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입니다. 따끈따끈한 신곡을 알려드립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말]
10대들이 가장 무서울 때는 욕할 때도, 센 척할 때도 아니다. 어른들이 낑낑대며 힘들게 하는 걸 아무렇지 않게 힘 빼고 해내버릴 때다. 지난 16일 방영한 Mnet <고등래퍼2> 팀 대항전에서 배연서와 오담률이 함께 선보인 '북'(Prod. SLO)은 그야말로 무서운 무대였다.

10대들이 보여준 우리소리의 새 멋

고등래퍼2 Mnet <고등래퍼2>의 팀 대항전에서 배연서와 오담률 팀은 우리 전통악기인 북의 매력을 담은 노래 '북'(Prod. SLO)을 선보여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 고등래퍼2Mnet <고등래퍼2>의 팀 대항전에서 배연서와 오담률 팀은 우리 전통악기인 북의 매력을 담은 노래 '북'(Prod. SLO)을 선보여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Mnet 방송 캡쳐


음악계 일각에선 꽤 오래 전부터 '국악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배연서와 오담률이 가사를 쓴 '북'(영문제목 'Asian Drum') 역시 국악 세계화의 의미 있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아주 세련된 방식의 결과물. 이 곡이 발표되고 지금까지 온라인 음악차트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걸 보면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켰음을 알 수 있다.

두 사람이 직접 쓴 '북'의 가사는 내용과 형식면에서 매우 독창적이다. 가사는 북과 북의 소리의 매력을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어른들이 국악의 멋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데 많은 시간을 기울인다면, 이 두 10대는 국악의 맛과 멋이 밴 랩으로써 '보여주기'한 것이다.

"Asian drum ya/ They call it 북 ya/ We hit the 북 sounds like 쿵"

이렇게 시작하는 랩은 북, 쿵 하고 쌍을 이루는 한 글자가 주거니 받거니 리듬을 만들며 재미있는 의성어처럼 표현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는 부분이 곳곳에 등장한다.

"생에 흔치 않은 호흡/ We got a lot of swag/ 이건 멋이고/ 차분한 시에 랩 때려 박는 Unbalance/ 이건 무엇일고?/ Grrrr Kack-Kack 대신 둥둥/ 울린 소리 Check it bae/ Chilla 자네 소리하게/ B Bastard 나 북을 치지 Man"

'Grrrr Kack-Kack 대신 둥둥' 하는 부분이 빚어내는 개성 있는 스웨그에 <고등래퍼2> 스튜디오에 모인 10대 관객들과 경쟁자들, 멘토들은 환호를 질렀다. 서술적인 랩가사로 일관하는 대신 이렇게 노래 중간중간 북이 만들어 내는 소리 그 자체를 의성어 형식으로 표현한 게 무척 인상 깊다. 재기발랄하고 거침없는 자기들만의 가사와 장단이다.

"총 대신 화살 장전/ Pew Pew Pew Pew/ 진양조 중모리 ya/ 중중모리 엇모리 ah/ 자진모리하지 휘모리까지/ 이 놀음판도 Get that 차지"

김영랑의 시 '북'에서 영감 얻어

고등래퍼2 Mnet <고등래퍼2> 참가자 배연서가 국립국악원에서 북을 치고 있다.

▲ 고등래퍼2Mnet <고등래퍼2> 참가자 배연서가 국립국악원에서 북을 치고 있다.ⓒ Mnet 방송 캡쳐


'북'이란 노래가 탄생한 배경도 방송을 통해 보여졌다. <고등래퍼2> 제작진은 팀을 구성한 참가자들에게 교과서 안에서 곡의 주제를 찾고 영감도 얻으라는 미션을 던졌고, 이에 배연서-오담률 팀은 문학 교과서를 뒤적이다가 김영랑 시인의 '북'이란 시에 흥미를 느낀 것.

북과 소리의 조화를 삶에 빗대어 표현한 김영랑의 시는 다음처럼 시작한다.

"자네 소리 하게 내 북을 잡지/ 진양조 중머리 중중머리/ 엇머리 자진머리 휘몰아보아/ 이렇게 숨결이 꼭 맞어사만 이룬 일이란/ 인생에 흔치 않어 어려운 일 시원한 일/ 소리를 떠나서야 북은 오직 가죽일 뿐/ 헛 때리면 만갑이도 숨을 고쳐 쉴밖에" (김영랑, '북')

김영랑 시인의 작품 역시 음악적 운율이 살아있다. 사물놀이를 배운 적 있다는 배연서는 국립국악원에 가서 오랜만에 북도 쳐보고, 김영랑 시인의 위트 있는 운율감의 시를 접하며 충분히 영감을 얻은 듯했다. "20분 만에 가사를 썼다"는 그의 말로 추측할 수 있었다.

"북도 없이 너흰 소릴 뱉어/ Woo ah/ 마치 드럼 빠진 비트 위 래퍼/ Woo ah/ 우린 한국스러움의 멋을 대표/ Woo ah/ 세련된 촌스러움/ 이거지 됐어/ Ya 달라 억지 같은 멋은 버리고/ 새 멋을 땡겨"

이들이 쓴 가사처럼 '새로운 멋', '한국스러운 멋'을 두 사람은 10대의 자유분방한 스타일로 표현해냈다. 물론 이들이 한 건 랩이니, 이 노래 자체가 국악을 접목한 곡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북' 가사에서 느껴지는 한국적인 흥과 멋은 국악의 '신명'을 맛깔나게 담아냈다고 말할 수 있다.

<고등래퍼>가 전과 달라진 듯하다. 지난 시즌1에선 참가 학생들의 과거 사생활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지만, 이번 시즌2가 주는 충격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배연서-오담률 팀 뿐 아니라 김하온-박준호 팀의 '어린왕자' 등 창의성과 깊이 있는 생각들이 담긴 노래들은 시청자에게 즐거운 충격을 주고 있다. 요즘 10대들의 실력이 무섭단 걸 <고등래퍼2>를 보며 깨닫는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