르간의 출렁이는 연주를 중심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구성의 이 연주곡 하나만으로 < Sound Doctrine >의 방향성은 더욱 확실해진다.

느린 템포의 나른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Spring Song', 신나는 펑크곡 'Stand Up' 등 각기 다른 속도감의 음악 역시 이러한 기조를 충실히 이어나간다.

나머지 40%를 채운 데이빗 포스터 풍의 팝 사운드

 28일 정규 2집 Sound Doctrine 을 발표한 나얼

28일 정규 2집 Sound Doctrine 을 발표한 나얼ⓒ Long Play Music


반면 음반 수록곡 중  '기억의 빈자리'를 비롯한 40% 비중의 4곡은 다소 성격을 달리 가져간다.

업템포 비트의 건반 연주로 상큼한 맛을 살려주는 'Heaven',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Blue Wing' , 그리고 7분여의 긴 시간을 자랑하는 'Comforter' 등은 흑인 소울 음악의 요소가 대부분 제거된 소프트 팝의 분위기로 꾸며졌기 때문이다.

R&B 성향의 작품을 나얼과 전홍준이 대부분의 편곡을 맡은데 반해 역시 오랜기간 나얼과 브라운아이드소울 음악에 힘을 더해준 건반 연주자 강화성은 1980~90년대 풍의 소프트 팝 혹은 팝 발라드에 최적화된 편곡으로 장르적 균형감을 맞춰준다.

2015년 큰 인기를 누렸던 싱글 '같은 시간 속의 너'를 비롯해서 이번 음반의 선공개곡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기억의 빈자리'만 하더라도 강화성의 편곡이 나얼의 작곡 못잖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

1980년대 웬만한 팝 발라드에선 빠짐없이 쓰였던 전설적인 신시사이저 장비 야마하 DX7을 기반에 둔 영롱한 선율의 일렉트릭 피아노 연주와 곡 후반부의 솔로 애드리브는 명 프로듀서 데이빗 포스터 및 그룹 시카고 음악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운다.

이번 신보 작업에 시카고의 기타리스트 겸 키보디스트로 활동했던 명 연주인 빌 챔플린이 참여한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닌 듯 싶다.

고집스러울 만큼의 복고 지향...더욱 깊어진 소리

 28일 정규 2집 Sound Doctrine 을 발표한 나얼

28일 정규 2집 Sound Doctrine 을 발표한 나얼ⓒ Long Play Music


흔히 나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는 말이 하나 있다. 이른바 '고음 끝판왕'.

신기에 가까울 만큼 자유분방한 놀림으로 구사하는 목소리는 나얼이라는 음악인을 설명하는 특징이 되었다.  특히 < 나는 가수다 > < 복면가왕 > 등의 음악 예능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시청자들이 자주 그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 역시 이러한 가창력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창력에만 시선이 집중돼 실력파 연주인들을 초빙하고 세밀한 음악을 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나얼의 모습이 대중들에게 간과돼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단순히 가창력+자신의 목소리만을 돋보이기 위한 수단뿐 아니라 곡을 구성하는 다양한 악기의 소리에도 심혈을 기울여왔다.

집요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과거 지향적인 그의 음악에 대해 일부 비평가들은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이런 고집이 없다면 그건 나얼의 음악이 아닐 것이다.  

분명 새로움보단 익숙함이 먼저 다가오는 작품이지만 10곡 + 50여분 이상의 수록시간 (CD용 히든 트랙 제외)이 말해주듯 < Sound Doctrine >는 낱개의 싱글이나 미니 음반 위주 제작에 치우친 요즘 가요계의 흐름마저도 역행해버린다.

수년에 한 번 이뤄지는 음반 발표 + 공연 무대에 대한 '옹고집'만큼이나 그가 만드는 작업물은 이제 깊이를 더해간다.  이런게 바로 나얼 음악의 매력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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