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7년의 밤> 포스터.

영화 <7년의 밤> 포스터. ⓒ CJ 엔터테인먼트


'사실과 진실 사이엔 항상 그러나가 존재한다' - 소설 <7년의 밤> 작가의 말 중


결국 원작이 있는 영화의 최대 경쟁자는 원작 그 자체다. 추창민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인 <7년의 밤>도 그랬다.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정유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읽은 추 창민 감독은 "'그러나'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연출 의도를 밝힌 바 있다.

그 말은 곧 사실과 진실 사이의 거리감이 하나의 영화로 다룰 수 있을 만큼 넓고 깊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화의 주 배경이 된 가상의 호수 세령호도 그렇다. 마을 사람들이 품고 있는 온갖 불길함의 상징, 사람을 홀리는 호수라는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이 호수에 들고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긴 호흡 속에 담긴 복잡한 정서

 영화 <7년의 밤>의 한 장면.

영화 <7년의 밤>의 한 장면. ⓒ CJ엔터테인먼트


호수의 깊이만큼 인간의 마음 또한 쉽게 가늠할 수 없다. 평소 딸을 학대하던 영제(장동건)가 정작 누군가에 의해 딸을 잃고 복수를 진행하는 과정, 가난하지만 성실한 가장 현수(류승룡)가 어느 순간 살인자가 돼 주변 사람들에게 비극을 안기는 과정을 관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원작 소설에선 사이코패스로 그려진 영제는 영화에선 보다 복잡한 내면을 지닌 인물로 그려졌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따르지 않는 아내와 딸에 대한 원망으로 폭력을 행사하지만 딸의 사망 사실을 안 후 그 폭력성을 타인에게 드러낸다. 원망-부성애-광기 등이 섞인 영제 캐릭터를 관객들이 잘 따라가는 것에 영화의 성패가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소시민 내지는 힘없는 개인을 상징하는 현수 캐릭터는 영제보다는 단순하다. 아들 서원(고경표)을 누구보다 사랑하기에 자신이 행한 범죄로 서원이 위험에 처했을 때 극단적 선택을 한다. 하지만 그 선택으로 죄 없는 불특정 다수가 피해를 입는다면? 영화가 구현하려 한 또 다른 질문이다.

이렇듯 영화는 온전하게 신뢰하고 마음을 줄 캐릭터가 없다시피 하다. 모순된 상황을 제시하면서 각 인물들이 선택하고 그 결과를 맞이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악함에 대해 묻는다. 추창민 감독이 여러 차례 밝혔듯 <7년의 밤>은 '성악설'에 근거한 인간의 모습을 묘사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상상의 여지가 크고 문체가 지배하는 문학 작품과 달리 영화는 보다 직접적인 매체다. 탄탄한 이야기 구성과 함께 상징을 부여하기 위해 캐릭터와 소품, 미술 등을 적절히 활용해야 하는 만큼 보다 치밀한 계산이 필요하기도 하다.   

원작 너머

 영화 <7년의 밤> 관련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7년의 밤>의 구성은 성공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서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하긴 힘들다. <7년의 밤>은 서사가 아닌 감정 중심의 영화이기에 많은 부분을 배우에게 기대고 그만큼 치밀한 구성력이 필요한 작품이다. 장동건, 류승룡, 송새벽, 고경표 등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는 이들의 연기는 나무랄 데 없다. 다만 그 복잡한 감정의 정체를 따라가기 다소 버거울 따름이다. 또한 과하게 사용한 디졸브(한 화면을 점차적으로 없애면서 동시에 다음 화면이 점차적으로 나오게 하는 편집) 역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다시 반복하는 말이지만 원작을 기반으로 한 영화의 가장 큰 경쟁자는 바로 원작 그 자체다. <7년의 밤은> 영화가 품고 있는 서사와 감정의 복잡함이 효과적으로 제시되지 못하고 각 캐릭터에 개별적으로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이 관점에서 이미 원작 소설을 본 관객과 그렇지 못한 관객 사이에서 평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영화 <7년의 밤> 관련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한 줄 평 : 유의미한 질문, 수려한 연기, 아쉬운 건 구성력
평점 : ★★★(3/5)

영화 <7년의 밤> 관련 정보

연출 : 추창민
출연 : 류승룡, 장동건, 송새벽, 고경표, 문정희(특별출연)
원작 : 소설 <7년의 밤>
제공 및 배급 : CJ엔터테인먼트
제작 : 폴룩스 ㈜바른손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23분
개봉 : 2018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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