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람 바람 바람> 관련 사진.

영화 <바람 바람 바람> 포스터. ⓒ NEW


'롤러코스터 디자이너'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석근(이성민)은 매사 유쾌하면서도 욕망에 충실하다. 20년 넘게 사랑을 키워 온 아내(장영남)가 있음에도 수차례 다른 여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다. 일반적으로 질타받아 마땅한 그는 "한 번도 먼저 작업을 걸지 않았다. 여자들이 먼저 달려들었다"는 핑계를 대며 자신의 '완전 범죄'를 자랑스러워하기까지 한다.

석근의 동생 미영(송지효)와 부부 사이인 봉수(신하균)는 그런 모습을 비난하면서도 동경한다. 그 와중에 낯선 여인 제니(이엘)와 관계를 맺게 된다. 영화 <바람 바람 바람> 속 주요 캐릭터가 처한 상황이다.

코미디로 그려낸 현실 부부 관계

내용으로만 보면 결코 코미디 장르와 결합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바람 바람 바람>은 과감한 선택을 했다. 불륜을 소재로 한 상업영화라는 점에서 대중들의 거부감을 우선 상쇄시키는 게 큰 과제로 보인다. 영화는 배우들의 대사와 연기로 소재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시키는 데 주력한다.

체코 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을 원작으로 했다. 유럽 문화와 다른 한국에서 이 소재를 어떻게 다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이 '남자들이 원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외피만 놓고 보면 남성적 시각이 강하게 담긴 작품으로 예상할 수 있다.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고, 아내 바라기였던 매제까지 그 길로 끌어들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과정에 관해선 분명 관객들이 불편해할 여지는 있다. 연출을 맡은 이병헌 감독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대사나 연기의 작은 차이로도 뉘앙스가 크게 달라져서 세심하게 다가가는 게 중요했다"는 연출의 변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

 영화 <바람 바람 바람> 관련 사진.

영화 <바람 바람 바람> 관련 사진. ⓒ NEW


단순히 바람 자체를 희화화 내지 합리화 하고 끝냈다면 비판받아 마땅하겠지만 영화는 부부 관계를 맺고 있는 보통의 사람들 속에 자리 잡고 있을 법한 미묘한 갈등에 주목했다. 사랑이 식어 정으로 산다는 부부들, 죽지 못해 산다는 현실 부부들의 하소연이 영화 속 캐릭터들에 적극 반영돼 있다. 어쩌면 영화 곳곳에 흐르는 코믹한 설정은 그저 양념일 뿐일지도 모른다.

다분히 남성적 시각이 강하지만 석근의 아내와 미영 역시 그에 못지않게 욕망에 충실했다는 점을 영화는 짚는다. 이를 두고도 충분히 논쟁의 여지는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함무라비 법전 속 탈리오 법칙을 권장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극 중 제니 역의 이엘이 촬영 내내 품고 있었다는 이 질문을 생각해 보는 게 생산적일 것이다. 이엘은 이 작품을 하면서 "오래전부터 품은 질문이긴 하지만 내가 과연 다시 사랑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갖고 연기에 임했다고 말한 바 있다.   

정리하면 <바람 바람 바람>은 현실 부부들이 품고 있을 법할 고민을 담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지극히 판타지 같은 영화다. 가볍게 웃고 즐기기에 나쁘지 않지만, 영화 속 캐릭터들을 묘사한 방식과 이야기 전개에 있어선 여러 논쟁거리가 있기도 하다.

 영화 <바람 바람 바람> 관련 사진.

영화 <바람 바람 바람> 관련 사진. ⓒ NEW



 영화 <바람 바람 바람> 관련 사진.

ⓒ NEW



한 줄 평: 결코 가볍거나 웃기지만은 않다 
평점 : ★★★☆(3.5/5)

영화 <바람 바람 바람> 관련 정보

연출 : 이병헌
출연 : 이성민, 신하균, 송지효, 이엘, 장영남, 고준
제공 및 배급 : NEW
제작 : 하이브 미디어코프
크랭크인 : 2017년 3월 13일
크랭크업 : 2017년 4월 5일
러닝타임 : 100분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 불가
개봉 : 2018년 4월 5일 



바람 바람 바람 이성민 신하균 송지효 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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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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