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소공녀>의 한 장면.

영화 <소공녀>의 한 장면.ⓒ CGV아트하우스


전고운 각본의 영화 <소공녀>가 3월 22일 개봉했다. 영화 <소공녀>는 자신에게 소중한 무엇인가를 포기하지 못함으로 다른 것들을 포기하면서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미소(이솜 분)의 이야기이다. 이솜, 안재홍이 주연을 맡았고, 전고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미소는 한 평짜리 월세방에 사는, 담배와 위스키, 그리고 남자친구를 제일 소중히 여기는 가사도우미이다. 친구, 고객들의 집을 청소해주면서, 하루 번 돈으로 하루를 살고, 밥은 안 먹어도 담배와 위스키는 포기 할 수 없다. 난방이 되지 않는 방에서 추위에 떨어도 남자친구와 함께라면 부러울 것이 없다.

그런 미소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들이 연이어 들려온다. 월세가 올라가고, 그토록 좋아하는 담배 값이 올라간다. 싼 담배로 바꿔보지만, 살아가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그래서 미소는 큰 결심을 한다. 소중한 것들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집을 포기한다. 집을 포기한 미소는 과거 대학생활 때 밴드부를 하면서 많은 우정을 쌓은 밴드부원들을 한 명 한 명씩 찾아가면서 신세를 진다.

과거 밴드부를 했던 친구들의 삶은 각양각색이다. 대기업에 취직하여 승승장구하는 친구, 가정을 꾸려 살림을 하는 친구, 이혼 위기에 처해 힘들어하는 동생, 장가들지 않아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선배, 그리고 부자집에 시집가서 우아하게 사는 언니, 다양한 방법으로 삶을 이어가는 동료들의 집에서 신세를 지면서, 추억 얘기도 하고, 힘들어하는 동생에게 집밥을 차려주기도 하면서 미소는 살아간다.

남들은 '떠돌이 신세'라고 말한다. 보컬 선배는 "철 좀 들고 낭만적인 생각을 접고 안정되게 살아가라"고 말한다. 미소는 "떠돌이가 아니라, 집이 없는 게 아니라 여행중"이라고 말하며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영화 <소공녀>의 한 장면.

영화 <소공녀>의 한 장면.ⓒ CGV아트하우스


미소는 24시간 카페에서 목도리를 베개 삼아 잠이 들어도, 공용화장실에서 머리를 감고, 핸드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 집이 없어도 생각과 취향이 있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신세를 전혀 안타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웹툰 작가를 준비하며 공장 기숙사에서 살아가는 남자친구가 공모전에서 연이어 떨어져도, 헌혈을 해서 받는 영화티켓으로 데이트를 해도, 맛집이 아닌 순대와 떡볶이만 먹으며 데이트를 해도, 그것에서 행복을 느끼며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간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 꿈을 포기하겠다는 남자친구에게 사람답게 사는 것이 뭐냐며 다그치고, 집 없이 살아도 자기처럼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거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결국, 미소는 부자에게 시집간 밴드 언니와 부딪힌다. 소중한 것들을 포기하지 못하고 신세를 지고 다니는 불편하게 여기는 언니에게 '나는 그렇지 않아'라면서 그 집을 나오게 된다. 집을 나와 다시 월세집을 알아보지만 여전히 방세는 비싸고, 미소가 갈 곳은 없다. 갈 곳이 없는 미소를 두고, 남자친구는 사우디 아라비아로 파견근무를 떠난다.

그럼에도 미소는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 매춘 여성에게 따뜻한 차를 대접하고, 얘기를 들어주고, 편이 되어 응원해줌으로써 다시금 살아갈 희망을 가지게 하고, 맛있는 닭백숙을 만들어주면서 위로한다.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상황에서도 긍정을 잃지 않고 이웃을 응원하고 격려해준다.

영화 말미에는, 보컬 선배 부모님의 장례식에 모인 밴드부원들이 참석하지 않는 미소 얘기를 한다. 그들 모두는 미소를 잃지 않고, 없이 살아도 자신의 가치관과 멋을 잃지 않았던, 세상의 억압에도 굴하지 않았던 미소를 통해 얻었던 삶의 위로와 행복을 나눈다. 미소를 거절하고, 부담스러워하고, 비난했던 사람들이었지만, 결국 미소를 통해 많은 것을 얻고 깨닫고, 되찾았음을 깨달은 밴드부원들은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하며 미소를 그리워한다.

영화는 미소의 모습인 듯한 실루엣을 보여주며 끝난다. 미소는 그 후로도 여러 가지 것들을 포기하며 살았던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은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소공녀'라는 영화 제목은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았던 소설 <소공녀>의 세라크루라는 소녀를 연상시킨다. 가난하고 힘들지만 용기를 잃지 않고 꿈과 희망을 간직했던, 그래서 많은 위로와 용기를 주었던 세라의 모습이 영화 속 미소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가난했던, 그러나 남을 향한 사랑과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충만해 부족함이 없었던, 끊임없는 미소로 힘을 주었던 미소의 모습을 보고 또다른 의미의 미소를 머금은 채로 객석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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