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죄 논란으로 미투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곽도원 측에서 연희단 후배들 4명으로부터 금품 요구와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일부에선 미투운동이 변질되었다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곽도원 측은 미투운동의 취지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바이기 때문에 미투운동의 본질이 훼손되는 일을 막기 위해 협박 사실을 알리고 꽃뱀들에게 경각심을 갖게 하려고 공론화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사 내용의 진위여부를 떠나 이 사건으로 미투운동에 나선 다른 피해자들까지 의심받는 처참한 일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또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미투운동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염려된다. 이런 복잡한 생각을 안고 곽도원의 소속사 대표가 올린 글 전문을 읽어봤다. 과거 성폭력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한 경험이 이번 일을 처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내용과 함께 이런 말이 있었다.  

"저를 지치게 만든 건 업무량이 아닌 피해자가 아닌 피해자들이었습니다. 목소리, 말투만 들어도 이건 소위 꽃뱀이구나. 알아맞힐 수 있을 정도로 촉이 생기더군요. 안타깝게도... 촉이 왔습니다."

곽도원 소속사 대표는 본인의 전문성을 내세우려 변호사 시절의 일화를 썼지만 위 대목에서 갸우뚱했다. 과거 피해자들의 변호를 맡았었을 변호사가 그들을 '꽃뱀'이라고 지칭하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갔다. 또 말투와 목소리만으로 꽃뱀 취급 당했을 당시 피해자들을 생각하니 씁쓸함과 함께 화가 났다.

피해자는 어떤 목소리와 말투를 해야하는 걸까? 도대체 임사라 대표가 말한 '꽃뱀의 목소리'라는 건 어떤 것일까? 성폭력 피해자를 '피해자다움'이라는 고정관념으로 바라보지 않는 자세가 중요한 시대에 말투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한다니....

꽃뱀론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나도 고발한다, 미투

나도 고발한다, 미투 ⓒ wiki commons


최근 미투(Me Tooㆍ나도 고발한다) 운동을 비판하며 성폭력 무고가 전체 무고의 40%에 달하니 무고죄 형량을 강화해달라는 청원이 있었다. 미투 운동을 꽃뱀론으로 몰아가며 폄하하는 목소리가 계속돼 정말 그렇게나 많은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그런데 해당 주장의 근거가 된 수치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성폭력 무고 범죄 건수는 애초에 알 수 없었다. 통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법무부·검찰은 성폭력 무고 관련 통계를 따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통계로 확인할 수 있는 수치는 다른 성폭력 이외 범죄까지 포함한 무고 사건 발생 건수뿐이다. '무고죄 40%' 주장은 허위사실이라는 말이다.

2016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을 당하고 경찰에 신고한 비율은 겨우 1.9%에 불과하다. 게다가 2016년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강간·추행·성매매알선 등을 포함한 성범죄 건수는 총 1만 5561건으로, 이들 중 1심 무죄 판결은 총 327건, 약 2%다.

통계는 오히려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남성들이 적지 않음을 알려준다. 증인과 증거 확보가 어려워 신고하는 피해자가 겨우 1.9%라니, 가해했지만 처벌받지 않는 98.1%의 남성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안타깝게도 현재 무고죄와 꽃뱀론에 대한 우려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들어 역고소는 가해자의 무죄 주장을 위한 쉬운 선택지가 되었고, 성폭력 피해자들을 침묵하게 해왔다. 대다수의 피해자들에게 무고죄, 명예훼손죄는 충분히 위협적이다. 무고죄 형량을 더 이상 강화하지 않아도 이미 많은 여성들이 역고소로 피해를 받을까 두려워하며 신고조차 못하며 산다.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 그것이 문제다

우리 사회를 좀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성장시키려면, 무고죄 강화 등을 논의하기보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과 더불어 2차 가해에 대한 처벌 논의를 더 활발히 이어가야 한다고 본다. 미투가 열어준 새로운 시대에는 피해자 중심의 사고를 해야 한다.

곽도원 사건을 바라보며 '미투는 사기'라는 말로 미투운동을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윤택 고소인들과 다른 성폭력 피해자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위축되지 않기를 바란다.

더불어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피해자들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피해자다움'이라는 고정관념과 편견의 인식으로 피해자들을 억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피해자다운 말투, 피해자다운 목소리, 피해자다운 대응은 없다. 자신들만의 기준을 만들고 그에 맞지 않으면 비난하는 일은 멈춰야 한다. 또 오랜 시간 동안 괴로움을 안고 살아가다가 용기를 내 '미투'에 동참한 이들이 그에 상응하는 사과를 받을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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