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라기. 사춘기, 갱년기를 겪는 것처럼 며느리가 되면서 시댁 식구에게 예쁨 받고 싶어 하는 시기를 말한다.

며느라기. 사춘기, 갱년기를 겪는 것처럼 며느리가 되면서 시댁 식구에게 예쁨 받고 싶어 하는 시기를 말한다. ⓒ SBS


며느라기. 사춘기, 갱년기를 겪는 것처럼 며느리가 되면서 시댁 식구에게 예쁨 받고 싶어 하는 시기를 말한다. 이는 한 웹툰의 제목이다. 결혼한 사람의 시댁과의 일상을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만화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결혼도 해보지 않은 남자인 나도 챙겨보게 만들만큼.

지난 4일 방송된 SBS 교양 프로그램 < SBS 스페셜> '며느라기, 화목하고 불편한 가족 이야기' 편은 실제 며느리들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담아냈다. 2018년 대한민국의 며느리들이 현재 어떻게 살고 있을지 살펴보자.

며느라기들의 일상

화목하기로 유명한 박가네. 예라씨는 래형씨와 결혼하면서 집안의 일원이 됐다. 며느리도 처음이고 큰 가족모임도 처음인 그녀는 모든 것이 낯설다. 1박 2일로 방문한 시댁, 풍경을 자세히 바라보니 이상한 점이 눈에 띈다. 두 손을 잡고 손님으로서 방문했던 두 사람이었지만 문턱을 넘으니 위치가 달라진다. 래형씨는 아버지와 함께 앉아서 음식을 기다리고 예라씨는 부엌으로 들어가 계속 일을 하고 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손님이었는데 어느새 일꾼이 됐다.

물론 누군가가 강요하지는 않았다. 시어머니, 시아버지에게 사랑 받고 싶은 예라씨의 자발적인 행동이었다. 친부모님에게도 해보지 않았던 행동이라 어색하지만 화목하게 지내고 싶기에 그는 노력했다. 남편인 래형씨는 괜스레 눈치를 보게 된다. 함부로 나섰다가는 괜히 안 좋은 말만 예라씨에게 날아갈 것 같아서다. 그렇게 시작된 식사자리, 시어머니의 시집살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어쩐지 예라씨에게만 불편한 이야기가 계속 된다.

한 명의 새댁이 또 있다. 바로 필라테스 강사로 일하고 있는 슬기씨다. 일할 때는 베테랑인 그녀도 부엌에서는 초보자다. 된장찌개 하나를 끓이는 데도 엄청 긴장한다. 그녀가 열심히 준비한 오늘은 바로 그녀의 생일날이다. 양가 부모님들과 함께 하는 자리, 얼핏 걱정없이 즐거워 보이지만 그녀의 눈에는 다른 것들이 보인다.

밝고 적극적이던 그녀의 부모님들이 수동적이고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잘 키운 딸이 분명하건만 왠지 딸 가진 부모는 아들 가진 부모 앞에서 작아지게 된다. 시댁 어른들에게 밉보이지는 않을까 걱정이고 성별은 상관없지만 아들이면 좋겠다는 시아버지의 말에 식은땀만 흐른다.

화목하지만 불편한 기류

 다들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대화를 돌아보며 자신에게 가부장적인 모습을 발견했다고 말하기도 하고, 자신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결혼은 둘이 하는 것인데 한 쪽만 의무감을 가지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 정상일리 없다.

다들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대화를 돌아보며 자신에게 가부장적인 모습을 발견했다고 말하기도 하고, 자신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결혼은 둘이 하는 것인데 한 쪽만 의무감을 가지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 정상일리 없다. ⓒ SBS


분명 겉으로는 화목하게 보이는데 알 수 없는 불편한 기류가 자꾸 흐른다. 그것도 유독 며느리들의 얼굴에. 혼수도 똑같이 나누어서 했고 맞벌이에 부족할 것도 없는데 왜 며느리만 자꾸 불편해질까. 결혼으로 생기는 상대 가족에 대한 의무감은 어째서 며느리들의 전유물이 된 것일까.

세습. 좋은 것만 물려받으면 좋을 테지만 이상하게도 안 좋은 것들은 더욱 잘 물려받게 되는 것 같다. 명절만 되면 자연스레 남자들은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고 여자들은 좁은 부엌에 모여 바쁘게 일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아버지에서 아들로, 아들에서 손자로. 그렇게 알게 모르게 몸에 익히다 보니 습관처럼 명절 준비는 여자 몫이고 남자들의 역할은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된다. 그러니 결혼을 했다고 해서, 부인이 힘들게 일하는 것이 못마땅하다고 해도 적극적으로 고치려고 움직이지 않는다.

방송에 출연한 래형씨는 그래도 바람직한 편이었다. 일하는 예라씨를 보며 불편해하던 그는 명절에 함께 음식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앞치마를 두르고 열심히 전을 부치는 그의 모습에 다들 획기적이라고 감탄한다. 예라씨는 불편함을 조금 벗어날 수 있었을까?

결과는 아니었다. 어른들이 모이자 어느새 집안의 풍경은 이전으로 돌아갔다. 남자들은 TV 앞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기 바빴고 좁은 부엌에는 여자들이 모여 힘들게 일을 하고 있었다. 식사를 하는 풍경은 더했다. 남자들이 먼저, 그리고 아이들이 먹었다. 여자들은 먹지 못하거나 자리에 서서 급하게 먹기 바쁘다. 준비한 건 여자들인데, 어째선지 먹을 수가 없다.

다들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대화를 돌아보며 자신에게 가부장적인 모습을 발견했다고 말하기도 하고, 자신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결혼은 둘이 하는 것인데 한 쪽만 의무감을 가지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 정상일 리 없다.

언제쯤 '며느라기'라는 말이 사라질 수 있을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자들이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명절에 앞치마를 멘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사위로서 자신이 의무를 부여받지 않고 있는 것처럼 며느리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인식하게 하는 것.

새로운 일꾼이 들어온 것이 아니라 함께 가족이 되어가야 할 소중한 구성원이 늘었다는 것을 알리는 식으로 말이다. 덧붙이자면 결혼하기 전부터 적극적으로 집안일을 모두가 함께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며느리였던 시어머니도, 앉는 걸 좋아하던 시아버지도 변화에 동참하는 것이 더욱 쉽지는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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