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150만원인데 매달 58만원을 대출금 상환에 써야 했던 것이다. 위기를 느낀 김순하씨는 열심히 아끼기 시작했고 이제는 빚도 갚고 집까지 마련하게 됐다.

월급은 150만원인데 매달 58만원을 대출금 상환에 써야 했던 것이다. 위기를 느낀 김순하씨는 열심히 아끼기 시작했고 이제는 빚도 갚고 집까지 마련하게 됐다. ⓒ SBS


'시발 비용'. 스트레스를 받아 지출하게 된 비용을 뜻하는 온라인 신조어다. 결국 스트레스가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이라는 말이다. 전공 수업 과제로 인해서 스트레스가 많아지고 이를 풀기 위해서 평소 필요하지 않았던 물품을 구매하는 등으로 예를 들 수 있다. 이 신조어가 생겨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사람들이 그만큼 '시발 비용'을 많이 지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과제가 많아서 스트레스가 많다는 이유로 귀여운 메신저 이모티콘을 구매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풀겠다며 매운 종류의 야식을 막 시켜먹기도 했다. 그렇게 월급은 매번 지갑을 스쳐지나갔고 돈은 어디에 썼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남는 것은 후회뿐. 내가 써버린 돈들은 다 어디 간 것일까.

지난 25일 방송된 SBS 교양 프로그램 <SBS 스페셜> '돈, 왜 쓰나요?' 편에서는 돈에 대해 다룬다. 월급이 지갑을 자꾸만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돈을 모아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주의 깊게 봐도 좋을 내용이다. 주로 돈을 잘 아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짠돌이 위에 더한 짠순이

선·후배 가리지 않고 더치페이를 외치는 남자. 46세의 강현식씨다. 돈을 안 쓰기로 유명한 짠돌이인 그는 더한 짠순이인 김순하씨와 살고 있다. 이 집에서는 화장실 물도 함부로 내리는 법이 없다. 빨래 헹군 물, 씻고 헹군 물을 받아 변기 물로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 밤에도 불을 켜는 일이 거의 없다. 아이들 방에 설치되어 있는 난방텐트까지. 집안 곳곳에 돈을 아끼기 위한 모습들이 보인다.

이렇게 아끼게 된 이유가 있을까? 계기는 강현식씨가 신혼집을 마련하다가 생긴 빚 때문이었다. 월급은 150만 원인데 매달 58만 원을 대출금 상환에 써야 했던 것이다. 위기를 느낀 김순하씨는 열심히 아끼기 시작했고 이제는 빚도 갚고 집까지 마련하게 됐다.

외식을 나가 전골에 들어있는 고추까지 챙겨 집으로 가져오는 부부. 아이들도 용돈을 모아 장난감을 사기보다는 은행에 저축을 하는 집.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돈을 모으려고 결심을 했다가도 텅텅 비어버린 지갑을 마주하는 나와는 매우 다른 모습이었다. 의아하기도 했다. 저 정도까지 아껴야 할까. 지금 써서 행복을 느낀다면 좋은 것 아닌가 하면서. 그런 나에게 던지는 것 같은 그녀의 한 마디는 따끔하다.

"왜 미래를 안 보고 살까? 나는 미래가 항상 계획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한심한 거죠."

확실히 계획 없는 소비는 필요보다 많은 지출을 하게 만든다. 또한 남들처럼 살기 위해서 과하게 소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20대라면 아끼기보다는 이것, 저것 경험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정말 지금의 소비가 과하다고 할 수 있을까?

잘 아끼는 방법이란 이런 것

 그녀의 집 곳곳에서 짠순이의 흔적이 보인다.

 

짝이 맞지 않은 고무장갑을 뒤집어서 사용을 하거나, 양말을 3번 이상 꿰매 신는 등 말이다.

그녀의 집 곳곳에서 짠순이의 흔적이 보인다. 짝이 맞지 않은 고무장갑을 뒤집어서 사용을 하거나, 양말을 3번 이상 꿰매 신는 등 말이다. ⓒ SBS


강현식, 김순하 부부의 이야기는 나에게 많이 와닿지 않았지만, 비슷한 또래의 이야기는 인상이 깊었다. 바로 33세의 강단비씨다. 서울 시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그녀는 불과 4년 반 만에 1억 원의 돈을 모았다.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며 물, 과일 등 필요한 것들을 사오도록 하고 후배 집에 놀러가서 여러 가지를 얻어오는 그녀의 모습 곳곳에서 짠순이의 흔적이 보인다.

짝이 맞지 않은 고무장갑을 뒤집어서 사용을 하거나, 양말을 3번 이상 꿰매 신는 등 말이다. 그녀도 처음부터 잘 아꼈던 것은 아니었다. 일주일 만에 1백만 원을 쓴 적도 있었다. 돌아오는 것은 만족감이 아닌 후회였다. 21살에게 1백만 원은 굉장히 큰 돈이었지만 어떻게 쓴 것인지, 무엇을 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필요가 아닌 힘들어서 충동적으로 사용했던 비용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를 계기로 그녀는 아끼기 시작했다. 그 결과 1억 원의 돈을 모으고 아파트까지 구해 살고 있으니 대단하다.

그녀는 좋은 팁을 하나 알려준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는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 살 때 최고의 물품을 사야한다는 것이다. 한 달의 시간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 구매했다는 청소기를 그녀는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한 가지, 원하는 물건이 너무 비싸다면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언젠가는 가격이 떨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참 쉽지는 않아 보인다. 사고 싶은 것을 사지 않고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도, 버텨가면서 사야하는 물품을 고르고 또 고르는 것도. 며칠 전 피부에도 좋고 미백에도 좋다는 남성용 화장품을 구매하고 한번 사용한 뒤에 모셔두고 있는 나랑은 대조적이다 싶었다. 도대체 어떻게 아끼는 것일까.

방송에서 소개되는 실험에 따르면 소비를 자극하는 신경회로가 뇌에 있다고 하니, 그 부분이 과하게 발달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마냥 포기하게 되지는 않았다. 방송에서 소개되는 짠돌이 집단과 짠돌이가 아닌 집단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차이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소비의 편리함보다는 불편함을 선택하는 것, 충동적인 소비보다는 계획적인 소비를 중시한다는 것. 필요한 것만 보고 구매한다는 것이었다. 필요한 것을 계획적으로, 당연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이었다.

'시발 비용'이라는 말이 당연하게 사용될 만큼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다. 여러 꼰대들의 잔소리, 어려운 취업, 삭막한 경쟁체제 등 어쩌면 시발 비용이라도 지출하는 것이 건강에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언젠가 건강한 소비를 하고 싶다면 이 다큐멘터리를 추천하고 싶다. 당연하지만 어려운 것들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다큐 소비 짠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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