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나 그렇듯이 우리나라도 '흉가'의 전설이 회자한다. 그중에서 영덕의 장사횟집, 강화도의 황금목장, 제천의 늘봄갈비는 국내 3대 흉가로 불린다. 곤지암 정신병원 역시 흉가를 언급할 적에 빠지면 섭섭하다.

곤지암 정신병원의 정식 명칭은 '남양 신경정신병원'이다. 처음엔 근처 주민들과 공포 체험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원장이 자살했다", "환자들이 죽었다", "귀신이 나온다" 같은 괴기스런 소문이 떠돌았다. 물론, 구전과 인터넷으로 전해지던 소문은 모두 근거 없는 낭설로 확인됐다.

<곤지암> 영화의 한 장면

▲ <곤지암> 영화의 한 장면 ⓒ 하이브미디어코프,(주)쇼박스


곤지암 정신병원은 2012년 CNN에서 '세계 7대 괴기 장소'로 선정되며 전국적인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했다. 미디어와 인터넷은 도시 전설의 환상을 잔뜩 부풀렸다. 이젠 소문이 사실을 덮어버린 상황이다.

영화 <곤지암>은 곤지암 정신병원을 둘러싼 괴담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정범식 감독은 "현실과 영화는 분명 구분이 되는데, 실제 장소를 소재로 가상의 영화를 찍는다면 새로운 형식의 흥미로운 공포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한다.

'생방송 장르' '체험 공포물' <곤지암>

<곤지암>은 실제 운영하는 테마파크를 소재로 가상의 이야기를 가미한 <전율미궁>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두 영화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존재한다. 시미즈 다카시 감독이 <전율미궁>을 일반적인 드라마 형태로 만들었다. 반면에 정범식 감독은 <곤지암>의 장르를 파운드 푸티지(실재 기록이 담긴 영상을 누군가 발견해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가장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의 일종) 장르를 선택했다.

최근 파운드 푸티지 장르는 <블레어 위치>와 <파라노말 액티비티>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인터넷을 이용하여 실시간 방송하는 형식과 접목되고 있다. 할리우드에선 <언프렌디드: 친구삭제>, 우리나라에선 <라이브 TV>와 <혼숨>이 여기에 속한다.

<곤지암>도 생방송 장르에 속한다. 곤지암 정신병원의 괴담의 실체를 담아내기 위해 '호러타임즈'란 이름의 체험단 7명이 병원 내부로 잠입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한다는 콘셉트를 내세운다.

인간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것을 보고 싶어 하는 욕망을 지니고 있다. <곤지암>은 호러 장르와 인터넷 방송을 즐겨보는 10~20대를 겨냥한 '체험 공포물'을 표방한다. 실제 공간인 '곤지암 정신병원'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싶은 관객의 욕구를 건드린다.

<곤지암> 영화의 한 장면

▲ <곤지암> 영화의 한 장면 ⓒ 하이브미디어코프,(주)쇼박스


<곤지암>은 부산의 한 폐교를 곤지암 정신병원으로 꾸몄다. 제작진은 실존하는 장소가 주는 공포감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입구 외벽과 1층 복도를 똑같이 재현했다. 그 외에 스토리 전개상 중요한 사건들이 벌어지는 1층의 원장실, 2층의 집단치료실, 실험실, 3층의 목욕탕, 열리지 않는 402호 등 내부 공간은 영화적 상상력으로 덧칠되었다. 다양한 소품들은 공간이 내뿜는 을씨년스러운 기운을 더한다.

'개인방송 생중계'란 아이디어에 걸맞게 스크린은 마치 유튜브 채널의 생중계를 보는 듯 구성했다. 영화는 전문적인 촬영감독이 아닌, 배우들이 직접 촬영했다. 캠코더, 고프로, 오스모, VR 영상카메라, 드론카메라 등 6종의 카메라로 담은 시점은 날 것의 생생함과 두려움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어느 장면은 최대 19대 카메라가 동시에 돌아갔다는 후문이다.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포인트는 소리다. <곤지암>은 '체험 공포'의 현실감을 위해 모든 배경 음악을 배제하고 현장음으로 소리 영역을 채웠다. 등장인물들이 내는 발걸음 소리와 거친 숨소리는 불안을 증폭시키고 장소를 옮길 적에 들리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문이 닫히는 소리, 사물이 움직이는 소리는 긴장감을 바짝 조인다.

<곤지암>은 도입부에서 병원장을 둘러싼 이야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괴담의 진실을 파헤친다거나 원혼의 한을 푼다는 류의 드라마엔 관심조차 없다. 오직 흉가의 무대인 곤지암 정신병원을 체험하는데 몰두한다.

<곤지암>에서 병원장의 이야기는 전개를 위한 최소한의 설정처럼 느껴지지만, 그 자체로 흥미로운 구석도 있다. 영화엔 병원장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상을 받는 장면과 그에게 받은 휘호가 등장한다. 곤지암 정신병원에 발을 들인 7명은 공포와 광기에 휩싸인다. 열리지 않는 402호는 끊임없이 사람을 유혹한다. 마치 지금도 떠도는 박정희 시대의 망령을 곤지암 정신병원에 투사한 느낌이다.

<곤지암> 영화의 한 장면

▲ <곤지암> 영화의 한 장면 ⓒ 하이브미디어코프,(주)쇼박스


호러 장르를 즐겨 보았던 사람이 <곤지암>을 본다면 기시감을 지우기 힘들다. 정신병원이란 공간과 페이크 다큐란 장르에서 <그레이브 인카운터>의 그늘이 짙다. 다양한 카메라를 활용하여 생중계하는 형식에선 <혼숨>이 떠오른다. 당연히 다소 유행이 지난 기분이 들 법하다.

분명 <곤지암>은 '감상'이란 기존의 잣대로 평가하면 독창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체험'이란 기준으로 보면 참신하게 다가온다. 정범식 감독은 "놀이기구 타듯이 비명 지르면서 신나게 즐겨주길 바란다"고 영화를 소개한다.

<곤지암>은 인물, 사건, 배경 같은 전통적인 문법에 충실하지 않다. 대신에 실감 나는 상황으로 '체험 공포'를 선사하는 데 힘을 쏟는다. 어쩌면 <곤지암>은 새로운 세대의 호러팬들에게 보내는 이른 초대장일지도 모르겠다.

<곤지암> 영화 포스터

▲ <곤지암> 영화 포스터 ⓒ 하이브미디어코프,(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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